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날 때, 우리는? [김연철 칼럼]

한겨레 2025. 11. 1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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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베이징을 무대로 펼쳐질 외교의 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남북 관계의 단절 때문에, 한국은 구경꾼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당분간 남북 관계를 재개할 가능성이 없다. 대결과 협력이 교차하는 이중구조의 남북 관계에서 대화의 시간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악재는 교착의 시간이 되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1차 정상회담 도중 정원을 함께 걷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연철 | 전 통일부 장관·인제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만나지 않았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제재 완화까지 제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구애를 김정은 위원장은 외면했다. 협상이 아니라 만남 자체는 얻을 것이 많은데, 왜 그랬을까? 핵심은 중국 변수다. 북한은 중국을 의식했다. 미국과의 담판을 준비한 중국을 고려해서, 이번에는 참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베이징을 방문한다. 미-중과 북-중 사이에서 북-미가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최근 한반도 질서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북-중 관계다. 9월 초 중국의 전승절을 계기로 6년 만에 북-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후 양국 관계가 달라졌다. 중국은 더 이상 비핵화를 말하지 않는다. 양국의 경제협력도 달라졌다. 북-중 무역액이 코로나19 이전 국면으로 회복했고, 국경무역이 활발해졌다. 9월 말 최선희 외무상과 왕이 외교부장의 베이징 회담 이후 노동신문은 ‘실질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실질 협력’이라는 단어를 주목해야 한다. 9월 이전에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원했지만, 중국은 유엔 제재라는 국제 규범을 지키겠다고 했다. 북-중 관계의 거리가 존재했다. 북한의 경제구조에서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가 아무리 활발해도, 북-중 경제 관계를 대체하기 어렵다. 지리적 가까움, 무역 의존도, 중국산 기계 설비가 대부분인 산업 연계 때문에, 북한의 무역에서 중국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해왔다. 9월 이후 중국은 국제 규범 준수라는 명분을 유지하면서 융통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방향을 정하면, 실질 협력은 지방의 몫이다. 양국 국경은 상호 의존의 역사가 길어서, 아주 오랫동안 하나의 경제권처럼 움직였다. 러시아 파병으로 북한에 현금이 돌면서, 북한의 수입 능력이 생겼다. 중국의 전기차 열풍으로 남아도는 내연 중고차들이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경의 특수성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은 비공식 무역이 얼마든지 많아질 수 있다. 유엔 제재를 준수하면서, 양국의 실질 협력이 가능한 분야도 있다. 바로 관광이다. 북한은 원산 갈마의 거대한 관광단지를 채울 관광객이 필요하다.

중국은 트럼프와의 두번째 담판에서 북한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과거 남·북·미 삼각관계에서 남북관계로 북한을 설득하고 한-미 관계로 미국을 설득해서 북-미 관계를 진전시켰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중국이 한국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결정적 약점인 대통령과 실무 부서의 소통 부재로 생긴 공백을 중국이 메우려고 시도할 것이다. 앞으로 휴전과 경쟁을 반복할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북한 문제는 속도 조절 소재로 부상했다.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면 다행이지만, 한국 외교의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내년 4월 베이징을 무대로 펼쳐질 외교의 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남북관계의 단절 때문에, 한국은 구경꾼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당분간 남북관계를 재개할 가능성이 없다. 대결과 협력이 교차하는 이중 구조의 남북관계에서 대화의 시간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악재는 교착의 시간이 되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갈 길이 먼데, 장애물만 늘어나는 국면이다.

지금 모든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분야는 한-중 관계다. 더 늦기 전에 한·중 양국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서,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이벤트가 지속 가능한 협상의 입구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중 양국은 공동의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중국의 ‘쌍중단’, 즉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북한의 핵·미사일 중단은 이재명 정부의 단계적 북핵 해법, 즉 동결 환경 조성이 급선무라는 인식과 교집합이 있다. 중국의 전략인 쌍궤 병행, 즉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체제의 병행론도 일치한다. 한·중의 전략적 소통으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고, 한국은 미국을 설득해서 남·북·미·중이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참여하는 4자 회담을 시작할 때가 왔다.

이재명 정부는 ‘영혼까지 갈아 넣어’ 관세와 무역 갈등의 국면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 있다. 그러나 외교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지정학이 부활한 시대에 대부분의 중간지대 국가들은 생존전략을 고민한다. 전통적인 동맹 의존으로 대응할 수 없는 시대다. 복합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외교와 국방, 그리고 남북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실용 외교의 전략, 인사, 제도를 점검할 때다. 전략이 없는 전술만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 없고, 목표가 없는 실용은 길을 잃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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