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겁지겁 3분 진료 아닌 전화·방문으로 꼼꼼히 상담해주는 ‘우리동네 의사’

한형진 기자 2025. 11.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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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보건의료의 도전, 건강주치의] ① 전화, 방문 상담 가능한 장점
제주에 주소를 둔 65세 이상 고령층과 12세 이하 영·유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제주도의 새로운 의료정책인 '제주형 건강주치의' 제도가 올해 10월 1일부터 시작됐다. 건강주치의는 건강 평가부터, 만성질환관리, 건강교육까지 총 10가지 건강 서비스를 도민들에게 제공하면서, 질병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의 예방적·포괄적 건강관리를 추구한다. 지자체 단위로 주치의 사업을 도입한 경우는 제주가 처음이기에 기대와 우려 모두 공존한다. [제주의소리]는 시범 운영 단계인 건강주치의 제도를 현황부터 향후 과제까지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제주형 건강주치의 사업에 참여한 문앤송 소아청소년과 ⓒ제주의소리

"환자가 많이 몰리면 아무래도 세세히 상담하면서 진료 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잖아요. 그래서 '3분 진료'라는 말이 나올 정도죠. 그런데 그보다 훨씬 길게 전화로 상담하니 만족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제주시 삼도동에 위치한 문앤송 소아청소년과 A원장은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 사업에 참가한 주민들이 느끼는 가장 큰 장점으로 전화 상담을 꼽았다.

문앤송 소아청소년과는 건강주치의 사업에 참여하는 16개 의원 가운데 하나다. 특히 16곳 가운데 유일하게 소아청소년과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A원장은 "도민들이 건강주치의로 등록하면 의원과 전화 상담을 할 수 있는데, 아직 초기라서 사례가 많지는 않아도 몇 건 전화 상담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녀가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고 나서 설사 증상이 있는데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갑자기 자녀가 아토피 증상이 생겼는데 상비약을 먹어야 하는지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었다. 통화 시간을 살펴보니 한 명당 7분 정도 됐다. 대면할 때보다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하니 어머니들도 만족하면서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일부터 시작된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은 모두 10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건강상태 평가 ▲만성질환 관리 ▲건강검진(상담) ▲예방접종 ▲건강 교육 ▲비대면 건강, 질병 관리 ▲방문 진료 ▲진료 의뢰 ▲회송 관리 ▲요양·돌봄·복지 연계 등이다.

이 가운데 진료 의뢰는 환자 상태에 따라 전문의나 보다 큰 병원에서 진료 받기를 권하는 것이다. 반대로 회송 관리는 병원 치료 후 다시 건강주치의에게 환자를 돌려보내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양, 돌봄, 복지 연계는 치료 과정에서 발견된 내용에 따라 필요한 돌봄-복지 제도를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이 가운데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방문 진료보다 전화 상담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 A원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건강주치의 사업 자체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주치의 병원에 등록하면 양질의 상담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점차 알려진다면 신청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건강주치의 사업은 긴 추석 연휴와 환절기 접종이 겹치면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올해는 신청자 모집에 집중하면서 내년 초부터 주치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단계에 착수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주치의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 달린 현판 ⓒ제주의소리

건강주치의는 제주에 주소를 둔 65세 이상 고령층과 12세 이하 도민이 참여할 수 있다. 16개 시범사업 의원 가운데 어디라도 찾아가 신청하면 된다. 비용은 소요되지 않고, 기본적인 개인·건강정보만 입력하면 된다. 사업에 참여하는 의원에는 등록·관리료, 건강 관리료 등이 지급된다.  

주치의 사업에 참여하는 안덕의원 B원장은 "꾸준히 얼굴을 보며 진료를 보는 환자들은 주치의 제도에 대해 낯설게 인식하지 않는다.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으로 의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주치의 등록을 하면 10명 중 8~9명은 동의하고 있다"면서 "정기적으로 건강을 관리해주는 주치의 제도가 정착되면 고령층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 질환 관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대한민국 1차의료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화의원 C원장은 "독감 접종 기간과 겹쳐 꽤 붐비고 바빴지만, 상당히 많은 주민들이 건강주치의 사업에 등록했다"며 "몸이 불편할 때 마음 편히 전화해 궁금증을 물어볼 수 있는 자신만의 의사가 있다는 것은 개인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주치의 제도가 잘 활용된다면 의료진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탑동365일의원 D원장은 "주치의라는 개념이 대한민국에서는 낯설지만, 제대로 안착되면 기대 효과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치료뿐만 아니라 병원을 찾는 주민들이 심리적으로 안심하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본다. 짧은 시간에 그치는 현재 진료와 달리, 건강주치의를 신청하면 비교적 많은 시간을 들여 다양한 문제를 의사와 의논할 수 있기에 무척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주 보건의료의 도전, 건강주치의' 기획 취재는 제주도의 취재지원과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