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종묘 일대 재개발 계획에 ‘유산영향평가’ 요청…서울시 ‘미적’

유네스코가 지난 4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종묘~퇴계로’ 세운지구 재개발 계획 전체에 대해 종묘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 시행을 요청했다. 종묘 맞은편 건물 높이를 최고 145m로 올려 논란이 된 세운 4구역뿐 아니라 지난해 변경·고시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 전반에 대한 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서울시는 “영향평가 절차를 밟을 경우 장기 표류한 세운지구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반년이 넘도록 시행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가 서울시에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권고한 배경과 그간 논의 과정을 정리해 보았다.
“종묘에 악영향 우려 해소 필요”
서울시는 재개발 계획 변경 절차를 마무리할 무렵인 2024년 6월 유산청을 통해 해당 사업에 대한 보고서를 유네스코에 보냈다. 이후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자료를 검토해, 올해 4월 다시 세계유산영향 평가를 권고하는 공문을 유산청을 거쳐 전달한 상황이다. 유산청은 외교 관례에 따라 유네스코의 공문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이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에 미칠 우려가 있고,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완전하고 포괄적인 세계유산영향평가가 필수라는 방침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개발과 보존, 균형을 찾기 위한 과정
유산청에 따르면, 지난 1995년 종묘가 세계유산에 등재될 당시 이코모스 권고 사항엔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건물 건축 허가는 없을 것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세운지구 재개발 계획 변경 과정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유산청은 2023년 11월 서울시가 계획 변경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자 세운 4구역 높이 55m(종로변)·71.9m(청계천변) 초과 땐 문화재청 협의, 3·5·6 구역은 향후 세계유산영향평가 등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고 회신했다. 세운 4구역 변경 계획이 고시되기 전, 관계기관 협의 과정에서도 유산청은 높이를 변경하지 말 것을 요청했으나 서울시는 사업 여건 변화 등에 따라 높이·용적률 상향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를 개정(2023년 10월4일 시행)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서울시 국가지정문화재는 외곽 경계서 100m) 밖이더라도 건설공사가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면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해당 조례 의결이 무효라며 소송(최근 패소)을 내긴 했지만, 서울시의 재개발 행보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서울시, 밀어붙이고 정부는 소극 대응
한편, 유산청은 종묘 주위 19만4089.6㎡를 국내법에 따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기로 한 데 이어 17일 허민 청장이 서울시에 세계유산영향평가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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