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쌓아도… 고학력 2030 장기 실업자 급증
3년 전 지방 국립대를 졸업한 최모(29)씨는 현재 경북 고향에서 부모의 농사를 돕고 있다. 대학 때 영어, 인턴 등 ‘스펙’을 쌓았지만 기업 취업이 쉽지 않았다. 졸업 후 준비한 경찰 공무원 시험도 번번이 낙방했다. 최근 다시 기업에 지원하지만 서류 전형 문턱조차 넘기 힘들다. 최씨는 “대출받아 작은 카페나 음식점 여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지방은 경기가 안 좋아서 선뜻 뛰어들지 못한다”고 했다.
최씨처럼 4년제 대학을 나왔지만 취업 전선에서 계속 고배를 마시는 20~30대 청년 백수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기업의 고용 여력이 준 데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대규모 신규 채용보다는 소규모 경력 채용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학력 2030’ 장기 실업자 급증
16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 이상 학력의 20∼30대 중 6개월 넘게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장기 실업자는 지난달 3만5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9월(3만6000명)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많다. 특히 이 중 25∼29세 연령대가 가장 많다. 1만9000명이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뒤 장기 백수 상태로, 지난 3월(2만명) 이후 가장 많았다.
2030의 고용 한파로 전체 장기 실업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6개월 넘게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장기 실업자 수는 지난달 11만9000명으로, 코로나 여파가 있던 2021년 10월(12만8000명)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특히 대학이나 직업 훈련소 등을 거쳐 본격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할 20대 후반(25~29세) 청년들의 취업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대 후반 청년 중 실업자, 임시·일용직 또는 가족 일을 돕는 무급 가족 종사자,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비경제활동인구)인 사람은 지난달 115만4907명에 달한다. 대학에 다니고 있거나 쉬고 있는 경우를 제외한 이 연령대 인구 292만1951명의 39.5%다. 학교를 나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아야 할 20대 후반 10명 중 4명은 임시직이거나 백수라는 얘기다.
20대 후반 청년에겐 창업도 돌파구가 되지 않는다. 20대 후반 자영업자(무급 가족 종사자 제외)는 지난달 10만6684명에 그쳐 1년 새 31%(15만4627명→10만6684명)나 줄었다. 올해 1월부터 10개월 연속 줄고 있다.
◇경기 침체, AI 확산 탓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이 꽁꽁 얼어붙은 배경으로 통상 위기와 내수 부진 속에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점을 첫손에 꼽는다. 지난 9월 한국경제인협회가 의뢰한 500대 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62.8%는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지난해 하반기(57.5%)보다 5.3%포인트 올랐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기업 중 56.2%는 그 이유에 대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및 기업 수익성 악화 때문”이라고 답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최근 침체가 길어지면서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양질의 일자리가 취업 시장에 진출하는 20대보다 적으니 실업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AI 확산으로 청년들이 입사해 담당하는 단순 업무 비율이 크게 줄어든 것도 청년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줄어든 청년층 일자리 21만1000개 중 20만8000개가 AI로 대체되기 쉬운 업종이었다. 생성형 AI인 ‘챗GPT’ 출시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출판업, 전문 서비스업, 정보 서비스업에서 청년 고용이 11.2%, 20.4%, 8.8%, 23.8%씩 줄어든 것만 봐도 AI의 영향력이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20대 후반 취업이 늦어지면 결혼·출산 등 생애 주기가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며 “20대 후반 청년을 대상으로 고급 AI 활용 교육 기회를 늘리고, 청년 고용을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사업성 높은 AI 관련 창업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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