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도, 法도, 民도 무감…그래서 반복되는 ‘음주공화국 대한민국’ 오명
日, ‘음주 사망 사고’시 ‘징역 30년’ 엄벌…韓 , 日 절반도 못 미치는 12년에 그쳐
마약만큼 ‘중독성’ 강한 음주운전…마약 재범률은 51.9%, 음주운전도 43.8%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어머니는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 촬영지였던 낙산공원에 가고 싶다고 예전부터 말씀하셨습니다. 낙산공원 근처 교차로 사진을 (모바일 메신저) 라인 배경화면으로 설정하실 정도로 그 장소를 좋아하셨어요. 그러나 어머니는 낙산공원으로 향하던 길, 바로 그 교차로에서 무책임한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사고를 당하셨고 끝내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가득합니다. 단 한 사람의 무책임한 음주운전이 어머니의 소중한 생을 앗아갔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음주운전을 강하게 처벌할 수 없는 건가요?"('일본인 모녀 참변' 유가족이라고 밝힌 인물이 11월4일 X(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
대한민국은 지금 '음주운전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에선 횡단보도를 건너던 캐나다계 남성이, 최근엔 일본인 모녀 관광객이 음주운전 차량의 희생자가 됐다. 하지만 반복되는 참사에도 처벌은 무디고, 제도는 허술하다. 면허취소 기준을 훌쩍 넘긴 만취 상태로 사람을 치어도 대한민국에서 실형 선고까지는 먼 길이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법이 최근 1년간 선고한 음주운전 형사사건 1심 판결 가운데 실형 선고는 10건 중 1건꼴에 불과했다. 이는 음주운전을 '살인 행위'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검찰의 약한 구형, 법원의 관대한 판결, 사회 전반의 무감각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리며 한국은 음주운전의 악순환을 좀처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사히TV "韓 인구, 日 절반인데 음주사고는 6배"
통계를 보면 이러한 지적이 과장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하루 평균 약 30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는 나라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총 1만1037건이다. 이 가운데 가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인 경우가 약 76%(8396건)로 집계된다. 0.08% 이상은 소주 1병을 마신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약 32%(3619건)의 사고가 혈중알코올농도 0.15% 이상, 즉 소주 2병가량을 마신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음주운전 문제는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음주운전 등 교통 범죄로 피해를 입은 외국인은 1718명에 달한다. 2025년 8월 기준으로 이미 1169명이 피해를 봤다. 특히 아사히TV 등 일본 언론은 최근 자국민이 연루된 사고를 비중 있게 보도하며 "한국 인구는 일본의 절반인데 음주운전 사고는 일본의 6배에 달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내 문제로 여겨졌던 음주운전이 이제는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외교적 리스크로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도쿄의 한 출판사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 김아무개씨(26)는 "일본인 친구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가면 '차가 무섭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일본인 사이에서 한국의 음주운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적잖다고 전했다.
문제는 단순히 사고 건수에 그치지 않는다. 음주운전 재범률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한번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또다시 음주운전을 저지르는 건 마약만큼 중독성이 강한 행위다. 실제로 지난해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은 51.9%를 기록했는데, 같은 해 음주운전 재범률도 이에 육박하는 43.8%에 달했다. 음주운전 재범률은 2020년 45.4%를 기록한 뒤로 5년 동안 4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이유는 명확하다.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이 국내 최대 법률 플랫폼인 '엘박스'를 통해 지난 1년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선고한 음주운전 형사사건 1심 판결문 325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실형 선고는 33건(1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건 중 단 1건꼴로만 실형이 선고된 셈이다. 더욱이 실형이 선고된 사건 대부분은 단순 음주운전이 아닌 케타민·엑스터시 같은 마약류를 투약했거나 상습절도·사기 등 다른 범죄와 함께 저지른 '경합범'의 경우였다. 단순 음주운전만으로 실형이 내려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는 의미다.

2회 전력에 또 무면허 음주운전…그래도 '집행유예'
법원의 양형이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무면허로 음주운전을 저지른 피고인 A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아 실형을 면했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7%였다. 소주 1병 반에서 2병 사이를 마시고 차량을 몰았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으로 재판 중임에도 무면허운전을 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음주운전 사망 사고 형량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본은 음주 상태에서 사망 사고를 일으킬 경우 1년 이상의 징역형부터 시작해 경합범일 경우 최대 30년형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실제 판결에서도 강한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 역시 2018년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 사망 사건 가해자에게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법정형이 대폭 강화됐다. 그러나 정작 법원은 이러한 입법 취지를 양형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기준에 따르면, 음주운전 치사 사건의 권고 최고 형량은 징역 12년에 그친다. 그것도 피해가 극심하거나 음주 수치가 현저히 높은 경우 등 특별가중 요소가 있을 때만 적용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음주운전 방조죄에 대한 한일 간 입법 차이다. 일본은 2009년 관련 조항을 도입해 △운전자에게 술을 제공하거나 △음주한 사람에게 차량을 제공하거나 △음주한 사람의 차량에 동승했을 때도 음주운전 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위반 시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엔(약 46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반면 한국은 도로교통법에 동승자나 차량 제공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형법상 방조행위를 적용하는 수준에 그친다. 실제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한 입증 기준도 높아 처벌이 쉽지 않다. 실질적인 입법 공백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동승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음주운전 사고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은 이미 나온 바 있다. 2024년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동승자의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이 음주운전 방조 처벌 조항을 도입한 이후 음주운전 사망자 수는 2009년 292명에서 2022년 120명으로 절반 아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여 년 만에 사망자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뚜렷한 효과를 보인 것이다.

日은 술 준 자, 차 준 자, 동승자도 처벌
이에 대해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타인이 동승한 경우 음주운전 사고와의 연관성이 뚜렷하다는 점은 동승자가 있을수록 음주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일본은 동승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결과 음주운전 사고가 실제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현행 사법 체계만으로 음주운전 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이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동승자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법만이 아니다. 일본의 '음주 불관용 문화'는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에서 출발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1999년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였다. 당시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트럭이 가족여행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았고, 사고로 불이 난 차 안에서 어린 자매가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당시 가해자에게 선고된 형량은 고작 징역 4년에 불과했다. 이에 공분한 유가족과 시민들은 법 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서명운동을 전개했고, 결국 일본은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최대 징역 20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자동차운전사상행위처벌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단순한 형량 강화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음주운전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심는 반전의 계기가 됐다. 도쿄의 한 출판사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 김씨는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는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이라며 "한국에서는 회식 자리에서 한두 잔 마셨다면 별문제 없다고 생각하고 운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회식 자리에서도 차를 가져온 사람에게 술을 권하지 않는 것이 기본 예의이고, 만약 한 모금이라도 마셨다면 전철이나 택시를 타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