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선 ‘지렁이’에 폭소?…체포 앞두곤 “미사일도 있다” [피고인 윤석열]㉚

"피고인으로 칭하겠습니다." (1차 공판기일, 검찰 공소사실 발표)
검찰총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지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에서 파면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을 따라가 봅니다.
이번 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판에 나온 증인들의 증언에는 '갈등'이 담겨있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선포된 계엄, 이해할 수 없는 출동 지시, 뒤이은 체포 방해 지시를 맞닥뜨린 군인과 경호관들은 신념과 항명에 대한 두려움 사이 고뇌했습니다.
법정에서 이들을 대면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어땠을까요. 선관위 출동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검토하지 않았냐', '서버 점검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냐' 집요하게 따져 물었습니다. 계엄군들의 행동이,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었다는 취지입니다.
■尹 "선관위 출동 자체 검토 안 했나"…군인들에 책임 전가?
지난 10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증인으로 나온 양승철 방첩사 전 경호경비부대장(중령)은 계엄 당일 선관위 출동 지시를 받았을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양 중령과 같은 임무를 받은 8명은 임무의 적법성에 대한 회의를 열었다고 합니다. 그는 "당시 8명이 (임무가) 문제가 된다고 결론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상부의 지시'와 상충돼 고민했다고 말했습니다. 출동 자체에도 문제 소지가 있다고 봤지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따르지 않으면 항명"이라 했다는 겁니다.
결국 출동은 하되, 임무는 수행하지 말고 법무 검토를 기다리자는 생각으로 선관위에 도착했다고 말했습니다.
지시를 내린 '상부'가 누구냐는 질문에, 양 중령은 "최초 임무를 내리신 대통령"이라고 했습니다.

이 증언을 듣던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강압적이거나 명령을 일방적으로 하는 그런 거는 내려온 적이 없죠? ...(중략)... 여러분들도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것이 법적으로 타당한지 여부를 검토를 해보고 '일단 출동하자' 이렇게 한 거 맞지 않습니까?
양승철 중령: 예 그렇습니다. 근데 뭐 자유스러운 분위기였다, 되게 편안한 분위기였다 그런 거는 아니었습니다.
군을 강압적으로 동원한 게 아니라, 군이 법리 검토를 거쳐 자발적으로 참여했단 취지의 주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양 중령은 "자유로운, 편안한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군인 생활을 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항명죄'라는 단어는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비슷한 취지의 신문은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이것이 위법이다' 이런 얘기는 상황이 다 종료되고 나서 그런 판단을 좀 나중에 한 거 아니에요.
양승철 중령: 토의할 때 그 자리에서 저 포함해서 8명에서 그 내용의 토의가 다 있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상부에서 어떤 지시를 받든지 간에,여러분들은 이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 하여튼 다 토론하고 검토하고 그렇게 해서 움직인 거는 맞네요.
양승철 중령: 예 그렇습니다.
■방첩사 간부 "계엄 시라도 절차 따라야…저항 세력도 기록되길"
유재원 방첩사 사이버보안실장(대령)은 계엄 당일 선관위 전산실 하드디스크를 떼어오라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유 대령은 먼저 사이버보안실에 수사관 자격이 없고, 전산 장비는 절차에 따라 가져오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단 의견을 냈다고 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선관위 데이터베이스를 '점검'하는 건 계엄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냐 물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계엄이라고 하는 건 유사 군정 비슷한 거라, 계엄이 딱 선포가 되면 계엄 당국이 입법부를 제외하고는 행정 사법 업무를 직접 관장하거나 지휘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법에 의해서 주어진다는 거는 혹시 알고 계시나요? ...(중략)... 거기에 있는 무슨 자료라든가 DB 현황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건 계엄 시에는 계엄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아닌가요?
유재원 대령: 그것도 절차를 따라서 절차에 맞게 적법하게 해야지 그냥 떼오라고 이렇게 지시를 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 떼오는 거 말고, 가서 만약에 점검을 한다 그러면….
유재원 대령: 점검을 하더라도 그것도 특별 수사관 자격이 돼야 되는데 저희는 아니었습니다.
유 대령은 계엄이라 하더라도 서버는 절차에 따라 확보가 돼야 하며, 당시 자신들에겐 임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었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당시 내려온 지시가 "점검은 아니라고 인식했다"라고도 했습니다.
그는 "12·3 계엄의 주범으로 꼽히는 방첩사 내부에서도 불법 계엄에 저항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게 기록에 남겼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홍장원 마주한 尹…'지렁이 글씨' 말한 뒤 크게 웃기도
지난 13일 이어진 같은 재판에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증언한 인물입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싹 다 잡아들여서 이번에 정리해'라는 말과 함께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며, 헌재에서 한 증언을 유지했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도 체포자 명단이 적힌 '홍장원 메모'를 둔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이 메모는 헌재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는 주요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며 전달받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전달받고 이를 자필로 메모해 두었습니다.
이 메모는 당일 보좌관에 의해 깨끗하게 베껴 써지고, 이튿날 보좌관이 기억을 떠올려가며 다시 적은 뒤 홍 전 차장이 일부 이름을 덧붙여 쓰는 등 여러 단계에 걸쳐 작성됐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메모의 대부분이 보좌관에 의해 작성됐다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초고가 지렁이(글씨)처럼 돼 있다"며 "보좌관을 시켜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초고 자체가 이거(제시된 메모)하고 비슷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홍 전 차장을 마주한 윤 전 대통령은 유독 흥분한 모습이었습니다. 목소리를 높여 반박하고, 증언을 들으며 여러 번 '피식' 웃기도 했습니다. 재판부가 "왜 이렇게 흥분하시냐"며 말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아니 흥분하는 게 아니고, 기사도 많이 나서 '홍장원 지렁이' 이렇게 치면 본인이 낸 초고가 다 뜬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모두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고 느끼게 순찰"…경호처 간부 증언
지난 14일 열린 체포 방해 혐의 재판에서는, 대통령경호처 이 모 경호부장이 지난 1월 11일 윤 전 대통령과의 오찬을 복기한 메시지가 공개됐습니다.

이 부장은 "오찬으로 인해 제 공직 생활에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단 생각을 했다"며 "그 얘길 들으며 몇 가지 사항들은 문제가 될 수 있고 향후 이런 자리 내가 불려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부장이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로 기록한 메시지에는 "밀도(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고 느끼게 위력 순찰하고, 언론에도 잡혀도 문제없음"이란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는 "정확하게 저 단어들을 쓴 거로만 기억한다"며 "TV에 나와도 괜찮다, 무장한 채로 총기를 노출하는 것도 괜찮다는 의미로 저 말씀을 하신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설 연휴가 지나면 괜찮아진다", "여기는 미사일도 있다, 들어오면 위협사격하고 부숴버려라"라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부숴버리는 대상이 누구냐'는 질문에 이 부장은 " 공수처"라고 답했습니다.
이 부장은 자신의 지휘를 받는 경호관들에게 '체포를 저지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나중에 형사처벌을 받으면 생길 수 있는 경제적 문제 등을 고려한 게 아니냐'고 묻자, 이 부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송진호 변호사(윤 전 대통령 측): 혹시나 유죄면 연금 박탈 등 모든 문제 고려했을 때 뭐 그런 게 겁이 나서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건 아닌가요?
이 모 부장: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고요…(중략)…제가 훈련부장할 때 훈련시키는 게, 죽는 훈련을 시킵니다. 만약에 대통령이 옳았다고, 내란이 아니라고 판정되면 저는 제가 의견 가진 것에 대해 법적 책임을 또 받겠죠. 제 양심이랑 그런 것에 따라서 한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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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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