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신라 금관 경주 품으로...두 주역

강시일 기자 2025. 11. 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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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한 장성애 박사와 본격적인 범국민운동으로 발전시키는 박임관 경주문화원장, “금관은 모두 발굴된 경주에 있어야 된다 ”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신라 금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강시일 기자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에서 출토된 신라 금관 6점을 100여년 만에 한자리에 모은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이 뜨겁다. 박물관 앞은 매일 아침부터 긴 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을 낳고 있다. 이같은 관람 열기와 함께, 신라 금관을 경주의 품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여론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라 금관 존치운동에 불을 처음 붙인 장성애 박사와 이를 범국민운동으로 조직화하려는 박임관 경주문화원장을 만나 그 뜻과 계획을 들었다.
장성애 박사

신라금관 경주 존치운동 시작, 장성애 박사

장성애 박사는 이번 운동의 출발점이다.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올린 짧은 글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신라 금관은 경주에서 태어난 유물이며, 출토지와 맥락이 맞닿아 있을 때 가장 큰 해석적 가치를 가진다는 학술적 관점을 소신있게 밝혔다. 이 글은 하루가 지나지 않아 시민들의 자발적 서명으로 이어졌다. 장 박사는 신라 금관을 경주에 돌려놓아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금관은 화려한 금 세공품이기 이전에 신라 왕경과 남산, 고분군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지층 속에서 해석될 때 비로소 유물의 완성도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출토지에 보존하면서 그 지역에서 상설 전시할 때 학술적 의미와 교육적 기회, 관광적 파급효과까지 모두 극대화된다"며 '환지본처(還至本處·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옴)의 원칙'을 강조한다. 장 박사는 이번 운동을 특정단체의 투쟁이나 갈등이 아닌 시민 중심의 문화연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또 "경주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복원하는 과정이며, 신라 황금문화가 지닌 정신과 가치를 되찾는 운동"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장 박사는 "금관을 경주에 상설 전시할 경우 경주시민은 유물의 소비자가 아니라 주인이 된다"며 "학교교육과 시민해설제, 공동 큐레이션 등 문화적 주권이 시민에게 돌아오는 변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APEC으로 높아진 국제적 관심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며 "신라 금관의 환치 논의가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APEC이 아니었다면 진짜 금관이 경주에 없었다는 것을 경주시민도 몰랐을 것"이라며 "신라 금관을 모두 경주에 둘 때 경주시민은 진정한 경주인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고, 이번 운동은 축제같은 문화운동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뷰티풀 경주'에서 '황금문화의 도시 경주'로 바꿔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임관 경주문화원장

범국민적 운동으로 확산하는 박임관 경주문화원장

존치운동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는 박임관 경주문화원장의 역할이 크다. 박 원장은 특별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신라 금관의 존치를 위한 범시민운동의 필요성을 논의해 왔다.

박 원장은 "경주문화원과 경주상공회의소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지역 사회단체와 문화예술계, 시민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조직적 운동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신라금관6점경주존치범국민운동본부'(가칭) 발대식을 가지고, 중앙정부에 청원서 전달과 함께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래전 청와대로 옮겨진 불상을 환수하기 위해 경주시가 지역 문화단체, 경주시의회 등과 공동으로 중앙정부에 청원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번 운동도 대통령, 국회의장, 문화부장관, 국가유산청장을 향한 공식 청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장은 "28일 경주시장과 경주시의회 의장, 그리고 공동대표 2명을 포함한 4명이 청원서에 서명할 것"이라며 "이날 범국민운동본부 발대식에 이어, 시가행진과 함께 상경투쟁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신라 금관 존치의 당위성을 역사적 사례로 설명했다. 1921년 금관총 금관이 발굴될 당시 조선총독부는 금관을 경성박물관으로 옮기려 했다. 그러나 경주시민들은 이를 막아섰고, 수장공간이 없다는 총독부 주장에 맞서 자발적인 모금으로 금관고를 신축해 경주 보관을 지켜냈다. 이 결단이 있었기에 오늘날 금관총 금관은 국립경주박물관에 남아 있다. 그는 울진 봉평리 신라비와 포항 냉수리 신라비가 주민들의 반대로 현지 보존된 사실,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이 서울로 옮겨졌다가 결국 지역 주민의 요구로 오대산 사고에 되돌아온 사례, 백제 용봉대향로가 주민들의 반대로 부여에 남아 있는 사례 등을 차례로 들며 현지 보존의 전통과 당위성을 강조했다.

신라 금관 존치를 두고 전시공간 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박 원장은 이는 의지가 부족한 것일 뿐 해결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경주박물관 주차장 부지와 천년보고 앞 부지는 경주시가 활용 가능한 공간이며, 전시관 확충은 기술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금관이 또 흩어지면 앞으로 100년 안에는 다시 한자리에 모으기 어렵다"며 현실적 우려도 덧붙였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전시하고 있는 천마총 금관과 출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시일 기자

환지본처의 원칙

'환지본처'는 장 박사와 박 원장 모두가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다. 유물이 출토된 곳에서 보존되고, 그 땅의 사람들에게 해석되고 사용될 때 공공의 가치는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신라 왕경인 경주 전체가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유물이 지닌 '의미망'이 도시 전체와 연결돼 있다. 금관은 고분군과 남산, 월성, 왕릉, 신라의 정치·종교·문화가 얽힌 윤곽 속에서 제 의미를 갖는다. 이를 서울의 대규모 박물관 전시로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 시민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두 사람의 주장에는 현재의 경주가 마주한 시대적 요구도 반영돼 있다. 중앙집중형 문화행정에서 벗어나 지방의 역사와 문화가 스스로의 힘으로 보존과 해석을 담당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신라는 삼국통일을 가능케 한 원융과 화합, 융합의 문화가 중심에 있었다. 경주시민들은 이 전통을 이어받아 지금 이 순간, 새로운 문화 자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APEC을 계기로 경주가 세계의 주목을 받은 만큼, 신라 금관의 존치운동은 경주가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국제적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상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신라 금관의 존치운동은 이제 개인을 넘어 시민사회와 지역기관, 학계와 문화단체, 출향 인사들까지 가세하는 범국민적 흐름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라 금관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곧 경주가 앞으로 어떤 도시가 될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도 맞닿아 있다. 시민의 손으로 지켜낸 역사, 시민의 목소리로 다시 돌려놓으려는 문화운동이 경주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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