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51. 한국인의 넋을 위로하는 얼굴, 권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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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태어난 권순철(81)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고, 미술대회에 나가 상을 받으며 화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대구 경북고등학교에 입학 후 교내 미술부에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미술대학 진학을 준비한 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 입학해 1971년 학사를, 1984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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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태어난 권순철(81)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고, 미술대회에 나가 상을 받으며 화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대구 경북고등학교에 입학 후 교내 미술부에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미술대학 진학을 준비한 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 입학해 1971년 학사를, 1984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하였다.
1960년대 미대 재학시절 권순철은 일본에서 유학한 교수들의 영향으로 추상을 주로 그렸으나, 1960년대 후반, 군 제대 후 '우리 문화를 찾아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에 동참해 한국 고유의 것에 몰두하게 된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할 무렵 한국인의 얼굴, 산과 강 등 토착적인 주제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게 된다.
"대학 때부터 한국적인 것을 찾았다. 그것은 얼굴이고, 넋이고, 산이었다. 스타일이나 주제를 바꾸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충동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주제에 몰두하면 몰두할수록 주제가 더 강해지고, 힘이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 (이진숙)
1980년대 말 전업 작가로서 안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해외 활동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권순철은 45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1989년 프랑스로 이주한다. 1991년에는 이영배, 곽수영, 정재규, 김남용 작가와 함께 재불 작가를 중심으로 다국적 작가회 '소나무'를 창립해 활발히 활동한다. 당시 그는 작가로서 자신감도 있었지만, 현지에서 느끼는 문화적 차이와 예술적 거리감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작업해 몰두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도 권순철은 한국적인 정서와 토착적 원형 탐구를 지속하며 연구를 심화시켜 나갔다.
작가는 주로 '얼굴', '산', '넋'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아 평생을 다뤄왔는데, 그 계기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다. 10살도 되기 전 한국전쟁 중에 부친과 삼촌을 잃고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그는, 당시 참혹한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전쟁의 충격과 가족의 죽음 그리고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넋이 나간 표정, 허무하게 죽은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그림으로 형상화하기 시작했다. (정영숙)
"세월이 쌓인 노인들의 얼굴이 좋다. 그 얼굴들은 고난을 겪고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가 다 들어 있는 얼굴들이다. 그들은 좋은 표정을 가지고 있다. 절망을 이겨낸 선한 얼굴들이다. 이런 좋은 얼굴들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이진숙)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권순철의 '얼굴'(1990)은 고통스러운 듯 일그러진 노인의 얼굴이 100호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 단순한 형상은 그저 얼굴의 재현에 머무르기보다 인물의 삶과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 작가의 시선을 드러낸다.
작품을 통해 잘 알지 못하는, 본 적 없는 타자의 얼굴과 마주하게 된 우리는 얼굴이 건네는 어떠한 메시지를 읽도록 요구받는다. 뒤로 제쳐진 얼굴의 각도, 두꺼운 물감층, 거친 붓질들은 얼굴 형태를 불분명하게 만들며, 인물이 가진 복잡한 감정과 불안하고 혼란스러움 등 내면의 정서를 드러낸다. 특히 거의 감긴 듯한 눈매, 땅이 갈라지듯 굵게 패인 주름, 한탄을 내뱉는 듯 엷게 벌어진 입술은 평생 이어진 노동의 흔적을 암시하며, 일생에 걸친 고통과 단절 그리고 슬픔과 절망감을 불러일으킨다.
1990년을 살아가는 노인의 삶이란, 이 땅의 역사만큼이나 평탄했을 리 없다. 굴곡진 한국의 역사만큼이나, 온갖 풍파를 겪으며 살아낸 평범한 노인의 모습은 한 개인이 역사의 일부가 되는 과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또한 타자로서 이 얼굴이 우리에게 보내는 호소는 우리의 자기중심적인 삶에 대해 응답을 요청한다. 세계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힘없는 인간의 허망하고도 위대한 삶을 표현한 이 얼굴이 과연 오늘의 나, 그리고 내일의 나와 무관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최옥경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참고자료
1. 이진숙, 슬프고 아름다운 한국인의 초상, '이진숙이 만난 우리 시대 미술가' 화가 권순철, 톱클래스(topclass.chosun.com)
2. 정영숙, <권순철 - 한국인의 원형 찾는 고독한 관찰자>, 서울아트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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