“일본 가지말라” 中 초강수에...日, 외무성 국장 급파
유학·관광 자제령에 센카쿠 열도 中 해경선 파견도
日, ‘강대강 대치’ 자제 대화 시도...“인적교류 영향 안돼”
다카이치 발언 철회 희박…양국 갈등 장기화 우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모습. 지난 7일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에서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이후,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AP, AFP]](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7/ned/20251117101048890jqzz.jpg)
[헤럴드경제=도현정·김지헌·김영철 기자]유사시 대만에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일본의 입장을 두고 중국과 일본의 긴장 관계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여행·유학 등 민간 단위의 교류까지 단속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양국은 우선 긴장 수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대화채널을 열었다.
일본은 17일 외무성 담당 국장을 중국에 급파했다. NHK는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이날부터 중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가나이 국장은 류진송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 등과 회담할 전망이다. 회담에서 가나이 국장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이 기존의 일본 정부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고, 양국의 입장 차이가 있더라도 인적 교류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일본 측 입장을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대만 유사시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중국이 일본행(行) 중단으로 맞서자 관계 악화를 진정시키기 위해 낸 방안이다.
중국 교육부는 16일(현지시간) 학생들에게 “일본 내 치안 상황이 불안정해졌고, 중국 국적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고 현지에서 중국 국적자들이 겪는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일본 유학을 신중하게 계획할 것”을 권고했다. 같은 날 문화여유부도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당분간 일본 방문을 피하라 촉구했다. 홍콩 보안국 역시 “일본 내 중국 국적자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며 일본에 체류하는 홍콩 주민들에게 “신중을 기하고, 개인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을 당부했다.
이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중국 외교부가 중국 국민들에게 “단기간 내 일본 여행을 피하라”고 하며 여행주의보를 발령한데 이어 나온 조치들이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도 일본행 항공편에 대해서는 무료 환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16일 기준 에어차이나, 중국 남방항공, 중국 동방항공 등 7개의 항공사가 오는 12월 31일까지 일본행 항공편을 수수료 차감 없이 전액 환불하거나 1회 변경을 제공하기로 했다.
민간 단위의 교류를 차단하는 이 조치들은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여행객, 유학생 공급이 끊길 우려가 나오며 일본이 반발한 것이다. 일본학생지원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일본 내 유학생 중 중국이 3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은 일본의 주요 외국인 관광객 공급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일본을 찾은 중국인 여행객은 748만명에 달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이기도 한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지난 15일 일본 정부가 중국 외교부의 여행주의보에 항의했으며 중국 정부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측이 이 문제에 대해 이해를 달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차이점이 지속적인 대화를 더욱 중요하게 만든다”며 대화 채널을 열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양국은 외교전과 여론전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중국 해경 선박 편대가 영유권 분쟁 지역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주변 해역을 통과했다. 중국 해경은 이번 작전이 “법에 따라 수행된 권리 보호 순찰”이라 강조했지만 사실상 일본에 대한 도발이자 경고의 의미다. 이 지역은 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곳이다. 중국은 13일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 대사를 초치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14일 일본은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를 초치했다. ‘맞불’ 대응인 셈이다.
중국은 관영매체들을 총동원해 여론전도 벌이고 있다. 관영매체인 차이나데일리는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90여년 전 일본이 중국을 침공할 때 내세웠던 변명과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중국군 기관지인 인민해방군보는 16일 게재한 기사를 통해, 일본이 대만 해협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국가 전체를 전쟁터로 만드는 위험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일본 정부·여당은 일단 수위 조절을 하려는 모습이다. 외무성 간부는 아사히에 “지금은 냉각기간을 둬야 한다는 인식이 (정부 내부에서) 강하다”고 말했고, 다른 정부 관계자도 “신중하고 끈기 있게 경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일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해결책이 마땅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을 달래려면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해야 하지만, 그는 이미 ‘철회하지 않겠다고’ 말한 상황이다. 요미우리는 “다카이치 총리는 (발언 철회 시) 지지층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중국이 추가 요구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상 간 대화로 풀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다카이치 총리의 무리수가 불필요한 긴장을 촉발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마쓰시마 야스카쓰 교토 류코쿠대 교수는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다카이치의 그릇된 발언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역사 수정주의가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우익 세력이 계속해서 정책 방향을 주도하도록 놔둔다면, 일본은 위험한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 말했다. 시라토리 히로시 도쿄 호세이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대만 문제를 보수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아시아 각국은 일본의 군비 확장과 방위비 증액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게 될 것이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나 일본산 소비를 거부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총리의 강경 발언은 쉽게 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그에 대한 일본 내 인기가 높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1215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69%로 집계됐다.
또 중국에 대한 일본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 아사히의 설문조사에서 중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묻는 질문에는 ‘기대할 수 있다’가 43%, ‘기대할 수 없다’가 44%로 나타나 의견이 갈렸다. 중일 관계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응답자의 내각 지지율은 53%로 전체 지지율 대비 낮게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해 “중일 관계를 둘러싼 다카이치 총리의 대응이 내각 지지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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