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합의로 ‘온플법’ 비상, 빅테크 횡포 그냥 놔둘 건가

한·미 양국이 지난 14일 발표한 관세·안보 분야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서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고 합의했다. 한국 정부의 디지털 분야 규제 움직임을 비관세 장벽으로 본 미국의 입장이 관철된 것이다.
이번 합의로 대형 온라인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온플법의 규제 대상에는 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구글·애플·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다수다. 그간 미 행정부와 의회가 지속적으로 견제구를 날려왔는데, 이번 팩트시트에 명시된 것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줄이기 위해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정해 불공정행위를 사전에 막는 독과점 규제보다는 입점업체·플랫폼 이용자의 권익 보호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플랫폼 산업 특성상 독과점 사업자에 대한 직접 규제 없이는 ‘반쪽 대책’에 불과하다. 불공정행위의 조사와 처벌에 걸리는 시간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한 디지털시장법(DMA)을 제정하고, 지난 4월 애플·메타에 7억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한 유럽연합(EU)의 대응과도 대비된다.
빅테크 기업들이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면 국내 통신망을 이용하면서도 망 사용료는 ‘무임승차’한다는 논란처럼 국내 기업의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구글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요구 등 안보 관련 현안까지 수용해야 할 공산도 크다.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지능화·고도화하는 빅테크의 횡포를 정부가 막지 못한다면 누가 그 일을 하겠는가.
이번 합의와 무관하게 빅테크 규제는 추진돼야 한다. 온플법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국내 플랫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통상 합의와 충돌하지 않는다.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기구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거나 EU 및 국제기구 등과의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등 다양한 대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발전으로 기술과 시장을 독점한 기업들의 불공정행위, 우월적 지위 남용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정부가 결코 손을 놔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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