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수능이 끝난 후

수능 고사장 취재에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긴장감이 역력한 학생들의 표정을 마주하면 선뜻 말을 붙이기 어렵다. 수능이라는 무게를 생각하면 발걸음을 멈춰 세우기는 더욱 쉽지 않다. 취재에 응해준 학생들에게는 응원의 마음을 담아 질문을 건넨다. 진학을 희망하는 학과가 어딘지, 수능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게 있는지…. 수험생들의 이야기는 매년 11월 하루, 수백개의 기사 속에서 한 해의 기록으로 남는다.
6개월 전 만났던 고3 학생들에게는 조금 다른 질문을 건넸다. 직업계고 학생들이 주인공인 영화 ‘3학년 2학기’의 특별 상영회 자리였다. 영화는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부터 기업으로 파견돼 일하는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의 현실을 담고 있다. 이날 상영회에는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한 인천 지역의 고3 청소년들도 함께했다.
남동산단의 한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학생에게는 ‘수능이 끝나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 대신 ‘퇴근하면 주로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에서 수험생과는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매년 11월이 되면 수많은 상점과 기업들이 수험생 이벤트를 내걸고, 거리는 수능 응원 문구로 화려해진다. 영화를 만든 이란희 감독은 매년 11월 거리 곳곳에 걸리는 수험생 응원 플래카드를 보며 ‘일하는 청소년’을 떠올렸다고 한다.
2026학년도 수능 응시자는 7년만에 가장 많은 55만4천여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재학생 응시자는 5년간 최고치인 37만1천여 명이다. 증가한 수능 응시자만큼 가려진 비진학 청소년들의 존재도 늘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올해 수능 필적 확인 문구는 ‘초록 물결이 톡톡 튀는 젊음처럼’이었다고 한다. 학창시절을 바쳐 수능을 준비한 수험생들과 더불어, 다른 길에서 미래를 준비해 온 비진학 청소년 모두 박수받을 이유가 충분하다. 시험장 안과 밖에서 각자의 물결을 만들어온 모든 청소년에게 응원을 보낸다.
/송윤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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