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둑연대기] 대마불사, 흔들리는 시대를 견디는 마음

조용성 ㈔진주스포츠클럽 바둑지도자 2025. 11. 1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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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클 때도 묘수 숨어 있기 마련
개인·사회 내면 다지는 시간 중요

바둑 격언 '대마불사(大馬不死)'는 "큰 말은 쉽게 죽지 않는다"는 의미지만 단순한 기술 이상의 지혜를 담고 있다. 위기에 처한 대마(大馬)라도 뜻밖의 활로가 열리고 상대가 아무리 몰아쳐도 결국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수일수록 위태로운 모양에서도 침착하게 '살아가는 길'을 찾는다. 요즘 세상도 그렇다. 사회가 빠르게 흔들리고 경제와 국제 정세까지 불안한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사람들은 마치 사방이 포위된 대마처럼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나 대마불사의 시선으로 보면, 표면의 혼란 속에도 늘 살아날 틈이 존재한다. 위기가 크면 클수록 그 속에는 형세를 뒤집을 수 있는 묘수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바둑에서 대마가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공포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다. 당장은 잡힐 듯 보여도 실제로는 상대도 약점과 부담을 안고 있다. 인생과 사회도 마찬가지다.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공포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이들이 결국 더 앞서 나간다. 또한, 내부를 단단히 다지는 것이다. 대마는 두 집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겉으로 보이는 외면이나 외치는 말보다 내면의 실력·준비·수순이 단단하면 결국 무너지지 않는다. 혼란한 시기일수록 개인도, 사회도 '내면을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 시국을 대마불사에 비유하면 이렇다. 언뜻 포위당한 듯 보일 수 있으나 결코 끝이 아니라는 것. 대마처럼 위기의 순간에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다. 급할수록 길은 멀리서 보이고 혼란 속에서도 살아날 실마리는 반드시 존재한다.

또한 '대마불사'는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위기관리의 원칙이다. 바둑의 대마불사는 크게 세 가지 구조적 요소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내적 안정성의 확보다. 대마가 잘 살기 위해서는 외형보다 내부의 '두 집 구조'가 튼튼해야 한다. 이는 조직·국가·개인 모두에 적용된다. 겉으로 보이는 외연적 성장은 위기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다. 실제로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내부의 시스템, 자금력, 신뢰, 역량이다. 대마불사의 힘은 바로 이 '내부의 안정성'에서 나온다.

둘째, 양면성의 활용이다. 위기는 동시에 기회다. 바둑판에서 대마가 위기에 몰린 순간은 역으로 상대의 무리한 공격을 유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상대가 과도하게 몰아치면 오히려 허점이 생겨 반격의 수가 나온다. 사회적 혼란이나 경제적 침체 또한 마찬가지다.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구조를 재편하고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질서를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셋째, 장기적 시야와 국면 전환 능력이다. 대마를 살리는 과정은 대부분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이다. 고수는 포위망을 즉시 뚫으려 하지 않고, 형세 전체를 활용해 천천히 국면을 바꾼다. 현 시국에서 필요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단기적인 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거시적 변화를 관찰하고 대응 전략을 세우는 능력이 중요하다. 위기 속에서도 구조적 안정성과 장기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 결국 전세를 뒤집는다. 고작 1%의 승률에서도 말이다.

오늘의 시대를 견디는 이들에게 그리고 자신만의 바둑판 위에서 고민하는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넨다.

"흔들릴 수는 있어도 부디 부러지지는 말길. 살아갈 길은 언제나 어딘가에 숨어 있음을."

하루 2000원으로 1년 동안 서울 개포도서관에서 독서로 살아본 자 올림.

/조용성 ㈔진주스포츠클럽 바둑지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