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보고, 규제 검토, 재고 확인까지... 고참 못지않은 AI 에이전트
챗봇 형태 넘어서 직접 행동하는 AI 에이전트
사람 대신 컴퓨터 조작, 기업 업무 자동화 기능
일하는 방식 극적 변화... 새로운 불평등 예고
"활용 직원, 그렇지 못한 직원 격차 벌어질 것"
편집자주
오픈AI가 챗GPT를 발표한 지 벌써 3년이 됐다. 생성형AI는 익숙했던 일상과 산업 현장을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으로 빠르게 바꿔가는 중이다. 한국일보는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놀라운 변화들을 공유하고, 차세대 AI 기술이 보여줄 미래 모습을 전망해보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뷰티풀AI(Beautiful.ai)' 덕분에 시간을 75% 줄여 메시지와 스토리,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 글로벌 마케팅 테크기업 '씨벤트'의 맥닐 키건 부사장은 인공지능(AI) 기반 프레젠테이션 도구 뷰티풀AI 도입 효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회사는 내부 미팅부터 고객 제안서까지 연간 1,000건 이상의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데, 이전에는 파워포인트로 글자 폰트와 크기를 정하고, 배경색을 설정하고, 이미지를 배치하는 등 '예쁘게' 꾸미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하지만 AI가 디자인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면서 직원들은 메시지와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경쟁, 이미 시작됐다
업무 방식을 극적으로 바꾸는 AI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뷰티풀AI처럼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직접 행동하는 'AI 에이전트'가 주목받고 있다. 챗GPT 같은 챗봇 형태의 AI가 사용자 지시에 응답하는 방식이라면, 에이전트는 사용자를 대신해 직접 행동까지 한다.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화하면 AI를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생산성 격차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앞다퉈 차별화한 에이전트를 내놓고 있다. 개인 사용자를 위한 에이전트로는 오픈AI의 '오퍼레이터'와 앤트로픽의 '클로드 컴퓨터 유즈'가 대표적이다. 오퍼레이터는 웹 브라우저를 자율 조작하며 실시간으로 컴퓨터 화면을 분석하고 가상 마우스와 키보드를 이용해 사람처럼 웹사이트를 탐색한다. 호텔 예약, 온라인 주문, 양식 작성도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클로드 컴퓨터 유즈는 웹 브라우저뿐 아니라 컴퓨터 화면 전체를 제어한다.


기업 시장을 겨냥한 에이전트도 경쟁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파일럿 스튜디오'를 이용하면 기업 전용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으며, MS의 기존 소프트웨어와 연동돼 '재고 모니터링 후 발주' 같은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구글의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연결되며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음성을 한꺼번에 이해하는 '멀티모달' 에이전트다. 고객 콜센터 녹음 음성, 고객이 보낸 제품 사진, 이메일 내용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
업무 분류는 AI가, 사람은 현장으로
이미 많은 기업이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중이다. 글로벌 건설 인프라그룹 '발포어비티'는 현장 결함의 심각도를 분석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에 맡겼다. 과거에는 8~10명으로 구성된 팀이 달라붙어 엑셀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일을 자동화했다. 이 AI 에이전트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의 결함 수천 건을 자동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정확도는 25년 경력 현장 책임자의 80% 정도라고 한다. 덕분에 안전 담당자들은 사무실 서류 작업 대신 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국내 기업들도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고 있다. 한화는 MS의 코파일럿 스튜디오 기반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일부 부서 업무를 자동화했다. 경영진 보고를 지원하는 '정기회의체 보고서 에이전트', 환경 규제 여부를 자동으로 검토하는 '환경법규 검토 에이전트'를 운영한다. 아모레퍼시픽은 개인화한 뷰티 상담을 제공하는 'AI 뷰티 카운슬러'를 구축했다. 이 AI는 회사가 지금까지 축적한 정보와 고객이 써온 제품 정보를 통합해 최적의 제품을 제안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AI 자주 쓰면 승진 가능성 더 높아"
AI가 챗봇에서 에이전트로 진화하면서 활용 여부에 따른 성과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MS가 올해 영국 기업 경영진 1,4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7%가 "AI를 사용하는 근로자와 사용하지 않는 근로자 간에 효율성과 생산성의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36%는 "AI를 자주 사용하는 근로자가 조직 내에서 승진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조사 보고서에는 "AI 에이전트가 더 똑똑하게, 더 힘들지 않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면서 AI를 잘 활용하는 고성과 직원과 그렇지 못한 저성과 직원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방치할 경우 노동 시장의 새로운 구조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억 넘는 금거북·바쉐론·반클리프 받은 김건희··· 관건은 '직무 관련성' | 한국일보
- '대장동 추징금 0원' 남욱 설립 법인 강남 땅, 500억 매물로 나와 | 한국일보
- "개처럼 뛰고 있어요" 사망 쿠팡기사 문자···'좋아서 야간근로 선택했다'는 설문의 이면 | 한국
- 월급쟁이 경비원이 92세에 남긴 통장엔 115억..."비결은 딱 하나" | 한국일보
- 철인경기'사전 테스트' 받던 40대 사망... 통영 국제대회 전면 취소 | 한국일보
- 소망교도소 직원, 김호중에 3000만원 요구··· "이감 도왔다" 거짓말 | 한국일보
- 개그맨 김수용, 촬영 중 의식 잃고 긴급 이송… 중환자실서 회복 중 | 한국일보
- '디스코의 여왕' 이은하, 부친 빚·유방암 투병까지… 다사다난한 삶 고백 | 한국일보
- 애프터스쿨 나나 집에 강도… 나나와 모친이 제압, 경찰에 넘겨 | 한국일보
- 1,300조...관세 협상 구름 걷히자 기업들 역대급 투자로 답했다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