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일부의 펀드 옥죄기, 이재명 정부 ‘코스피 5000’과 엇박자”

곽정수 기자 2025. 11. 1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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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규제론 어떻게 볼 것인가 (하)
원승연·김우찬 교수 좌담
“행동주의·사모펀드 부작용 있지만
지배구조 개선·자본 효율화 순기능 더 커
사업재편 ‘창조적 파괴’ 성장에 도움
자본시장법 개정안, 펀드 이해 부족
사모펀드 겨냥 대신 GP 규제 필요
국민연금, 행동주의펀드 활용해야”
원승연 명지대 교수(오른쪽)와 김우찬 고려대 교수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행동주의·사모펀드 규제론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갖기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정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행동주의·사모펀드 규제에 앞장서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국내 대표적인 금융경제학자인 원승연 명지대 교수(경영학)와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영학) 교수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가진 좌담회에서 “행동주의펀드와 사모펀드는 일부 부작용이 있지만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 효율화라는 순기능이 더 크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과정에서 재계가 행동주의펀드 위협론을 제기한데 이어 토종 사모펀드(PEF)인 엠비케이(MBK)의 홈플러스 투자 실패 이후 일부 여당 의원들이 사모펀드 규제법안들을 잇달아 발의하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원 교수는 “사모펀드 제도 자체를 흔드는 것은 자본시장 발전과 경제성장에 역행한다”면서 “기관전용 사모펀드 자체보다 자산운용사(GP)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우리 국민연금도 일본 공적연금(GPIF)처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행동주의펀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승연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및 회계 담당 부원장(2017~2020년)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김우찬 교수는 행정고시 합격 후 재정경제부에서 일하다가 학자로 변신했다. 경제민주화 운동을 주도해온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두 교수와의 좌담회에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에서 곽정수, 이봉현 선임기자가 함께했다.

―재계가 상법개정 반대 논거로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권 위협론을 제기한다.

“(김우찬)행동주의에 대한 비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있었는데, 학계에서 수십 년 동안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며 대부분 정리됐다. 펀드의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이 더 많다.”

―행동주의펀드의 순기능은?

“(원승연)한국 주식의 저평가는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자산과 자본이 (투자나 주주환원에 쓰이지 않고) 과도하게 기업 내부에 쌓여있는 게 주원인이다.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 행동주의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한다.”

“(김)단순히 배당확대 등 주주환원뿐만 아니라 기업 구조조정, 사업 재편, 부실사업이나 유휴자산 매각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경제 전체로 자원의 재분배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성장에 도움이 된다.”

―자원 배분의 효율성은 성장률이 장기 하락 추세를 보이는 한국으로서는 의미가 큰 것 같다.

“(김)한국은 잠재 성장률이 낮고, 실제 성장률은 그보다 더 낮다. 노동과 자본을 늘리는 방법으로 더는 성장할 수 없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으로 자본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촉발하는 선봉장이 행동주의펀드다. 미국에서 자본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것도 행동주의펀드가 대형 상장사에서 주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지난 7월 이슈노트에서 한국경제의 성장 둔화 원인을 1990년대 이후 산업별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에서 찾았다.)

―MBK의 홈플러스 투자를 계기로 사모펀드 비판론도 거세다.

“(원)사모펀드는 위험자본 투자, 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자원의 재분배, 경영권 행사나 지배구조 이전을 통한 경영 효율성 및 기업가치 제고 등의 순기능이 있다. 반면 투자자의 사익과 운용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기업 파산, 실업, 지역 침체 등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을 유발하는 역기능도 존재한다.”

“(김)바이아웃펀드(경영권 인수를 주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의 한 유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미국에서도 적지 않았다. 실제 사모펀드가 인수한 영리 대학들은 대부분 부실화됐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이다. 대체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과학적 실증분석에 따르면 공장이 팔려 새로운 주인을 만나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노동자도 해고될 수 있지만 다른 직장에서 재고용이 되고, 추가 고용도 일어나, 전체적인 고용 감소는 1%에 불과하다.”

―펀드들이 단기수익을 과도하게 추구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김)사모펀드가 돈 버는 방법은 배당도 있지만, 기업가치 상승으로 인한 자본이득도 있다. 인수 대상 기업을 거덜 낼 정도로 무리하게 배당을 하면 기업을 제값에 팔 수가 없다. 펀드들이 무조건 단기주의로 대응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필립 아기옹과 피터 호윗은 ‘창조적 파괴’를 주장했다. 창조적 파괴 중 하나가 사업재편이다. 행동주의펀드는 사업재편을 촉발하고, 바이아웃펀드는 사업재편을 뒷받침한다.”

―사모펀드 규제를 목적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원)사모펀드의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 및 장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일부 사례를 들어서 사모펀드의 가장 중요한 투자 전략인 기업의 경영권 통제 및 지배력을 약화하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영진이 무능한데도 교체되지 않는 기업의 지배구조는 개선돼야 한다. 사모펀드는 대기업 오너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를 없애는 것은 경제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 사모펀드 제도 개편은 자산운용사(GP·업무집행사원)가 투자자(LP)의 단기이익을 추구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을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외국 입법사례는 어떤가?

“(김)미국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월가 약탈방지법’ 같은 규제 법안을 4번이나 발의했다. 인수 회사의 부채에 대해 바이아웃펀드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했다. 또 인수 이후 4년간 배당 제한과 2년간 사업장 폐쇄 및 인력 감축 금지를 담았다. 하지만 내용이 지나치다 보니 모두 부결됐다. 사모펀드에 대한 직접적 규제는 경영의 자율성을 해치기 때문에 간접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시대’를 국정과제로 내걸고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사모펀드 규제에 앞장서고 있는데?

“(원)정부여당이 앞뒤가 안맞는 행동을 하고 있다.”

“(김)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코스피 5000시대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다가, 홈플러스 사태를 이유로 MBK를 죽일 것처럼 몰아붙이더니, 이제는 사모펀드 규제에 앞장선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왼쪽)와 김우찬 고려대 교수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에서 ‘행동주의·사모펀드 규제론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갖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모펀드 규제법안을 좀 더 살펴보자. 민병덕, 장혜경, 한창민 의원안은 모두 공시의무 강화를 담고 있다.

“(원)사모펀드에 공모펀드와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펀드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미국에서 공모펀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도화됐다. 반면 제한된 투자자에게만 돈을 모을 수 있는 사모펀드는 규제 및 보호대상에서 제외됐다. 사모펀드의 자산운용을 폭넓게 허용하면서, 규제만 강화한다고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MBK가 문제가 있으면 제재하면 된다. 그렇다고 사모펀드 제도 자체를 흔들면 자본시장 발전이나 경제 성장에 도움이 안된다.”

(원칙적으로 공모펀드는 자금 모집·운용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엄격한 공시 의무가 적용되지만 사모펀드는 투자자 자격과 범위에 따라 공시가 완화 또는 면제된다.)

―김남근 의원안은 투자자(LP)를 통한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담았는데.

“(원)펀드 규제의 기본 목적은 투자자 보호이다. 투자자가 내부통제를 제대로 안했다고 해서 책임을 지울 수 있겠나? 실효성이 없다. 이는 자칫 투자자의 펀드 개입을 정당화할 우려도 있다.”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안정성의 위해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했는데?

“(원)펀드 자체에 대한 규제가 아니다. 투자자문업자법에 근거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운용사의 경우 금융당국에 대한 보고 및 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를 강화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사모펀드 규제 체계에 차이가 있다는데.

“(원)미국은 기본적으로 사모펀드가 규제대상이 아니지만, 대신 (사모펀드의) 자산운용사를 투자자문업자로서 규제하며 간접적으로 관리한다. 반면 한국은 2004년 처음부터 사모펀드를 규제 대상으로 했다. 현재 사모펀드는 일반인도 투자할 수 있는 일반사모펀드와 연기금 등 기관만 투자할 수 있는 기관전용사모펀드로 구분되어 있다. 두 사모펀드의 자산운용 방식은 거의 동일한데, 이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 대한 규제가 다른 게 문제다.

(2021년 이후 일반사모펀드 자산운용사(GP)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 제고를 위해 규제가 강화됐다. 투자자에 대한 분기별 운용현황 보고, 자산운용보고서 교부 의무 등이 부과됐다.)

―규제 대안을 제시한다면?

“(원)기관전용 사모펀드의 운용사(GP)를 집합투자업자로서 인가받도록 하고, 일반사모펀드 운용사와 동일하게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등록 절차만 거치면 되는 등 일반사모펀드 운용사보다 규제가 매우 약하다. 다만 사전적 규제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사법적 판단을 통한 사후적 제재가 중요한데, 현재는 사법부가 이해관계자 보호에 너무 소극적이다.”

“(김)사모펀드의 과도한 차입매수 문제는 돈을 빌려주는 금융사가 잘 대처하면 된다. 또 과도한 배당은 인수 대상 회사의 채권자가 막아야 한다. 현재는 금융사나 채권자가 제 역할을 못한다.”

―MBK가 조성한 펀드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데 국민연금이 투자자(LP)로 참여했다. 국민연금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원)국민연금이 투자자로서 사전에 GP의 자산운용행위에 대해 일정한 조건을 부여하는 것은 사적계약으로서 충분히 가능하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기금은 투자행위가 수익자인 이해관계자(국민)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단해야 할 신인의무가 있다. 공적연기금이 사모펀드 투자 규정을 마련하면, 사모펀드 문제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2019년 투자 결정 과정에서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하는 책임투자 원칙을 제정했는데, 실천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본 공적연금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이행을 강조하면서, 행동주의펀드를 적극 활용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사모펀드에는 투자를 많이 하지만, 행동주의펀드에는 자금을 맡기지 않는다.

“(김)다른 나라 연기금들은 모두 행동주의펀드에 투자한다. 국민연금이 (재벌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국민연금이 바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대통령이 바쁘더라도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민연금이 바뀌면 행동주의펀드가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 행동주의펀드가 활발히 움직이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민연금 이사장을 선임하기 위한 공모가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이 제 역할을 하려면 어떤 사람이 필요한가?

“(원)국민연금의 수익자는 국민이지, 정권이 아니다.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하다. 연금 스스로 규칙, 규정, 원칙을 만들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기금이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고 외국 주식만 매수한다며, 국내 증시에서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사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일본 공적연금보다 국내 주식투자를 적게 한다는 것은 대통령이 잘못 알고 있다.”

(한국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대비 국내 주식투자 비중은 14.8%(8월말 기준)로, 일본 공적연금의 25%(3월말 기준)보다 낮다. 하지만 한국 국민연금의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2%로, 일본 공적연금의 일본 증시 비중 5.9%보다 높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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