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화답…현대차 정의선, 5년 125조원 국내 투자 약속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앞으로 5년 동안 125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현대차·기아는 미국의 고율 자동차 품목 관세 부과로 부담이 컸던 1차 협력사의 대미 관세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이날 주요그룹 총수들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성공적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와 한·미 협상 타결로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마련해 준 대통령, 정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관세협상을 통해서 현대차 그룹은 경쟁력을 보강하면서 글로벌 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번 (관세협상 후속) 합의가 현대차그룹과 협력사 등 모든 생태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국내에 125조원, 연간 25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지난해 우리가 계획한 2029년까지 총 11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에서 8조2천억원가량이 증가한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기아는 이 투자금을 미래 신사업 경쟁력 확보에 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동화, 로보틱스, 수소에너지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조5천억원 △모빌리티 성장 동력 확보 위한 연구개발(R&D) 38조5천억원 △생산거점 효율화 및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건설 등 경상투자에 36조2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미래 신사업 투자는 인공지능 인프라와 로봇 산업, 그린 에너지 생태계 발전에 초점이 맞춰진다. 최근 엔비디아와 협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현대차는 인공지능 모델 학습 및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고전력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피지컬(Physical)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차 등에서 생성되는 학습 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페타바이트(PB)급 데이터 저장소를 확보한다는 취지다. 또 피지컬 인공지능을 활용해 확보한 고객 맞춤형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도 조성할 계획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재생 에너지가 풍부한 서남권에 1기가와트(GW) 규모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플랜트(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고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를 건설하며, 인근에 수소 출하센터 및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의 투자 계획 발표는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국내 산업 공동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번 발표에는 지난해 218만 대였던 완성차 수출을 2030년 247만 대로 늘리고, 특히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전동화 차량 수출을 지난해 69만 대에서 2030년 176만 대로 2.5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도 담겼다. 현대차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중장기 국내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대한민국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협력사 관세 지원과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또한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25%의 자동차 품목 관세를 부과한 뒤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 1차 협력사의 관세 부담액을 전액 소급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규모는 1차 협력사의 수출 실적을 집계한 뒤 확정해 소급해서 지급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1차 협력사가 부품 등을 현대차·기아 미국 법인(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등)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부담할 관세에 대해서는 매입 가격에 반영해 협력사의 관세를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1차 협력사뿐만 아니라 직접 거래가 없는 5천여개 2·3차 중소 협력사에 대해서도 신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현대차·기아는 “협력사의 운영자금 확보와 유동성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협력사 경영 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구광모 엘자(LG)그룹 회장, 정기선 에이치디(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7인의 재계 총수급이 참석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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