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말 바뀌는 윤석열···“보고 없었다”더니 “무리한 수색에 화낸 것”

임현경 기자 2025. 11. 1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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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사건은 이른바 ‘VIP 격노설’로 대표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외압 의혹이 핵심으로 꼽힌다.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 넣은 것에 격노해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등은 2년 여 전 사건 발생 때부터 “보고 받은 게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가, “무리한 수색에 화를 낸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측근들 사이에서부터 말이 바뀌면서 윤 전 대통령의 진술도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 상병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만해도 VIP 격노설에 대한 윤 전 대통령과 당시 대통령실 입장은 ‘전면 부인’이었다. VIP 격노설은 채 상병이 순직한 이후인 지난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임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 넣은 수사단의 조사 내용에 격노하면서 이를 바꾸게 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대통령실 회의에서 채 상병 관련 보고가 없었고,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과의 통화도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의혹은 점점 커졌다. 이듬해 5월 국회가 채상병 특검법을 추진하자 윤 전 대통령의 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이 전 장관에게 ‘왜 이렇게 무리하게 수색 작업을 해 인명 사고가 나게 하느냐’고 질책성 당부를 했다”고 말했다. 격노한 적 없다던 윤 전 대통령이 순직사건 발생 10개월 만에 이 전 장관 질책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때쯤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이 서로 통화를 한 기록이 언론에 공개됐지만, 대통령실은 “(통화에서) 채 상병 얘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진실 규명작업은 특별검사팀으로 넘어왔다. 사건 발생 2년여가 지난 11일 윤 전 대통령은 특검팀 조사에서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채 상병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이 전 장관에게 군내 진상조사를 지시한 점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인 배보윤 변호사는 특검 조사를 마친 뒤 “윤 전 대통령은 ‘사단장 처벌’을 말한 적 없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당시 대통령실 회의에서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답을 제대로 못 해 이종섭 전 장관에게 전화한 것”이라며 “이 전 장관에겐 재발 방지 차원에서 군 내부 조사를 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VIP 격노설에 대한 윤 전 대통령 측 입장이 점점 구체화되면서 바뀐 것은 당시 대통령실 회의에 참석했던 측근들의 진술이 번복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회의에 마지막까지 참석했던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임기훈 전 비서관은 지난 7월 특검 조사에서 앞서 국회에 나와 했던 진술과 달리 ‘윤 전 대통령이 순직사건 관련 보고를 받은 뒤 화를 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진술이 큰 틀에선 모두 ‘수사외압 혐의 부인’이라고 보고, 이와 배치되는 관계자들의 진술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16일에도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방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특검 측에선 정현승 부장검사가 조사에 참석해 윤 전 대통령에게 이 전 장관의 도피성 주호주 대사 임명 의혹에 대해 물었다. 특검은 두 차례 조사를 끝으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번주 수사외압 사건 피의자들을 기소할 방침이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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