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나 전 총리 ‘반인도 범죄’ 선고 임박…방글라데시 긴장 고조

지난해 반정부 시위를 과잉 진압해 다수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기소된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에 대한 반인도 범죄 재판 선고가 17일(현지시간) 열린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검찰은 하시나 전 총리를 반인도 범죄와 대량살인 등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그가 현재 인도에 머물고 있어 재판은 불출석으로 진행된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사형이 선고될 수 있다.
방글라데시 전역에서는 봉쇄와 방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유혈진압 당시 집권당이었던 아와미연맹(AL)은 선고 결과에 대비해 수도 다카를 포함한 전국 봉쇄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날 다카 인근 가지푸르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고 이후 다카 등 여러 지역에서 방화와 폭발 사건이 잇따랐다.
현지 매체 방글라데시포스트에 따르면 전날 자항기르 알람 초우두리 과도정부 고문은 “치안 당국은 선고를 앞두고 판결 전후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며 “판결은 반드시 17일 선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방글라데시 사회에서 정의 실현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방글라데시 국민 사이에서는 15년간 이어진 하시나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다카 시민인 압둘 유수프는 SCMP에 “가장 중대한 범죄에는 가장 무거운 형벌이 따라야 한다”며 “대량 학살에 책임이 있다면 최악의 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결과에 따라 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의 혼란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시나 전 총리 실각 이후 들어선 유누스 과도정부는 내년 2월 민주적 선거 시행을 약속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 명부에서 유혈진압 당시 집권당이었던 아와미연맹(AL)을 제외하는 등 권한 남용 논란에 직면한 상황이다. 기존 양당 체제 절반이 투표에서 사실상 배제되면서 유권자 수백만명의 권리가 박탈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학생 지도부 역시 과도정부의 정당성과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방글라데시 정치가 극도로 분열됐다”며 “이번 재판이 궐석으로 진행되면서 판결이 정당성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방글라데시에서는 독립유공자 자녀를 위한 정부 일자리 할당제에 반대하는 대학생 중심의 시위가 일어났다. 하시나 전 총리는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했고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그의 퇴진을 요구하며 대규모 항쟁으로 확산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방글라데시 정부의 유혈진압으로 14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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