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가출청소년들 버팀목이었는데…‘나무’ 이제 사라진대요

김혜윤 기자 2025. 11. 17. 07: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8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6번 출구 '레드로드 발전소' 앞, 주말이면 청소년들로 북적이는 이곳에 천막이 세워졌다.

'나무, 여전히 우리 함께'라고 쓴 팻말이 붙자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천막으로 다가왔다.

'서울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나무)는 지난해 5월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 이곳에서 거리 상담을 진행했다.

거리 상담은 10대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시작했는데, 서울시가 '나무'의 운영 종료를 결정하면서 이날이 마지막이 됐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순간 서울시, 10대 여성지원센터 축소
8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6번 출구 인근에 설치된 ‘서울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 상담 천막에서 활동가와 청소년들이 “경의선! 파이팅!”을 외치며 마지막 거리 상담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고 있다. 가족의 속박을 피해 길에서 지내는 청소년들의 얼굴을 알아보고 가족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어 청소년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게 처리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혹시 시위 같은 거 하면 다시 나무가 살아날 수 있나요?”

지난 8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6번 출구 ‘레드로드 발전소’ 앞, 주말이면 청소년들로 북적이는 이곳에 천막이 세워졌다. ‘나무, 여전히 우리 함께’라고 쓴 팻말이 붙자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천막으로 다가왔다. ‘서울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나무)는 지난해 5월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 이곳에서 거리 상담을 진행했다. 2013년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시작한 ‘나무’는 위기 상황에 놓인 10대 여성을 보호하고 성착취 피해를 막기 위해 일시 지원과 상담을 해왔다. 거리 상담은 10대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시작했는데, 서울시가 ‘나무’의 운영 종료를 결정하면서 이날이 마지막이 됐다.

8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6번 출구 인근에 세워진 ‘서울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 상담 천막에 청소년들이 남긴 마지막 인사가 걸려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첫 거리 상담 때부터 이곳을 찾았다는 시오(가명·19)와 요네(가명·10대)는 “예전에는 여기서 애들이 자해하고 고기 구워 먹고 ‘디제잉 파티’ 해서 경찰도 30분마다 순찰 돌았는데, 나무가 생기면서 조용해졌어요”라고 했다. “수다 떨고 인형 만들고 상담했어요. 여기가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보다 더 좋았어요.” 눈시울이 붉어진 시오가 말했다. 요네는 “앞으로 여기 와도 못 본다는 게 진짜 너무 슬퍼요”라고 말했다. “죽을 때까지 기억할 거예요”, “그래도 한번씩 들러주세요” 등 섭섭함이 천막이 세워진 경의선 책거리에 가득 찼다.

8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6번 출구 인근에 설치된 ‘서울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 상담 천막 앞에서 한 활동가가 청소년들과 함께 마을 지도를 만들며 받을 수 있는 지원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시의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서울시가 운영하는 위기 10대 여성 지원 시설은 3곳. 그중 가출 청소년에게 행정 절차 없이도 긴급히 숙식을 지원하는 ‘일시 생활 지원’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곳은 ‘나무’가 유일하다. 다른 곳과 달리 개인정보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시는 ‘유사 기관과 기능 중복’, ‘실적 감소’를 이유로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국현(37) 활동가는 “약물이나 자해 이력이 있어 쉼터 입소가 어려운 아이들이 갈 곳이 없을 때, 그 틈을 메우는 게 나무였어요”라고 했다. “실적으로 잡히는 숫자는 적지만, 저희는 한명을 오래, 깊게 만났죠.” 몇 달에 한 번씩 거리 상담을 하는 다른 기관과 달리 홍대 일대에서 매주 청소년을 만나온 기관도 ‘나무’가 유일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내가 좋아하는 건 다 사라져요’라며 ‘나무가 없어지는 건 정책이, 세상이 우리같이 쉼터도 못 가고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고 번거로운 애들을 버린 것’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숫자 뒤에 있는 앳된 얼굴들을 바라보지 못한 성급한 결정은 거리 한가운데, 위험 속에 서 있는 청소년들에게 상처로 돌아갈 뿐이다.

8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6번 출구 인근에 설치된 ‘서울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 상담 천막에서 한 청소년이 포토월에서 찍은 사진을 두고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운영 종료를 앞두고 ‘나무 열린공간 오픈 데이’가 오는 26~28일 ‘나무’의 사무실 겸 카페가 있는 동작구 상도동에서 열릴 예정이다. 원래 ‘나무’는 10대 청소년만 이용할 수 있지만 이 기간에는 ‘나무’를 거쳐간 청소년 뿐만 아니라 10대 시절 ‘나무’에서 머물렀던 성인, 자원봉사활동을 했던 시민 등 ‘나무’와 함께한 추억이 있고 ‘나무’를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공간을 열어둔다. 3일이라는 짧은 기간이나마 마지막으로 ‘나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센터는 오는 28일까지 운영하고, 12월에는 마무리 정리 작업을 할 예정이다.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서울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 카페 내부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서울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 카페 내부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밤 10시, ‘나무’의 마지막 거리 상담도 막을 내릴 무렵 한 여성 청소년이 울부짖었다. “나도 집 가서 자고 싶은데, 아빠가 계속 때려요.” 그 울음 곁에서 나무의 마지막 잎이 조용히 떨어졌다.

8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6번 출구 인근에서 ‘서울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 상담 텐트가 접히고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활동가(주황색 옷)를 안고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8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6번 출구 인근에 설치된 ‘서울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 상담 천막에서 활동가와 청소년들이 “경의선! 파이팅!”을 외치며 마지막 거리 상담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