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할미에서 세오녀…한국 여신 신화의 빛을 말하다
세오녀를 ‘빛의 여신’으로 재해석…지역 신화 가치 복원 강조

한국 신화 속 여신들이 어떻게 '빛'의 상징으로 이어졌는지를 탐구한 인문학 강연이 포항에서 열렸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현설 교수는 최근 포항 귀비고에서 열린 '2025 귀비고 신화학 아카데미' 두 번째 강연에서 '마고할미에서 세오녀까지'를 주제로, 한국 신화에 나타난 여성 신들의 계보와 상징적 전이를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 창세신화의 원형으로 꼽히는 마고할미 신화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는 '부도지'와 각 지역의 구비 설화를 바탕으로, 마고할미가 하늘과 땅, 인간의 질서를 빚어낸'창조 여신'으로 전승되어 왔음을 짚었다.
이 여신은 우주적 생명력과 대지의 모성을 상징하며 한민족 신화 체계의 근원적 형상으로 자리해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여성 신화의 계보가 '창조→분화→빛의 귀환'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즉 마고할미가 만물을 낳는 창조의 신이라면 그 계보 속에서 '바리공주'는 생명 회복과 희생의 신으로, '세오녀'는 빛의 회복과 질서의 재구성의 신으로 자리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신화의 여신들은 단순히 여성적 존재가 아니라, 세상을 다시 밝히는 힘의 상징으로 작동해왔다"고 말했다.
강연의 핵심은 '삼국유사'에 전하는 '연오랑세오녀' 설화였다.
조 교수는 "세오녀는 일월신화(해와 달의 신화)의 구조를 가진 대표적 여신으로 빛을 잃은 세계에 광명을 되찾게 하는 존재"라고 밝혔다.
그는 '삼국유사'의 해당 기록과 함께 '대동야승(大東野乘)'에 나타난 유사 서술을 비교 제시하며 '해와 달의 정기가 한때 일본으로 옮겨가 어둠이 드리웠으나, 부부의 귀환으로 신라가 다시 밝아졌다'는 대목을 강조했다.
이 설화는 빛의 이동을 통해 고대인의 세계관과 우주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특히 세오녀를 태양신의 여성적 상징이자, 빛을 회복하는 여신으로 해석했다.
그는 "연오랑세오녀 설화는 부부의 사랑이 아니라, 하늘과 인간의 질서가 다시 조화되는 이야기"라며"세오녀는 단순한 귀환의 주체가 아니라, 잃어버린 광명을 되찾는 '빛의 여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세오녀의 '옷감 짜기' 행위를 주목했다.
이는 단순한 직조 행위가 아니라, 혼란스러운 세상을 다시 짜 맞추는 질서 회복의 상징 행위로 이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연에서는 마고할미·바리공주·세오녀로 이어지는 여성신화의 변모가 다수의 문헌과 지역 설화를 통해 제시됐다.
조 교수는 이를 통해 "신화는 공동체의 가치와 질서가 투영된 문화적 언어이며 그 언어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새롭게 재구성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포항 지역이 바로 '삼국유사'의 세오녀 설화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그의 강연은 단순한 문헌 강의가 아니라 지역 신화의 원형을 되새기는 문화적 복원 작업의 의미를 지녔다.
조 교수는 "세오녀 설화는 한국 신화의 빛의 서사이자, 공동체가 자신을 되찾는 이야기"라며 "오늘날에도 이 신화가 우리 사회의 질서 회복과 공동체적 연대의 은유로 읽힐 수 있다"고 밝혔다.
강연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1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해'빛과 여신'을 주제로 신화의 현대적 의미를 함께 나눴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세오녀의 빛의 상징이 여성 신화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에 대한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지며, 지역 신화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
'귀비고 신화학 아카데미'는 포항문화재단 문화예술아카데미팀이 매년 기획하는 시민 인문교양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섭리의 신화학'을 주제로 총 8회 강연이 진행된다.
포항문화재단은 이번 강연에 대해 "한국 신화의 원형을 지역 문화와 연결해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다음 강연에서는 동아시아 여신 신화와 현대적 해석을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