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말 바뀌는 윤석열···“보고 없었다”더니 “무리한 수색에 화낸 것”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사건은 이른바 ‘VIP 격노설’로 대표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외압 의혹이 핵심으로 꼽힌다.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 넣은 것에 격노해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등은 2년 여 전 사건 발생 때부터 “보고 받은 게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가, “무리한 수색에 화를 낸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측근들 사이에서부터 말이 바뀌면서 윤 전 대통령의 진술도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 상병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만해도 VIP 격노설에 대한 윤 전 대통령과 당시 대통령실 입장은 ‘전면 부인’이었다. VIP 격노설은 채 상병이 순직한 이후인 지난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임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 넣은 수사단의 조사 내용에 격노하면서 이를 바꾸게 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대통령실 회의에서 채 상병 관련 보고가 없었고,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과의 통화도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의혹은 점점 커졌다. 이듬해 5월 국회가 채상병 특검법을 추진하자 윤 전 대통령의 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이 전 장관에게 ‘왜 이렇게 무리하게 수색 작업을 해 인명 사고가 나게 하느냐’고 질책성 당부를 했다”고 말했다. 격노한 적 없다던 윤 전 대통령이 순직사건 발생 10개월 만에 이 전 장관 질책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때쯤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이 서로 통화를 한 기록이 언론에 공개됐지만, 대통령실은 “(통화에서) 채 상병 얘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진실 규명작업은 특별검사팀으로 넘어왔다. 사건 발생 2년여가 지난 11일 윤 전 대통령은 특검팀 조사에서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채 상병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이 전 장관에게 군내 진상조사를 지시한 점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인 배보윤 변호사는 특검 조사를 마친 뒤 “윤 전 대통령은 ‘사단장 처벌’을 말한 적 없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당시 대통령실 회의에서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답을 제대로 못 해 이종섭 전 장관에게 전화한 것”이라며 “이 전 장관에겐 재발 방지 차원에서 군 내부 조사를 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VIP 격노설에 대한 윤 전 대통령 측 입장이 점점 구체화되면서 바뀐 것은 당시 대통령실 회의에 참석했던 측근들의 진술이 번복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회의에 마지막까지 참석했던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임기훈 전 비서관은 지난 7월 특검 조사에서 앞서 국회에 나와 했던 진술과 달리 ‘윤 전 대통령이 순직사건 관련 보고를 받은 뒤 화를 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진술이 큰 틀에선 모두 ‘수사외압 혐의 부인’이라고 보고, 이와 배치되는 관계자들의 진술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16일에도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방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특검 측에선 정현승 부장검사가 조사에 참석해 윤 전 대통령에게 이 전 장관의 도피성 주호주 대사 임명 의혹에 대해 물었다. 특검은 두 차례 조사를 끝으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번주 수사외압 사건 피의자들을 기소할 방침이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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