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합의에 ‘온플법’ 사실상 중단…미 빅테크 규제길 막혔다

한·미 양국이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당정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빅테크의 불공정 거래를 사전 규제하는 길이 막히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줄고, 가격 경쟁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 양국은 지난 14일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를 통해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온플법은 크게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에 관한 법률’(독점규제법)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공정화법)로 나뉜다. 전자는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정해 끼워팔기 등 불공정 행위를 사전에 막는 내용을, 후자는 입점업체 등 플랫폼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양국이 연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장관급 공동위원회를 열고 비관세 분야 이행계획을 확정짓기로 하면서 독점규제법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간 미 의회는 독점규제법이 구글·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정부는 이번 합의 이전에도 미국 반발을 고려해 독점규제법 추진을 사실상 보류한 상태였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9월 인사청문회에서 “통상 협상이 중요한 상황인 만큼 독점규제법을 과감하게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거래 불공정을 다루는 공정화법 제정에 주력해왔다. 이번 합의로 독점규제법은 포기하고, 공정화법에 힘을 싣는 흐름이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16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공정화법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서비스업자에게 중개거래 계약서 서면 발급 의무를 부여하는 등 규제 강도가 크지 않고, 모든 플랫폼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만큼 통상 문제와 연관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플랫폼 독점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EU(유럽연합)의 정책과 대조적이다. EU는 글로벌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해 디지털시장법(DMA)을 제정했으며 지난 4월 애플·메타에 총 7억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U는 애플이 앱 장터를 폐쇄적으로 운영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고, 메타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무료 이용자에게 광고 목적 데이터 수집에 사실상 동의를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참여연대는 “온플법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독점 플랫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으로, 한·미 통상 협상과 충돌하지 않는다”며 “더는 제정 논의를 미룰 명분도 없다”고 밝혔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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