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영화⑩ 여고괴담-‘직접’ 복수하는 ‘젊은 공포’의 시작 [평론가시선]

■ 58년, 한국 공포영화의 여정
1960~70년대 한국 공포영화의 주 관객층은 ‘고무신’ 관객이라 불렸던 중년의 여성들이었다.
다소 폄하적 시선이 깃든 표현이지만 여기에는 당시 공포영화의 내용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는 힌트가 담겨 있다.
당겨 말해 1960~70년대 한국 공포영화는 기혼 남녀의 치정에 얽힌 멜로 드라마적 서사가 주를 이루었다.
한국 공포영화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영화 '월하의 공동묘지'(권철휘·1967)만 보아도 그렇다.
결혼한 명선과 그 옆자리를 차지하려는 찬모 난주, 그리고 무력한 남편 한수는 결국 명선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렇다면 이때 원한을 품고 귀신으로 나타난 명선에게 이입할 수 있는 이들, 난주의 고통에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이들이 바로 당시 공포영화의 관객, 중년의 여성들이었을 것이다.
다수의 ‘한(恨)’ 시리즈뿐만 아니라 그 외의 공포영화 서사가 '월하의 공동묘지'와 비슷하다 할 때, 이러한 관객의 형성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공포영화의 관객들을 생각한다면 이는 분명 의아함을 남긴다.
그렇다면 과연 이 변화의 기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바로 이 전환점을 만든 영화가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이었다.

■ '여고괴담', 변화의 시작
다시 과거의 공포영화로 돌아가 보자.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던 공포영화는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거의 자취를 감춘다.
이는 관객이 공포영화를 찾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그 자리를 다른 무엇이 대체하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1980년대 한국 영화계 내 공포영화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품고 있었다.
관객들은 식상해진 귀신 이야기에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비디오를 통해 밀려들기 시작한 미국식 공포영화에 환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다수 유입되었던 슬라셔 물들, 즉 대학생들이 외진 곳에 놀러 갔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에게 희생당하는 유의 영화가 한국 공포영화의 부재를 메우고 있었다.
이처럼 주인공들의 일탈과 연애, 그리고 응징의 공포 등이 전혀 다른 관객을 만나는 장르로 자리 잡아 갈 때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학업 스트레스에 깔린 불안과 기성세대의 강요와 차별을 공포로 전환시킨 영화 '여고괴담'이 등장했다.

■ '젊은 공포'…귀신이 달라졌다
이 작품은 영리하게도 한국식 공포와 서구식 공포의 절묘한 결합을 통해 한국 공포영화의 주 관객층을, 판도를, 그리고 귀신의 파괴력을 변화시켰다.
'여고괴담'은 원한을 지닌 귀신이면서 직접 해를 가하는 ‘진주’(최강희 분)를 등장시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공포를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여고괴담'의 진주는 성적 차이와 집안의 차이 등으로 가장 친한 친구와 떼어놓으려는 선생님과 친구들로 인해 원치 않는 죽음을 맞는다.
진주는 자신을 알아봐 줄 누군가를 기다리며 죽은 후에도 학교에 다녔지만, 그에게 먼저 말을 건 이가 나타난 것은 너무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과거 명선이 그랬던 것처럼 진주의 원한에는 슬픔이 묻어 있었다.
그러나 나타나는 것만으로 가해자를 위협했던 과거의 귀신들과 다르게 진주는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이들을 직접 처단했다.
마치 슬래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생을 찾아 응징하는 행위는 잔인한 장면들로 가시화되었다.
한국 공포영화의 정서와 서구의 직접적 가해의 결합은 현실적 면에서도 사회적인 공포를 그려내며 한국 공포영화의 판도를 바꾸었다.

■ '여고괴담', 전(前)과 후(後)
영화 '여고괴담'은 당대 많은 학생의 공감 속에서 신선한 공포영화로 자리 잡았다.
이때의 신선함은 영화 '여고괴담'이 시도한 신인 배우들의 기용에서도 드러나는 것이었다.
영화 '여고괴담'은 인물들의 비중으로 내용을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조성했고, 시리즈물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배우가 처음으로 얼굴을 알린 작품이 되었다.
영화 '여고괴담'으로 치정에서 벗어난 한국 공포영화는 학생들 사이의 왕따 문제나 인터넷상의 폭력과같이 젊은 층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내용이 주가 되었고, 현재에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장르적 실험을 담당하는 장르가 되었다.
● 영화 '여고괴담' 이야기

하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영화의 내용 중 교사를 부정적으로 그린 데에 우려를 표하며, 상영금지가처분신청 등의 법률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오히려 비판받는다.
둘,
1998년 7월 17일 영화 '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의 개봉을 계획했던 강우석 감독은 모처럼 등장한 한국의 흥행작 '여고괴담'의 상영 망이 망가질 것을 우려해 자신이 배급하던 서울극장에서의 영화 개봉을 미룬다.
셋,
개봉 이틀 만에 서울 18개 극장에서 7만 명, 서울 78개 극장에서 18만 명을 동원하며 조조 일부를 제외하고 전회 매진의 기록을 세운다. 개봉일 관객의 30~50%는 교복 입은 학생들이다.
넷,
영화 '여고괴담'이 흥행하면서 학교에서는 책상에 이름 새기기, 분신사바, 교사들에게 별명 붙이기 등이 유행한다.
다섯,
영화 '여고괴담'이 흥행하면서 여기저기에서 ‘괴담’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기도 한다. 처음 박기형 감독은 '여고괴담' 연출을 제안받고 공포영화이며, ‘괴담’이라는 제목과 설정의 일본 색을 걱정하여 거절하려 했다.
글 : 영화평론가 송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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