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내면서 의자는 찢겨 있다”… 제주공항, 돈은 버는데 기본이 무너졌다

제주방송 김지훈 2025. 11. 1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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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항공 수익 68%·면세점 임대료만 700억대
보안 병목·동선 혼잡·좌석 파손… 우선순위가 뒤틀렸다
훼손된 제주공항 대합실 좌석. 수익 중심 운영의 빈틈을 상징적으로 담은 편집 이미지.

국내선 3층 출발장 5번 게이트 옆.

커버가 뜯겨 속이 그대로 드러난 의자 여러 개가 줄지어 놓여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승객들은 알아서 피했고, 빈자리가 있어도 앉지 않았습니다.

A씨가 SNS에 공개한 제주공항 대합실 파손 좌석 모습. “대한민국 국제공항 맞나요?”라는 글과 함께 관리 부실을 지적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최근 이 모습을 촬영해 SNS에 올린 A씨는 16일, “지난 6일 찍은 사진”이라며 “국제공항에서 이런 상태를 본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게시물에는 “며칠 문제가 아니라, 전부터 저랬다”는 댓글과 함께 “어디서 관리하냐”, “왜 방치하느냐”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낡고 찢긴 의자 하나는, 제주국제공항이 무엇을 먼저 챙기고 무엇을 뒤로 미뤄왔는지 숱한 질문들을 단숨에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 수천만 명이 오가는 공항… 그러나 좌석은 찢긴 채 방치

제주공항은 인천을 제외하고 국내선 승객 수 기준으로 전국 1위로 꼽힙니다.

올해도 10월까지 2,400만 명 이상 드나들었습니다.

하지만 공항 대합실에는 찢어진 의자, 변색된 좌석이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앉지 않고 카트에 기대거나 벽에 서 있는 승객들도 보입니다.

“관광 관문의 첫 인상치고는 너무 낡았다”는 불만은 반복됩니다.
공항 측은 그동안 “이용객이 많아 내구연한이 짧다”고 설명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용객은 곧 공항의 수익 기반입니다.
관리 부실의 이유로 삼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A씨가 SNS에 올린 영상 캡처. 빨간 원 안에는 파손 좌석을 피해 다른 자리에 앉은 이용객의 모습이 보인다,


■ 공항은 흑자인데… 수익은 어디로 흐르고 있나

한국공항공사가 지난해 기록한 전체 수익은 9,860억 원.

이 가운데 항공수익은 31.7%(3,125억 원), 상업시설 임대료·주차료 등 비항공 수익이 68.3%(6,736억 원)입니다.

공항 운영의 중심이 이미 활주로·대합실 같은 핵심 인프라보다 상업공간으로 이동했다는 뜻입니다.

제주공항만 봐도 그 규모와 비중은 명확합니다.

JDC 면세점 임대료 757억 원, 덕산 관광기념품점 62억 원, CGV 광고업 29억 원, 파리바게뜨 25억 원 등 순으로 임대료만 합쳐도 상당한 금액입니다.

팝업스토어 하나를 열어도 구조는 ‘공항 수익 증가’로 설계돼 있습니다.
공짜 공간은 없습니다.

그런데 찢긴 의자 하나는 고치지 않습니다.

돈은 버는데, 어디에 투자하고 어디를 비워두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내부 재질이 드러날 정도로 마모돼, 오랜 기간 교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앉을 자리 치우고 매장을 넣은 공항… “쉬는 공간이 사라졌다”

제주공항은 지난해 1~3층 일부 좌석을 철거했습니다.

그 자리에 들어온 건 화장품 매장, 베이커리, 기념품점 등이었습니다.

제주공항 임대료는 1㎡당 연간 약 50만 원.

60㎡면 기본 임대료만 3,500만 원대이고 여기에 매출 연동 임대료까지 붙습니다.

승객이 쉬어야 할 자리보다 수익이 발생하는 공간이 우선되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해외는 시설사용료 조정해 인프라 보완… 국내, 일부 공항에서 수년째 ‘멈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는 공항시설사용료를 ‘원가 회수 수준’으로 책정하라고 권고합니다.

일본·홍콩 등 주요 공항은 여객시설요금과 보안요금을 주기적으로 조정하며 시설 개선 비용을 반영합니다.

반면 한국은 일부 공항의 이용료가 수년째 거의 바뀌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만큼 인프라 확충 재원을 이용료에서 확보하지 못했고, 임대수익 의존도가 더 커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 구조는 현장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국내선 출발 수속이 몰리는 제주공항 체크인 카운터. 이용객 증가와 대합실 혼잡은 매일 반복되고 있다.

승객 공간 축소, 상업시설 확대, 기본 서비스 질 저하까지.

제주공항은 이 충돌이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는 곳입니다.

■ “수익은 전국 3위인데, 서비스는 어디쯤”… 공항 본질, 흔들렸다

제주공항은 지난해 인천·김해에 이어 전국 3위 흑자 공항입니다.
그렇지만 이용객이 체감하는 서비스 순위는 이 성적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제주공항 국내선 출발장.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국내선 이동이 집중되며 대기 행렬과 쌓인 수하물을 마주하는 풍경은 일상이 됐다.


보안검색 대기는 상시 병목이고, 도착·출발 동선은 언제나 혼잡합니다.

여기에 더해, A씨가 촬영한 찢긴 의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한 공항 정책 전문가는 “상업수익이 문제는 아니다”라며 “그 수익이 공항의 본질적 기능으로 되돌아가고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 제주공항은 ‘돈이 생기는 곳’과 ‘돈이 쓰여야 하는 곳’이 제자리를 못잡고,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관리의 빈틈이 남긴 결과. 수익에는 민감하지만 기본 시설 관리엔 느슨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편집한 이미지.


■ 지금 필요한 건 ‘임대료 확대’가 아니라 ‘기본 회복’

제주공항은 한국에서 국내선 승객이 가장 많은 공항입니다.

그런데 가장 기본인 앉을 자리가 찢겨 있는 현실은 관리 실패를 넘어 운영 철학의 문제로 읽힙니다.

한 상주업체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건 매장을 늘리는 일이 아니다”라며 “이용객이 최소한의 피로라도 덜 수 있게 기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상업시설은 더 많아지고 더 화려해졌습니다.

하지만 찢어진 좌석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스마트공항’을 말하지만, 정작 이용객은 전혀 다른 풍경을 마주합니다.

지금 제주공항의 상황은 그 대비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관리당국이 무엇을 먼저 챙기고 무엇을 뒤로 미뤄왔는지, 이젠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지점에 다다랐습니다.

결국 공항이 되찾아야 할 것은 임대료가 아니라, 이용객이 처음 만나는 그 기본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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