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비웃으며 날뛰는 ‘음주운전 꼼수’, 최상의 방지턱은 ‘일벌백계’다 [쓴소리 곧은 소리]

이은수 변호사(前 경찰 수사관) 2025. 11. 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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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방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만시지탄이지만 경찰 일선에는 꼭 필요
“음주운전은 ‘의지적 범죄행위’…술 취해 잡는 운전대는 ‘흉기’와 다름없어”

(시사저널=이은수 변호사(前 경찰 수사관))

최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본인 모녀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0대 어머니가 숨졌고 30대 딸은 중상을 입었다. 사고 며칠 전에는 한국계 캐나다인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외국인 희생자가 나온 만큼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졌고, 'K음주운전'이라는 국제적 망신까지 언급됐다. 이제 음주운전은 개인에 대한 살인 행위일 뿐 아니라 국격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로 인식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여전히 안타깝기만 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음주단속 피하는 법' '적발돼도 빠져나오는 법'과 같은 게시물이 버젓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에 미리 소주를 준비해 단속 직전에 마시라거나 차를 버리고 현장을 벗어나 시간을 끌라는 식의 '꼼수'를 공유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유명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의 종합선물세트급 '음주운전 꼼수' 사례를 접했다.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뒤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하고, 매니저를 대신 자수시키고, 자신은 도피해 캔맥주를 사 마셨고, 사고 후 17시간이 지나서야 음주 측정을 했다. 이를 본 몇몇 사람은 경각심을 가지기는커녕 '김호중처럼'을 외치며 무조건 도주하거나, 편의점 등으로 뛰어들어가 소주를 마시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유명 가수의 전 국민 꼼수 교육이 있었던 셈이다.

11월7일 서울 강남역사거리 일대에서 경찰이 음주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주단속 방해, 이제는 더 세게 처벌 받는다

꼼수를 공유한 글쓴이는 '노하우'처럼 포장하지만, 실상은 법을 조롱하고 사회적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행태다. 꼼수는 초동수사에 혼선을 초래해 경찰 수사력을 낭비하게 하고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곤란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처벌 수위를 높일 뿐이다. 그리고 이제는 개정된 법과 발전된 수사 기법으로 이러한 꼼수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지난해 11월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올해 6월4일부터 시행됐다. 음주운전을 한 뒤 추가로 술을 마셔 경찰의 음주 측정 행위와 음주 시기 특정을 방해하는 이른바 '술타기' 수법을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경찰 일선에는 꼭 필요한 법이다. 과거에는 '술타기' 행위에 대해 명확한 처벌 근거가 없어 단속 및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제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제 술타기 행위는 1~5년의 징역이나 500만~2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범죄행위로 처벌받게 된다. 재범의 경우 2~6년의 징역, 1000만~3000만원의 벌금까지 처벌 수위가 올라간다.

실제 음주한 사람 대신 동승자나 나중에 불러낸 지인이 운전했다고 주장하는 행태도 흔하다. 경찰 도착 전에 조수석으로 이동하거나 대리기사를 현장에 불러 대리기사가 운전했다고 진술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김호중씨의 매니저도 김씨의 옷을 입고 경찰에 자수하러 갔다. 단속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식의 짬짜미 허위 진술이다.

그러나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은 CCTV(폐쇄회로텔레비전) 강국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광역·기초자치단체 216곳의 관제센터 CCTV 대수는 2024년 65만423대에 이른다. 블랙박스 SD카드는 버릴 수 있지만, CCTV 영상까지 지울 수 있는가. 경찰의 CCTV 추적 기술, 목격자 진술, 지문·DNA 수사까지 더하면 거짓 진술은 필연적으로 탄로 날 수밖에 없다.

처벌도 강력하다. 경찰을 속여 정당한 공무를 방해했으니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된다. 허위 진술을 부탁한 음주운전자는 범인도피 교사죄, 부탁을 받고 허위 진술을 한 자는 범인도피죄를 피할 수 없다. 범인도피죄는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범인에 대한 오인을 유발하고 진범 발견을 적극적으로 저해하는 '방어권 남용'의 전형적인 사례다.

"한 잔밖에? 한 가정 망치는 사회적 범죄"

경찰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음주 측정 방식은 '호기(날숨) 측정'이다. 일부 운전자는 측정 시간을 뒤로 미루려고 차를 버리고 도망가거나, 시간을 끌며 혈액 검사를 요구하는 꼼수를 쓴다. 그러나 알코올이 몸에 흡수돼 퍼지는 과정을 고려해 만든 '위드마크' 공식(마신 술의 양과 음주 시간, 체중 등을 기초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방식)을 활용하면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逆算)할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근 '혈중알코올농도 계산 지침서 1.0'(한국형 위드마크 공식)을 개발해 11월1일부터 경찰청 등 수사기관과 현장 도입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기존 공식은 93년 전인 1932년 서양인 기준으로 개발된 데다, 개인별 신체 조건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어 이를 보완한 것이라고 한다. "시간만 끌면 된다"는 조언은 이미 법과 과학 앞에서 무용지물이다.

김호중씨의 꼼수 드라마는 구속과 처벌로 마무리됐다. 일각에서는 유명인이니만큼 본보기 식으로 강하게 처벌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김호중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유명세 때문이 아닌 진실을 덮으려는 꼼수의 결과물이다.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의지적 범죄행위'다. 즉 음주운전은 인식의 문제다. 현장에서의 변명은 "한 잔밖에 안 마셨다"는 말로 시작된다. 하지만 그 '한 잔'이 한 가정의 평화를 깨고, 누군가의 인생을 끝내며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협한다. 음주자의 운전대는 흉기와 다르지 않다. 일부 운전자는 여전히 법을 교묘히 피해 갈 수 있다고 믿고 꼼수에 의지한다. 그러나 법은 살아있고, 경찰 수사는 발전했다. 법을 비웃는 꼼수는 '일벌백계'로 무력화돼야 한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은수 변호사(前 경찰 수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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