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DP 10배 규모 중국 은행 예금, 증권·보험 머니무브 일어날까 [중국과 글로벌 투자]

2025. 11. 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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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과 산업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국내 주식뿐 아니라 글로벌 주식 투자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필자는 20년간의 중국 및 글로벌 투자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산업과 증시의 변화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그 영향이 독자의 글로벌 투자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조목조목 살펴보겠습니다.
100위안 지폐. [게티이미지]
중국 가계가 보유한 예금 규모는 대단하다.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160조 위안에 달하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20%를 넘는다. GDP 대비 가계 예금 비중이 이처럼 높은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3경2000조원으로, 이는 한국 GDP 2500조원의 10배를 넘는 숫자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막대한 예금 규모가 높은 금리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현재 중국에서 개인이 은행에 자금을 예치할 경우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는 1.1%, 3년 만기는 1.5%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 예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우선 중국 가계의 전통적으로 높은 저축률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중국 가계의 저축률은 꾸준히 30%를 웃돌아 왔으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2020년 이후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 30년간 중국에서는 가계는 자산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당연시했으나, 2020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도입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누적된 주택 공급과 지속적인 집값 하락으로 가계는 부동산을 더이상 매력적인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었다. 한편, 주식 시장은 오랫동안 가계에 골칫거리였다. 지난 20년간 반복된 급등락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고점에 사고 저점에 파는 패턴을 되풀이하며 많은 손실을 경험했다.

물론 중국 가계가 가지고 있는 부채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가계 부채는 GDP 대비 60% 수준으로, 가계는 여전히 상당한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분석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약 100조 위안 규모의 예금이 만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질문은 바로 이 거대한 유동 자금이 앞으로 어떤 자산군으로 흘러들어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가계가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흐름이다. 중국 경기 침체의 핵심 원인이 과잉공급 또는 수요 부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해소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들은 과도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매출을 확대할 수 있으며, 이익률 또한 개선된다.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주식시장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한 중국 가계의 소비 심리가 급격히 반전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다음으로 자금이 채권 시장으로 흘러들 가능성은 어떨까. 실제로 지난 10년간 중국에서는 채권형 펀드가 큰 인기를 끌었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금리 환경은 상황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중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1.8%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참고로 한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3% 전후로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저금리 환경에서는 채권형 펀드가 의미 있는 수익률을 제공하기 어렵다. 특히 예금 금리와의 차별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킬 유인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셋째, 저금리 예금의 대안으로 은행 신탁 상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확정 고금리를 내세운 신탁 상품을 앞다투어 출시했다. 그러나 이들 상품 중 상당수는 부동산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고 높은 금리를 받는 구조였으며, 이후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일부 상품이 부실화되었다. 이에 정부는 이러한 구조를 전형적인 그림자 금융으로 규정하고, 고금리 보장형 신탁 상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현재는 은행 채널을 통해 고금리 상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넷째, 저축과 투자 성격을 동시에 지닌 보험 상품은 어떨까. 최저보증형 변액보험은 최저 보증이율이 약 2% 수준으로,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다. 물론 이 수익률이 매우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과거 은행과의 금융상품 경쟁에서 밀려났던 상황을 고려하면 보험사들은 현재 훨씬 유리한 경쟁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섯째, 주식 투자 또는 ETF 투자는 어떨까. 본토 증시는 CSI 300지수를 기준으로 2024년에 약 10%, 2025년 현재까지는 약 2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가계는 주식 자산을 보다 매력적인 투자 자산군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거대한 가계 예금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큰 흐름을 보면 은행권에서 증권사와 보험사로 가계 자금이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은행이 제공할 수 있는 투자상품은 제한적인 반면 증권사와 보험사가 제공할 있는 상품이 보다 다양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중국 경제는 은행 중심의 자금 순환에 의존해 왔다. 부동산 담보와 건설 투자에 기반한 대출이 활발하던 시기에는 전통적 예금·대출 업무가 중요했다. 그러나 경제 구조가 고도화되고 여러 산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자산 배분 방식도 바뀌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권·보험 산업의 역할과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필상 미래에셋자산운용(홍콩) 전무]

20년간 글로벌 주식 리서치 및 투자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2010년부터는 미래에셋자산운용(홍콩)에서 중국 현지 기반으로 중국 및 글로벌 기업의 분석과 투자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저서로는 『아시아 투자의 미래』(2018)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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