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그림도 사랑을 담아야 예뻐진다 [김용우의 미술思] 

김용우 평론가 2025. 11. 1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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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아트 앤 컬처
김용우의 미술思 35편
르누아르 ‘풍경 속 여인의 누드’
예쁜 그림 그리는 인상주의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예술의전당 내년 1월까지 열려
르누아르, 풍경 속 여인의 누드, 1883년, 캔버스에 유화, 65×54㎝, 오랑주리 미술관, 파리. [그림 | 위키미디어]

여인들을 참 예쁘게 그리는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년)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이다. 내년 1월 말까지 열린다. 주로 인상주의 화가 르누아르와 폴 세잔의 작품을 중심으로 기획한 전시회다.

인상주의 화가 중 행복하고 예쁜 그림을 그리기로는 르누아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시된 르누아르의 그림 중엔 '피아노 치는 소녀들'과 '풍경 속 여인의 누드'가 포함돼 있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그림들이다.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는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 작품이 두점 있는데, 이번에 두점 모두 전시 작품으로 서울에 왔다.

르누아르는 '피아노 치는 소녀들'ㅅ 유화 다섯점과 파스텔화 한점을 완성했다. 작품들은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미국 조슬린 미술관, 그리고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서울에 온 작품은 푸른색의 시원한 느낌을 주는 1892년 버전과 뒤쪽에 드가의 작품 두점을 배경으로 삼은 1897년 작품이다. 이중 1892년 버전은 푸른색이 조금 거칠게 그려져 있다. 오르세 미술관 소장품 제작을 위한 스케치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품성에서는 전혀 손색이 없다.

소녀들은 르누아르의 친구이자 작품 수집가인 앙리 르롤의 딸들로 이본(11)과 크리스틴(13)이다. 예쁜 딸들이 사이좋게 피아노를 치는 모습은 모든 부모의 로망이 아닐까 싶다. 르롤은 화가이기도 했고, 그의 부인 마들렌은 화가와 시인 음악가들이 모이는 살롱을 운영했다.

따라서 그림의 몇점은 가정에서, 또 다른 몇점은 살롱에서 그리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이번에 함께 전시된 1897년작作 오랑주리 미술관 버전은 소녀들이 조금 더(5년 뒤) 자란 모습으로, 작품 배경엔 두점의 에드가 드가의 그림이 보인다.

두번째로 예쁜 그림은 '풍경 속 여인의 누드'다. 여인의 누드는 많은 화가들이 즐겨 그리는 소재다. 화가들은 여체女體를 아름다운 곡선으로 묘사한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비너스 조각에서부터 르네상스 보티첼리의 '비너스 탄생', 바로크 조각가 베르니니의 '페르세포네의 납치', 로코코 작가 부셰의 '목욕하는 아르테미스', 19세기 프란시스코 고야의 '옷을 벗은 마야'까지 화가들이 추구하는 작품의 최고 모델은 언제나 여인의 누드다.

고야는 옷을 입은 마야를 그려놓고 자기만 보는 용도로 옷을 벗은 마야를 따로 그리기도 했다. 그보다 300년 전 라파엘로도 가슴을 드러낸 여자 친구를 그린 작품 '라 포르나리나(La Pornarina)'를 그려두고 혼자만 봤다. 르누아르의 '풍경 속 여인의 누드'는 모델이 몽마르트르의 모델 수잔 발라동(1865~1938년)이다. 어림짐작건대 르누아르는 수잔 발라동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르누아르, 피아노 치는 소녀들, 1892년, 오랑주리 미술관. [그림 | 위키미디어]

그녀는 르누아르의 여러 작품에 등장하는데, 그것도 아주 예쁘게 그려져 있다. 그림엔 사랑이 담겨야 예쁘게 보인다. 클림트의 그림도 그렇다. 르누아르 작품 '목욕하는 사람들'과 '목욕한 후', 그리고 '시티 땐스'와 '부지발의 댄스'에도 수잔 발라동이 모델이다.

수잔 발라동은 몽마르트르의 물랭루즈에서 일할 때 신분 상승을 위해 화가 로트렉과 어떻게든 결혼하고 싶었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후 '주트브(Je te veux·당신을 원해요)'와 '짐노페디' 등을 작곡한 음악가 에릭 샤티와 살다가 헤어지고 아들의 친구 우터와 결혼해 시부모까지 모시며 스스로 화가의 길을 걸어간 용감무쌍한 전사와도 같은 여인이다.

몽마르트르 화가들의 그림 속에 자주 등장 하는 수잔 발라동을 르누아르는 참으로 예쁘게 그려 주고 있다. 이번에 전시된 그림도 참 예쁘다. 순진하고 예의 바른 아가씨, 청순하고 귀여운 모습의 여인을 누드로 그려 놓았다. 방금 물에서 나와 몸을 말리는 듯 살며시 뒤돌아 있는 자태가 지극히 아름답다.

김용우 미술평론가 | 더스쿠프
cla0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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