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3만명이 “그냥 쉰다”, 국가적 재앙 될 청년 실업

20~30대 청년 중 구직 활동도 안 하고 ‘그냥 쉬었다’는 사람이 지난달 73만6000명에 달했다고 국가데이터처가 밝혔다. 통계 작성 이래 10월 기준 역대 최다였다. 4년제 대졸자 중 6개월 이상 실업 상태인 2030대 ‘장기 백수’는 3만5000명으로, 13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청년 인구가 매년 20만명씩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마저 고용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는 것이다.
20대 후반 청년 10명 중 4명은 임시직이거나 실업자이거나, ‘그냥 쉬었다’는 백수 상태다. 이렇게 ‘범(汎)실업자’로 분류되는 25~29세 인구가 120만명에 이른다.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이 늘면서 이들이 ‘실업자’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수치는 도리어 낮아지는 통계 착시까지 벌어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청년층 고용 악화가 일시적 경기 침체나 일자리 미스매치 수준을 넘어 구조적 위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28곳을 분석한 결과, 최근 2년간 50대 이상 채용이 55% 증가할 때, 20대 신규 채용은 10% 줄었다. 한번 뽑으면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직적 고용 제도 때문에 대기업들이 신입보다 검증된 경력직을 선호하고 그 결과 청년층 채용을 억제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인공지능(AI) 충격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최근 3년간 줄어든 청년 일자리 21만개 중 98%가 AI에 대체될 수 있는 ‘고(高)노출’ 직종이라고 한국은행이 분석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정보 서비스업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질 좋은 일자리부터 타격받고 있다. 고용의 저수지 역할을 하던 제조업과 건설업 불황도 겹쳤다. 내수 침체로 20대 자영업자가 30% 넘게 급감하며 고용의 대체 통로마저 막혀버렸다.
사회에 나온 청년들이 첫 직장을 찾지 못하고 ‘백수’ 상태가 지속되면 평생 괜찮은 일자리를 못 구할 위험성이 커진다.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되어야 할 청년층이 사회·복지 지출의 대상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을 고용시장으로 이끌어 들일 정책이 절박하다. 단기 알바나 현금성 지원 같은 땜질식 처방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신산업 투자를 가로막는 낡은 제도를 걷어내고 노동 유연화를 통해 기업이 신입 사원을 뽑을 여력을 만들어 줘야 한다. 청년이 ‘그냥 쉬는’ 사회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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