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장애물이 곧 길이다”…편안한 시대의 역설
최근 네이버 콘퍼런스에 다녀왔습니다. 네이버가 검색 지도 광고 등의 사업을 어떻게 해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네이버가 말하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개인화에 맞춘 맥락이었습니다. 어떠한 사람인지 파악해서 그에 맞게 설루션을 제공한다는 거죠. 러닝을 좋아하는 홍길동이 ‘부산’을 검색했을 때, ‘부산에서 러닝하기 좋은 곳’을 미리 제안하고, 러닝 장비 대여점의 예약까지 곧바로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백화점 매장에 걸린 옷이 내 체형과 맞는지 확인해 보는 시대를 떠나 보내고, 맞춤정장으로 옷을 입혀주는 시대를 열겠다는 거죠.
이러한 흐름은 네이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플랫폼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요즘 플랫폼은 어쩌면 나보다 더 나를 잘 알 겁니다. 백과사전을 들이밀며 “우리 이만큼 정보가 많다”고 자랑하는 것은 구태요, A4용지 1장으로 핵심만 요약해서 “네가 필요한 정보는 이거 맞지?”라고 내미는 것이 혁신인 세상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수많은 가능성 속의 불안한 선택 영역에서 벗어나 쉬운 판단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어떤 것을 취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할지 말지, 갈지 말지만 판단하면 되죠.
사실 이미 익숙합니다.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는 내가 재밌어 할 만한 추천 영상을 띄워놓고, 볼지 말지만 결정하게끔 합니다. 흥미로운 영상을 봤더니, 곧바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것인지 옆구리를 찌릅니다. 이윽고 우린 손쉬운 쾌락에 쉽게 무너지곤 하죠. 하지만 쾌락엔 대가가 따르는 법, 우리는 점점 더 편향된 사람으로 학습되고 있습니다. 결국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편안함을 느끼곤 합니다. 문제는 그 편안함에 익숙해지면, 아집과 독선을 낳게 되죠.
그래서 우리는 불편에 익숙해져야 하나 봅니다. 앉으면 눕고 싶으며 누우면 자고 싶은 것이 만고의 진리이지만, 편안함은 중력과 같아서 우리를 손쉬운 경로로 이끌고 더 낮은 곳에 머물게 합니다. 하지만 성장은 언제나 중력을 거스르는 방향에서 일어납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러닝, 혹은 허벅지가 터질 듯한 산행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뎌낼 때, 비로소 강인함을 얻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지금 당장 써먹을 정보가 빼곡하게 많지 않을지라도, 신문의 활자를 읽으며 거시적인 안목과 암묵지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청의 불편함은 또 어떻습니까. 특히 한 분야에서 오래도록 경력을 쌓았다면, 머릿속엔 수많은 경험과 연륜에서 발현된 직관적 빅데이터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쾌한 결론을 잠시 보류하고 상대의 미숙하거나 불필요해 보이는 이야기도 끝까지 들어주는 불편한 인내를 감수할 때, 역설이 발생합니다. 견고한 빅데이터는 비로소 경신의 기회를 얻고, 예상치 못한 변수를 포용하며 더 높은 차원의 의사결정으로 진화하죠.
고대 아테네의 소피스트들은 사람들에게 듣기 편하고 설득력 있는 지식을 파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것은 당장의 명성과 이익을 위한 가장 편안한 길이었죠.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정반대의 불편한 길을 택했습니다. 그는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선언하며,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의 집요한 질문은 대화 상대를 무척이나 불편하고 성가시게 만들었으며, 결국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극단적인 불편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대화는 맹목적인 믿음을 넘어 철학이라는 위대한 지적 성장을 인류에게 선물했습니다. 편안한 판단이 아닌, 불편한 성찰이 낳은 혁신이죠. 그리고 2000년 전, 전장의 막사 안에서도 사유를 멈추지 않았던 로마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장애물이 곧 길이다”고 했습니다. 불편함은 성장을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우리가 딛고 넘어가야 할 본질적인 디딤돌이라 알려줬죠.

분명 세상은 편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기술의 진보일 뿐, 세상은 언제나 불공평하고 나를 괴롭히는 것 투성입니다. 그래서 늘 불편과의 도피를 꿈꾸죠. 그럼에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회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리라 다짐해 봅니다. 여러분도 그러길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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