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1분마다 200만 개 뇌세포가 사라진다… 골든타임은 4.5시간
뇌경색은 신속한 재관류, 뇌출혈은 뇌압·재출혈 관리가 생사 가른다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로 가는 혈류와 산소 공급이 끊기는 질환으로, 생명뿐 아니라 신체·인지 장애를 남길 수 있다. 치료의 핵심은 막힌 혈관을 열어주는 '재관류 치료'와 터진 혈관으로 인한 뇌압 상승을 조절하는 '혈관내수술'이다.
전체 뇌졸중 가운데 80~90%는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이다. 뇌경색은 죽상경화(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짐)로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심장에서 떨어진 혈전(피떡)이 뇌혈관을 막아 발생한다. 따라서 막힌 뇌혈관을 가능한 한 빠르게 열어주는 재관류 치료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재관류 치료 방법은 정맥내 혈전용해술과 동맥내 혈전제거술이다.
정맥내 혈전용해술은 혈전이 막은 혈관을 뚫기 위해 약물을 팔 정맥으로 투여하는 치료다.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에 시행하면 뇌 손상을 최소화하고 환자의 회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동맥내 혈전제거술은 중대뇌동맥이나 내경동맥과 같은 큰 혈관이 막혔을 때 행하는 시술이다. 이는 허벅지 동맥을 통해 미세한 관(카테터)을 삽입해 뇌혈관을 막은 혈전을 직접 꺼내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증상 발생 후 6시간 이내에 시행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최대 24시간까지도 가능하다.

'이웃·손·발·시선'을 체크하라
이와 같은 재관류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뇌경색 증상 발생 직후부터 뇌세포가 1분당 200만 개씩 손상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혈류를 회복해야 한다. 치료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기 전에 시행해야 하는 시간을 흔히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그러나 골든타임을 지켜 적절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경색 환자는 막힌 혈관을 뚫는 혈전용해제를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한다. 검사와 약물 준비에 시간이 걸리므로,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뒤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강조했다.
생명을 좌우하는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뇌졸중 증상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뇌졸중의 주요 증상을 알고 즉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요 의심 증상은 안면 마비, 편측 마비, 언어 장애(실어증), 안구 편위 등이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이를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이웃·손·발·시선'을 강조한다. '이웃'은 이~ 하고 웃지 못하는 안면 마비, '손'은 두 팔을 앞으로 뻗지 못하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편측 마비, '발'은 발음이 어눌하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실어증, '시선'은 눈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안구 편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119에 신고해야 한다.
전체 뇌졸중의 10~20%는 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이 차지한다. 나이가 들거나 혈압이 높으면 뇌혈관 벽이 점차 약해지고 탄력이 떨어지며, 이 상태에서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면 혈관이 파열될 수 있다. 외상 없이 이러한 내부 혈관이 터지는 것을 '자발성 뇌출혈'이라고 한다.
출혈량이 적을 때는 고인 혈액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흡수되고, 파열된 혈관도 자연히 아물어 증상이 호전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수술 없이 약물치료와 안정 요법으로 경과를 관찰한다. 출혈량이 많을 때는 뇌 속에 혈종(핏덩어리)이 형성돼 주변 뇌 조직을 압박하고, 뇌압 상승과 의식 저하·마비 등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응급으로 혈종 제거 수술이나 지혈술을 시행해야 뇌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편, 뇌동맥류가 파열돼 발생하는 뇌출혈은 '지주막하출혈'이라고 한다. 뇌동맥류는 혈관 벽의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로, 파열 시 뇌를 싸고 있는 지주막 아래 공간에 혈액이 고이게 된다. 이때 혈액이 뇌 전체로 확산해 뇌를 강하게 자극해 급격한 뇌압 상승을 초래한다. 환자는 흔히 '번개가 치거나 망치로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구토·의식 저하·경련·마비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자발성 뇌출혈이든 지주막하출혈이든, 뇌출혈은 뇌에 심각한 손상을 남길 수 있다. 먼저 혈관이 파열되면서 생긴 혈종이 주변 뇌 조직을 직접 압박하거나 파괴하는 '일차적 손상'이 발생한다. 이어지는 '이차적 손상'은 뇌압 상승이다. 뇌는 두개골 속의 닫힌 공간에 있으므로, 혈종이나 부종이 커지면 압력이 올라 정상 부위의 혈류까지 막는다. 이로 인해 손상이 주변부는 물론 멀리까지 확산할 수 있으며, 결국 의식 저하·혼수·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뇌졸중 위험 요인 7가지와 예방 습관 5가지
따라서 뇌출혈 치료의 핵심은 신속히 뇌압을 안정시키고 재출혈을 예방하는 것이다. 전영일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압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때는 개두술을 하지 않고 출혈을 일으킨 부위만 치료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럴 때 사용하는 방법이 코일색전술 같은 혈관내수술 또는 감마나이프를 이용한 방사선수술이다. 이들 치료법은 단독으로 사용할 때도 있지만 치료 효과를 높이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주막하출혈은 혈관내수술(코일색전술)이나 개두술(클립결찰술)로 터진 혈관을 막아 재출혈을 예방하는 치료가 중요하다. 코일색전술은 다리나 손목 혈관을 통해 미세 관을 뇌혈관까지 삽입한 뒤, 동맥류 내부에 백금 코일(얇은 금속 실)을 여러 겹 채워 혈류를 차단하는 시술이다. 이렇게 하면 동맥류 내 압력이 사라져 재파열 위험이 줄어든다. 두개골을 열지 않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고, 출혈이나 감염 같은 합병증 위험이 낮은 것이 장점이다.
개두술은 두개골을 작게 열어 수술 현미경으로 뇌혈관을 관찰하면서, 뇌동맥류의 목(입구)을 클립으로 집어 혈류를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이 방법은 재발률은 낮지만 회복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전영일 교수는 "개두술은 혈종을 제거해 즉각적으로 뇌압을 낮추고, 출혈 부위를 직접 치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뇌압이 계속 상승하면 뇌 손상이 진행돼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마나이프는 실제 칼이 아니라, 고에너지 감마선을 한 점에 정밀하게 집중시켜 병변 부위를 서서히 폐쇄하거나 축소하는 방사선수술이다. 두개골을 열지 않아 출혈과 감염 위험이 낮고, 특히 작거나 깊은 부위의 혈관 기형·잔존 병변 치료에 유리하다.
생명과 직결되는 뇌졸중은 발병 후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고지혈증, 흡연, 음주, 비만 등 주요 위험요인을 알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은 혈관 벽을 두껍게 하고 탄력을 잃게 해 혈류 장애와 혈전 형성을 초래, 뇌경색을 유발한다. 당뇨병은 고혈당으로 동맥경화를 가속해 뇌경색 위험을 약 2배 높인다. 심방세동과 같은 심장질환은 심장에서 생긴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는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 고지혈증은 죽상경화를 촉진하고, 흡연은 비흡연자보다 뇌졸중 위험을 약 2배 높인다. 과도한 음주는 혈압과 혈중 지질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비만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을 유발해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김태정 교수는 "중년 이후 뇌졸중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은 건강검진 시 경동맥 초음파나 뇌혈관 검사를 추가하면 좋다. 혈관의 죽상경화와 협착 정도를 미리 파악해 예방과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위험요인을 피하고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대한뇌졸중학회는 저염식, 적정 콜레스테롤 유지,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절주를 권고한다. 저염식을 위해 무염간장이나 저염 소금을 사용하고, 통조림·냉동식품·치즈·햄·베이컨·소시지·라면 등 가공·인스턴트 식품은 가급적 제한한다. 음식이 뜨겁거나 설탕이 많이 들어가면 짠맛이 덜 느껴져 실제 염분 섭취가 늘 수 있으므로 조리 시 주의하고, 식초나 레몬즙 등 산미를 활용하면 간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혈중 지질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고지혈증 환자는 지방의 양보다 질을 조절해야 하며, 포화지방(버터, 팜유, 코코넛 오일, 기름진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통곡물, 채소, 과일, 견과류, 등푸른생선 중심의 식단을 권장한다. 육류는 살코기 위주로 섭취하고, 닭 껍질·갈비·삼겹살 등의 눈에 보이는 지방은 제거한다.
'미니 뇌졸중'은 뇌졸중 경고 신호
규칙적인 운동은 혈압을 낮추고 체중과 스트레스를 줄여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걷기·자전거 타기·수영 등 중강도 유산소운동으로 시작하고, 주 2회 이상 전신 저항운동을 병행하면 좋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체조 등 지속적인 유산소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며, 숨을 참거나 과도한 힘을 주는 고강도 근력운동은 혈압을 급격히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 조절 후 운동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운동은 매일 같은 시간대에 30분~1시간, 최소 주 3~4회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강도는 대화가 가능한 중강도가 적절하며, 낮은 강도에서 점차 높이는 방식이 안전하다.
금연은 뇌졸중과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금연 방법에는 의지에 의한 자발적 금연, 의사 상담·금연클리닉 이용, 니코틴 대체요법(패치·껌), 처방약을 활용한 약물치료가 있다. 성공적인 금연을 위해서는 담배 관련 물건을 모두 제거하고, 주변에 금연 사실을 알려 지지를 얻으며, 금연 시작일을 정해 단번에 끊는 것이 효과적이다. 과음이나 연속적인 음주도 피해야 한다. 건강한 성인이라도 술의 종류와 관계없이 하루 1~2잔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며, 여성은 하루 1잔 이하가 권장된다. 가능하다면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술은 천천히 마시고, 안색이 급격히 변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면 심장이나 혈관에 무리를 준 신호이므로 즉시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을 하더라도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다시 열리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미니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증상이 몇 분에서 몇 시간 이내 사라지면 일시적 피로로 오인하기 쉽지만 이는 본격적인 뇌졸중의 경고 신호다. 일과성 뇌허혈 발작을 경험한 사람 중 약 3분의 1은 장기적으로 뇌졸중을 겪으며, 특히 처음 48시간이 가장 위험한 시기다. 김태정 교수는 "뇌졸중 증상이 가볍게 나타났다가 사라졌더라도 뇌졸중센터를 찾아 진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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