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재원 마련 어쩌나···순창, ‘복지예산 깎아 충당’ 논란

전북 순창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뒤 기존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역 사회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전북도의 분담 체계 속에서 기초지자체에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순창군에 따르면 군은 농민 공익수당·아동수당 등 기존 복지 항목 일부를 삭감하거나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자체 부담금이 발생하면서 전체 재정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순창군은 농민수당 200만원 중 140만원, 아동수당 150만원 중 94만원, 청년종자통장 700만원 중 350만원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농민들은 “기본소득을 명분으로 기존 복지를 깎는 건 줬다 뺏는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최영일 순창군수는 “농민수당이 줄어도 최종 수령액은 40만원 늘어난다”며 “기본소득과 기존 수당을 모두 요구해선 안 된다. 군민 전체를 위해 양보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복지 축소안이 기정사실로 되면서 주민 반발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분쟁의 핵심은 재정 부담이다. 정부는 전국 7개 군을 시범지역으로 선정하며 국비 40%, 지방비 60% 분담 비율을 제시했다.
전북도는 도비 18%만 부담하기로 하면서 순창군이 42%를 책임지는 구조가 됐다. 국비·도비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는 지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시범지역 대부분의 재정자립도는 20%에 미치지 못한다. 청양(21.6%), 정선(19.2%), 연천(18.5%), 남해(17.6%), 영양(15.4%), 순창(15.0%), 신안(8.2%) 등 재정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이 설계되면서 기초단체의 부담이 더 부각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정부안의 두 배 규모로 기본소득 예산을 증액하면서 기초단체 부담 완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농해수위는 지난 13일 전체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며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을 정부안 1703억3700만원에서 3410억2700만원으로 늘렸다.
예산이 예결특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비 보조율은 40%에서 50%로 상향되고, 기존 7개 군 외에 최대 5곳의 시범지역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증액된 예산안은 국회 예결특위에서 기획재정부와의 최종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오은미 전북도의회 의원(진보당·순창)은 “정부와 전북도가 생색만 내고 실질 부담은 군 단위에 떠넘겼다”며 “농민 공익수당과 아동수당, 청년종자통장 예산이 각각 70%, 60%, 50%까지 줄어들 위기”라고 비판했다.
오 의원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예산 갈등이 아니라 농어촌의 존립 문제”라며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의 국가 시책사업으로서의 무게를 인식하고, 최소 50% 이상 재정을 분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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