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력 강하면 노년에 첫 건강문제 생길 위험 20% 낮다
단순한 손힘 아닌 전신 건강 '핵심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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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근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때 가장 널리 사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악력, 즉 손으로 쥐는 힘을 재는 것이다. 측정 방법이 쉬운데다 손아귀에 힘을 줄 때 손과 팔뿐 아니라 어깨와 상체 근육까지 관여하기 때문이다.
악력은 한 사람의 건강 상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전신 근육량, 기초대사량(BMR), 인슐린 감수성, 에너지 대사 효율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노화가 진행되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근육이 손과 팔 근육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발표한 ‘건강 노화 10년’(2021~2030년) 기준 보고서에서 25가지 내재 능력 측정 항목 중 활력 지표로 악력(HGS)을 꼽았다.
악력은 30대에 정점에 도달하고, 그 이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질병관리청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2019)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65살 이상 남자의 악력은 평균 33.7kg, 여자는 20.4kg였다. 30대에 비해 평균 25%가 줄었다. 여성의 악력 저하율이 1.5배 더 높다. 악력이 약한 노인은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당뇨병 유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이 진행될수록 더 큰 근력 필요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페닝턴생의학연구소 연구진은 40~60대에 악력이 센 사람은 비만과 관련한 질병에 걸리거나 조기에 사망할 확률이 훨씬 낮다고 미국내분비학회가 발행하는 ‘임상 내분비학 및 대사 저널’(JCEM)에 발표했다. 체지방이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40대에 악력이 약한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여러 건강 문제에 직면한 반면, 악력이 강한 사람들은 더 오랜 기간 건강을 유지했다.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성인 9만3275명의 건강 데이터를 13년 이상 추적한 결과다. 연구진은 체질량지수, 허리둘레, 체지방률 등의 수치는 높지만 당뇨, 수면무호흡증, 고혈압 등 비만과 관련한 18가지 질환은 아직 발병하지 않은 ‘임상 전 비만’ 상태의 참가자들을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악력이 1표준편차(약 11.6kg)만큼 강해질 때마다 첫번째 건강 문제가 나타날 위험이 14% 줄었다. 한 가지 문제에서 여러 문제로 악화되는 위험은 8% 감소했고, 여러 문제에서 사망으로 진행되는 위험은 13% 감소했다.
악력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눠 10여년 후의 건강 상태를 분석한 결과는 더 놀라웠다. 악력이 가장 강한 그룹은 가장 약한 그룹보다 첫번째 건강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20% 낮았고, 여러 문제로 진행될 위험은 12%, 그 이후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은 23% 낮았다.
연구진은 또 세 가지 방법을 이용해 질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추적했다. 첫째는 기준 시점에서 건강했던 사람들이 한 가지 문제를 겪고, 그 다음 여러 문제로 진행한 뒤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했다. 둘째는 한 가지 건강 문제는 생겼지만 그 이상으로 진행하지 않은 채 사망한 사람들을 추적했다. 셋째는 어떤 건강 문제도 겪지 않고 사망한 사람들을 추적했다.
분석 결과, 시작 시점에서 악력이 강할수록 모든 단계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중년기 내내 높은 악력을 유지하는 사람은 노화 과정에서도 비만과 관련한 심한 건강 문제를 겪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질환 예방 효과를 보이는 악력의 수준은 질병 진행 단계에 따라 달랐다. 첫번째 건강 문제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데는 32kg, 첫번째 문제에서 여러 문제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 데는 39.2kg, 여러 문제 발생 이후 사망을 예방하는 데는 46.8kg 이상의 악력이 필요했다. 이는 질병이 진행될수록 건강을 유지하려면 더 큰 근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여기서의 악력 수치는 조사 대상 집단의 평균치다. 한국인의 악력은 대체로 서유럽인보다는 다소 낮다.

건강을 지키는 데 악력이 중요한 이유
또 악력이 강한 사람들은 혈액 내 염증 지표인 C-반응성 단백질 수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염증은 비만과 심장 질환, 당뇨병, 지방간 등의 질환과 관련이 있다.
근육 조직은 내분비기관 역할도 한다. 예컨대 혈당, 인슐린 민감도,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 유사 신호인 마이오카인이라는 유익한 분자를 분비한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이나 근력이 감소하면 이것이 약해질 수 있다. 또 악력이 강한 사람들은 혈당 조절이 더 잘 되고, 중성지방 수치가 낮으며, 허리둘레가 더 작은 경향이 있었다.
이번 연구가 악력과 질병 예방의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둘 사이의 상관관계가 뚜렷하다는 점은 확인했다. 이는 중년기 악력이 노년기의 건강과 질병을 조절하는 요인일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은 근력이 체성분과 대사 건강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생리 지표라는 걸 보여준다”며 “악력을 그 지표로 사용하면 대사나 심혈관 질환이 악화되지 않도록 제때 조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 정보
Handgrip Strength and Trajectories of Preclinical Obesity Progression: A Multistate Model Analysis Using the UK Biobank.
https://doi.org/10.1210/clinem/dgaf521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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