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주가지수연계정부(E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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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01년부터 10여 년간 파생상품 거래 규모에서 세계 1위 국가였다.
그러나 2010년 도이치증권의 '옵션 쇼크' 등 사건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은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쏟아냈다.
고공행진하는 주가가 정권의 실책을 가려주고 지지율의 안전판 역할을 해주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제1 목표는 금융안정이 아니라 주가 부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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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빚투엔 관대한 李정부
주가를 지지기반으로 활용
금융과 경제안정 지키려면
부채 리스크부터 점검해야

한국은 2001년부터 10여 년간 파생상품 거래 규모에서 세계 1위 국가였다. 그러나 2010년 도이치증권의 '옵션 쇼크' 등 사건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은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쏟아냈다. '시장 활성화'보다는 '투기 차단'이 우선이라는 메시지였다.
2021년 가상자산 광풍에 대응하는 금융당국의 태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스템 리스크를 흔들 수 있다'는 이유로 고강도 규제를 퍼부었다.
당국의 이런 대응 논리는 분명했다. 투기가 과열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금융 시스템에도 균열이 간다는 판단이다. 시장에서는 "지나친 규제는 '교각살우'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지만, 당국은 "투자자 보호가 우선"이라고 맞섰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의 모습은 과거와 전혀 딴판이다. 코스피 급등에 가려진 각종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켜지고 있음에도, 이를 애써 외면하는 모양새다. 경고 대신 묘한 안도감마저 내비친다.
시장의 몇 가지 지표만 보자.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1월 들어 불과 일주일 만에 1조원이 넘게 불어났다. 10월 한 달 증가폭(9025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증가액도 연중 최대치다. 리스크에 취약한 2030세대의 증가폭이 특히 가파르다.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6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였던 2021년 버블기 기록을 넘어섰다.
이 같은 지표들은 이른바 '코스피 4000시대'를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가 빚투라는 사실을 가리킨다. 투기 광풍과 빚투의 결합은 리스크 회피 본능을 가진 금융당국이 가장 경계해온 패턴이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은 이 공식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신용대출 증가가 가계부채 건전성에 위협을 주지 않는다"고 했고, 권대영 부위원장은 "빚투도 레버리지 투자의 한 형태"라고 했다.
한국 금융 안정의 '파수꾼'이 왜 스스로 방패를 내려놓은 것일까. 답은 어렵지 않다. 정권이 주가지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공행진하는 주가가 정권의 실책을 가려주고 지지율의 안전판 역할을 해주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제1 목표는 금융안정이 아니라 주가 부양이 된다. 부동산 '일타 강사' 논란을 빚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강남 아파트 한 채를 처분한 뒤, 그 대금 일부로 국내 주가지수 추종 상품을 매수하는 '이벤트'를 연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시장에선 이재명 정부를 두고 '주가지수연계정부(ELG·Equity-Linked Government)'라는 말까지 나온다. 주가지수를 마치 정권의 보험증권처럼 여기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 시장 변동성에 대한 정책 대응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경고를 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긍정 신호를 던지게 된다.
둘째, 빚으로 쌓아 올린 지수는 충격에 취약하다. 반대매매가 한번 불붙으면, 빚투는 금융 불안의 뇌관으로 돌변한다.
지금 한국 증시는 경제 기초체력 강화와 실물 경기 회복의 결과물이라기보다, 빚과 기대가 만들어낸 '얇은 얼음판' 위의 랠리에 가깝다. 부동산 '영끌'은 옥죄면서, 주식 '빚투'는 사실상 장려하는 이재명 정부의 모순된 정책은 언젠가 정권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정권이 경제를 안정시키고 싶다면, 먼저 주가지수를 정치적 성과로 소비하려는 유혹부터 끊어내야 한다. 숫자는 언제든 반전될 수 있다.
정권이 진정으로 금융 안정과 국민 자산을 지키고자 한다면, 주가 부양보다 빚투 리스크부터 점검해야 한다. 지수는 정권의 장식물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안전성을 가늠하는 경고등이다.
[손일선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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