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경상남도농구협회 회장의 “소통과 책임 의식”

조원규 2025. 11. 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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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무도 회장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4년 후에는 회장을 하고 싶은 사람이 나오게 하고 싶죠. 최소한 내 다음 분이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춘 상태에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제일 큽니다.”

 

김현주 경상남도농구협회(이하 경남협회) 회장의 아들은 야구선수다. 운동을 위해 타지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엄마는 아들과 함께 있다. 아빠가 다른 두 자녀를 돌보고 있다. 그래서 운동하는 선수, 학부모의 마음을 잘 안다.

 

경남협회 회장을 수락한 이유도 이것과 관계가 깊다. 스포츠로 지역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꼭 야구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경남협회 회장을 맡아달라는 주변의 권유를 수락한 이유 중 하나다. 큰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순수한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회장이 됐으니 (경남협회가) 발전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이렇게 일정이 많은지 몰랐다. (처음에) 날 설득하려고 이 정도만 하면 되겠구나 얘기한 것 같다”라며 웃었다.

 

주말마다 일정이 있다고 했다. 주중에도 일정이 있다. 회사 일과 협회 일이 겹쳐서 경기에 참관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속상하다. 김 회장은 그것을 “우리 식구 보러 가지 못 할까봐”라고 표현한다. 채 1년이 안 되는 시간이지만 경남의 농구인, 선수들은 김 회장에게 “우리 식구”가 됐다.

 


예상과 달랐던 것은 또 있었다. 사람의 마음이 다 같을 수는 없다. 그것이 때로는 갈등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김 회장의 표현에 의하면 “코드가 좀 달라도 방향은 하나인데” 생각의 차이만 두드러지는 상황도 있다는 것이다. 경남협회 임원들이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갈등을 조정하는 것도 회장의 역할이다. 경남에는 18개 시군이 있다. 그중에는 회장이 없는 시군도 있다. 대회 개최가 불가능한 시군도 있다. 경남협회 사업에 적극적인 시군도 있고 회의 참석조차 어려운 시군이 있다. 저마다의 사정을 이해하고 소외감이 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 회장이 “소통과 책임 의식”을 강조한 이유다. 18개 시군협회를 모두 방문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직접 찾아가서 고충을 듣고 함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아직은 남은 대회가 많아 일정을 잡기 힘들다. 그러나 빠른 시기에 실행에 옮길 생각이다.

 

바쁜 일정과 차이에서 오는 갈등 모두 예상외의 것이었다. 그러나 주어진 일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공식 인터뷰가 끝난 후 대화 과정에서 김 회장은 “책임 의식”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4개의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책임지고 결정해야 할 것이 많았다.

▲ 책임의식, 4000명의 우리 가족

김 회장은 33살 때 사업을 시작했다. 그 시작도 권유에 의해서라고 했다. 사업을 하고 있던 지인에게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다. 대기업의 자회사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본사는 김 회장의 더 큰 역할을 원했다. 경영의 시작이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이 지금은 4개가 됐다. 직원 수는 천 명이 넘는다. “그 천 명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가족이) 4명이라 치면 식구가 4천 명이잖아요. 그 4천 명의 가족이 같이 살아야 한다”가 김 회장의 가치관이다. 김 회장 1명의 결정은 4천 명의 가족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니 선택 하나하나의 무게가 작지 않다.

 

예상과 달랐던 경남협회다. 그러나 시작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 지역에 봉사하는 것이다. 그 마음도 책임을 지고 싶다. 올해 경남의 유소년 대회가 하나 사라졌다. 예산 문제였다. 김 회장이 사비로 대회를 신설했다.

 

김도한 경남협회 실무부회장은 “지금 회장님이 출연금을 많이 낸다.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이 내는지는 모르겠다. 다른 시도를 모르니까…. 그러나 어느 협회와 비교해도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설한 ‘제1회 경상남도협회장배 유‧청소년농구대회’ 예산만 2천만 원 이상이다. 지방정부의 보조금은 없다. 김 회장은 임기 동안 더 많은 대회를 만들고 싶다. 지역에 더 많은 농구인을 만들고 싶다. 더 많은 지역의 농구 인재를 키우고 싶다. 김 회장이 엘리트 농구에도 깊은 애정을 보이는 이유다.

 

 

수도권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지역 인재들을 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수도권과 비교해도 선수로서의 성장, 대학 진학과 프로 진출에 불리하지 않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 김도한 부회장은 “고등학교를 지역에 남게 하려면 부모님을 만 번을 찾아가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부모님을 설득해도 결국 아들을 못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현주 회장은 적극적이다. “선수와 학부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소통이 중요한 것 같다. 중학교 유망주를 지역에 남기기 위해 3개월 넘게 코치가 매일 학부모님을 만난 얘기도 들었다. 필요하다면 부모님을 만나는 자리에 내가 직접 갈 수 있다”라고 했다.

 

김용우 팔룡중 코치는 지역의 유소년 대회를 자주 찾는다. 유망주를 발굴하기 위함이다. 유소년 대회는 엘리트 농구의 젖줄이 됐다. 적지 않은 예산의 유소년 대회를 신설한 이유 중 하나다. 김 회장은 “체육 지원 예산이 2000년 수준”이라고 아쉬워했다. 운영 인력 식대 8천 원, 교육청 심판비 10만 원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회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것도 채워지지 않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경남협회는 도에서 치러지는 대회의 인건비를 현실화시키려 한다. 경기 운영, 심판 같은 비용이다. 별도의 재원이 필요한 문제다. 김 회장은 그것도 책임질 계획이다.

김 회장도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중학교 때까지 사이클 선수였다. 부모님의 반대로 운동을 그만뒀지만, 운동선수의 정서와 고충을 안다. 아들이 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하는 아들은 또 다른 느낌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이 많았다. 육성회비를 못 내서, 우유를 먹고 싶어서 운동을 선택했다. 지금은 돈이 없으면 운동을 시키기 힘들다. “3백만 원, 4백만 원 월급 받는 돈을 다 써도 운동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그것은 선수의 몫이기도 하고 코치의 몫이기도 하다. 그것들을 응원하고 뒷받침하는 시스템은 협회의 몫이다.

 

경상남도 역시 인구 감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1년, 정부는 경상남도 18개 시군 중 11개 시군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특히 의령군과 합천군 등 7개 농촌‧산간 지역은 청년층의 이탈과 고령화가 심각하다. 타 시군의 사정도 그케 다르지 않다. 시군 농구협회가 자립하기에 더욱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 지역협회는 시군협회의 활성화를 통해 사업 추진의 동력을 얻는다.

 

지난 7월 취재했던 충청북도농구협회의 첫 번째 중점 사업이 시군 농구협회의 부활이었던 이유다. 김 회장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최소 10개 이상 시군협회가 단단한 기반을 가져야 경남협회 회장을 하고 싶은, 지역의 농구 발전을 위해 헌신할 사람도 나올 거라는 판단이다.

 

지역에서 다양한 종별의 대회가 활발하게 열리고, 그 과정에서 농구하고 싶은 유소년과 농구를 시키고 싶은 학부모가 많아지고, 엘리트 역시 열정적인 지도와 치열한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선수로 발전하는 토양이 구축되면 일을 하고 싶은 사람도 더 많아질 것이라 믿는다.

 


김 회장은 “시군에서 농구대회가 있을 때 부르면 항상 달려간다”라며 사람 좋게 웃었다. 아직 모르는 사람이 있어 조금은 뻘쭘하지만 “먼저 인사하고 계속 스킨십이 쌓이다 보면 더 좋아질 것”이라 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운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사업을 잘하는 사람도 있다. 각자의 재능이 다르다. 지역 농구인들이 협회 안에서 각자의 재능을 펼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이 4천 명의 식솔을 책임지고 있는 김 회장이 만드는 경상남도 농구다.

#사진_조원규 기자, 경남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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