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어린이집 교사가 있냐고요? 굵은 목소리 더 잘 따르는 아이들 많죠"
<18> 어린이집 남교사
12년 차 어린이집 교사 최요셉씨
보육 교사 100명 중 3명만 남성
주로 장애 아동 돌보며 성장시켜
"돌봄은 여성의 일" 편견 있지만
'남성도 잘하는 일'로 믿음 얻어
편집자주
전문적이지 않은 직업이 있을까요? 평범하고도 특별한 우리 주변의 직장·일·노동. 그에 담긴 가치, 기쁨과 슬픔을 전합니다.

"남자도 어린이집 교사가 있나요?"
한 온라인 육아 상담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이다. 드물지만 있다. 국내 공·사립 어린이집 교사 100명 중 3명(3.1%·2024년 기준 9,146명)이 남성이다. 7년 전인 2018년 말에는 0.5%였으니 제법 늘어난 셈이다.
최요셉 교사(34)도 이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뛰놀며 배우는 장애통합어린이집인 '인천 부평 맑은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생활한다. '돌봄 노동은 여성이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여전한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집 남성 교사로 일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지난 9일 그의 일터인 어린이집에서 만나 물었다.
"충동성 강한 아이들, 남 교사가 조금 더 안전하게 돌보죠"
아버지는 개척교회 목사였다. 형편이 어렵거나 몸이 안 좋은 사람들이 교회를 많이 찾아왔고 최 교사는 부모님을 도와 가며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을 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누군가를 돕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 성격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려운 분 곁에 서는 일을 아예 직업으로 하면 돈도 벌고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그는 졸업과 동시에 2014년 어린이집에 취업했다. 실습 나온 '대학생 최요셉'을 관심있게 지켜봤던 김명미 맑은내 어린이집 원장(당시 화도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 원장)이 직접 뽑았다. 김 원장이 뽑은 첫 남교사였고 그만큼 '도전'이었다고 한다.
최 교사는 근무 중인 어린이집 교사 27명 중 유일한 남성이다. '여성 교사보다 섬세하지 못할 것 같다'는 등의 편견도 있지만 보육 과정에는 남성이 조금 더 유리한 분야도 있다.
"운동을 좋아해서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는 건 자신있어요. 여 선생님의 말을 더 잘 듣는 아이들도 있지만 훈육할 때 굵은 목소리로 얘기하면 더 잘 따르는 친구들도 있죠."
또 어린이집은 바자회, 운동회 등 행사가 많은데 천장에 드릴질을 하는 일 등은 여성 교사보다 키가 더 큰 최 교사가 주로 맡는다.

최 교사는 주로 장애 영유아를 맡는다. 중증은 아니지만 경계선 지능이나 언어 지연, 발달 지연, 충동성 과잉 등의 특성이 있다. 아이들에게도 최 교사가 필요하다. 그는 "예컨대 충동성이 큰 아이들은 힘으로 교사를 누르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남교사가 이를 조금 더 안전하게 바로잡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묵묵히 애쓰다 보니 학부모들도 처음에는 낯설었던 남성 보육 교사를 신뢰하게 됐다고 한다. 김 원장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여 선생님만 보고 자라면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다양성 측면에서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님이 계신다"며 "특히 남자아이의 경우 교사가 남성이어서 특성을 더 빨리 파악하고 이해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통합 교육하면 비장애 아동들도 이해 폭 자라"
비장애 아동도 성장이 더딘 친구들과 한 반에서 종일 어울리다 보면 '다름'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 최 교사는 "아이들이 (경증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돕기도 한다. 교사 지시에 따라 다 같이 앉아야 하는 상황에서 한 친구가 알아듣지 못해 서 있으면 다가가 '친구야, 같이 앉자'라고 말하며 앉혀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들이 '장애=일방적으로 도와야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은 하지 않도록 우선 상대의 의사를 물어보도록 가르친다.
어린이집 교사의 삶은 녹록지 않다. 우선 일상이 무척 바쁘다.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하루를 준비하고 수업하고, 실내놀이와 바깥놀이를 하다 보면 점심시간이 온다. 숟가락질도 서툰 아이들의 밥을 먹여주고 오후에는 특별활동을 한다. 일을 마치면 보통 6시 30분쯤 퇴근하지만 행사 준비라도 하려면 야근도 해야 한다. 업무 강도를 떠나 급여가 많지 않은 편이라 가족이 생기면 전직을 고민하는 일이 흔해진다.
최근에는 다른 고민도 생겼다. 유보통합(영유아 교육과 보육 체계 일원화)이 논의되면서 특수교사 자격을 두고도 논쟁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대로라면 4년제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사람만 유치원에서 장애 아동을 가르칠 수 있다. 최씨처럼 장애 영유아 보육 교사 자격증을 따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봤던 이들은 통합 유치원에서 장애 아동 교육을 할 수 없고 비장애 아동만 돌볼 수 있다. "더는 장애 아동들을 가르칠 수 없다는 걱정이 있는데 어린이집 교사가 자격을 딸 수 있도록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은 어린이집 교사들이 대학 특수교육과에 편입학할 기회를 넓혀주겠다는 방침이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그를 버티게 하는 힘은 보람이다. 감정을 참지 못해 물건을 던지고 깨물고 할퀴던 아이를 1년간 투닥거리며 조금씩 가르치다 보면 드라마틱하게 변하기도 한다. 최 교사는 말했다.
"친구들이 농담 섞어 '아이들 똥 치워주고 월급 받는 직업 아니냐'고 하기도 해요. 그런데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던 아이가 지도 과정을 성실히 따라 결국 소변보기에 성공하면 교사도 박수를 쳐주고 아이도 기뻐하죠. 그 희열감은 잊을 수 없어요."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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