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2·3조 개정…시행령으로 혼란 줄여도 ‘제도 충돌’ 남는다

김용훈 2025. 11.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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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사용자 확대에 교섭창구 단일화 구조 충돌
부당노동행위 판단도 확대 해석 우려
[챗GPT를 활용해 제작]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원·하청 관계의 기본 틀이 달라지면서 산업현장은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사용자 범위·교섭 단위·책임 구조가 동시에 바뀌는 ‘삼중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해석 기준을 세밀하게 조정하겠다고 나섰지만, 법률 본문이 만든 구조적 충돌까지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와 현장의 공통된 평가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사용자 판단기준, 교섭 절차, 부당노동행위 고의 요건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확히 하는 방안을 올 연말까지 도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보완 작업과는 별개로, 현장에서는 제도 충돌 우려가 이미 뚜렷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조·조선업처럼 다층적 하도급 구조가 일반화된 업종은 파장이 더 크다. 조선업 생산의 70% 이상은 하청·사내협력업체가 담당하며, 대기업 한 곳이 평균 270여개 협력사를 두는 구조 속에서 사용자 범위 확대는 교섭 체계 전반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노조법 2조 개정과 복수노조 제도가 맞물리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부당노동행위 판단 범위까지 넓어지면서 원청의 경영행위가 노사분쟁의 쟁점이 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장에서 커지고 있다.

사용자 범위 확대…하청 넘어 원청까지 교섭 요구 가능

노조법 2조 개정으로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가 사용자 범주에 포함되면서, 그동안 직접 고용 관계에 있지 않았던 원청기업도 교섭 요구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됐다. 생산량 조정, 공정관리, 납기 지시 등 원청의 일반적 업무지시가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연결돼 있다면 교섭 요청 또는 사용자책임 판단으로 이어질 여지가 생긴 것이다.

현장에서는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이 전체의 약 17%에 달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만도 연간 2만건 가까이 발생하는 만큼, 사용자 범위 확대의 파장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가장 큰 충돌은 기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서 발생한다. 현행 제도는 ‘사업장 단위의 단일 사용자’를 전제로 단일 교섭창구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용자 범위 확대로 원청까지 교섭상대방이 될 경우 제도의 전제가 흔들린다.

예컨대 하청 A·B업체에 각각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 원청이 A와 B 각각과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아니면 전체 하청노조와 통합 교섭을 해야 하는지 법률과 시행령 어디에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 교섭 단위·사용자·대표노조 결정 방식이 서로 엮이면서 구조적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충돌은 시행령에서 절차 가이드를 제시하더라도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도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원청이 하청노조와 교섭을 진행하다가 하청업체와의 계약기간이 종료될 경우 교섭 자체가 무효가 되는지조차 불분명하다”며 “기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충돌할 여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부당노동행위 판단 확대 우려…‘경영행위’까지 분쟁화 가능

부당노동행위 판단 범위도 넓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기존에는 원청이 하청노조의 활동을 직접적으로 방해하거나 특정 노조를 지원한 경우에만 문제가 됐지만, 개정 후에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이라는 문구가 새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위원회에 접수되는 부당노동행위 사건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500~1700건 수준이다. 이 가운데 노조활동에 대한 ‘지배·개입’ 유형이 40% 내외를 차지하는데,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면 원청의 경영행위가 이 통계에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 원청의 생산량 조정이나 물량 배분이 하청 노동자에게 초과근로·휴일근로를 유발한 뒤, 원청이 교섭 요구를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는 내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사용자 판단기준·교섭 절차·부당노동행위 고의 요건 등을 명확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시행령을 통해 해석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하면 현장의 즉각적 혼란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기대된다.

다만 법조계는 “시행령은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용자 개념 확대와 단일 교섭창구 제도, 부당노동행위 판단 범위는 모두 법률에 의해 규정된 영역이기 때문에 제도 자체의 구조적 충돌은 시행령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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