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민초에서 경찰로…권력의 얼굴을 그리다

윤태민 기자 2025. 11. 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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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규 작가 일곱 번째 소설집 ‘불나방’ 출간
6·25·여순·제주4·3 잇는 역사적 상흔
신동규 지음/신아출판사 펴냄.

장흥 출신 신동규 작가가 일곱 번째 소설집 '불나방(신아출판사)'을 펴냈다.

이번 책에는 표제작 '불나방'을 비롯해 '고잉 홈', '노고단에서 요새미터까지', '다시 강만리에서' 등 9편의 단편과 한강 작가 '작별하지 않는다'를 다룬 글 등 4편의 평설이 함께 실렸다.

신 작가는 1999년 계간 '문예연구' 신인상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지난해에는 계간 '표현'에서 평론에 당선되며 소설과 평론 두 장르를 넘나드는 역량을 인정받아왔다. 이와 함께 여수해양문학상·전영택문학상·광주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지역 문단에서도 굳건한 위치를 다졌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 세계는 역사 속에서 핍박받았던 민초들의 삶을 중심에 두었지만, 이번 소설집에서는 처음으로 '권력의 상징이었던 경찰'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신 작가는 "6·25, 여순사건, 제주4·3을 겪은 민초들의 서사만 바라보다가 이번엔 명령을 수행해야 했던 경찰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호남정맥 중심부 산골에서 태어나 철이 들 무렵 가족이 관련된 여순사건을 겪으며 제주4·3의 실상을 체감했고, 그 경험이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역사적 인물도 눈길을 끈다. 임진왜란 직전 일본에 파견돼 "변란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했던 동일 김성일이 실제 전쟁이 일어나자 의병을 이끌고 싸우다 전사한 사실을 떠올리며, 작가는 "잘못을 뉘우치고 붓 대신 칼을 든 그 삶의 아이러니가 경찰 서사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소설집 제목 '불나방'에는 작가의 세계관이 압축돼 있다. 하루살이과 곤충인 불나방은 하루를 모두 살면 천수를 누린 것이나 다름없지만 밤마다 불빛을 향해 날아가 스스로를 태운다.
신동규 작가.

신 작가는 "자신을 불태우는 미물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며 "참혹한 시대에 무엇을 선택해야 했는가, 인간의 존엄은 어디에서 지켜지는가를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늦깎이 작가"라 부르며 "평생 두세 권이나 낼 수 있을까 했는데 벌써 일곱 번째다. 감개무량하지만 이번 작품은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더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신 작가는 장편소설 '그리고 다시는 고향에 갈 수 없으리', '빼앗긴 제국'과 소설집 '운명에 관하여', '흰까마귀산', '크메르의 미소' 등을 발표했다. 현재는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소설가협회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