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입맛 맞춰 일식 재해석… “무대인 주방서 공연하듯 요리”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1999년 처음 접한 ‘퓨전일식’에 매료
야키우동 등 메뉴 개발로 업계 주목
세계적 대가에 배우려 뉴욕 찾기도
등심 돈카츠·게장 사시미 시그니처
낮엔 밥집, 밤엔 편안한 술자리 변신

1999년 가을 그는 LG유통(현 아워홈)에서 운영하는 오리엔탈 레스토랑 ‘실크스파이스(Silk Spice)’의 헤드 셰프로 자리를 옮기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이곳에서 그는 ‘퓨전일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접했다. 그 시절엔 ‘퓨전’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다. 하지만 그는 전통 일식의 정갈함 위에 한국적인 맛, 서양식 풍미를 올리는 작업이 흥미로웠다. 그곳에서 그는 세상에 없던 요리들을 만들어냈다. 야키우동, 참치 다다키, 아게도후와 조갯살, 갈릭 스테이크 등 그가 개발한 메뉴는 당시 요식업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유 셰프는 재료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맛을 만드는 게 즐거웠다. 처음에는 “이게 뭐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유 셰프는 이를 창작의 재미로 여겼다. 이후 그는 퓨전일식의 세계적 거장 마쓰히사 노부유키 셰프를 멘토로 삼았다. 노부유키 셰프의 ‘노부(NOBU)’를 직접 보려고 뉴욕까지 갔다. 그때 그는 요리에는 국경이 없고 문화와 감성을 담는 게 요리의 본질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2008년 신사동 가로수길에 ‘유노추보(Uno Chubo)’를 연 뒤 그는 대중적인 일식 레스토랑의 선구자로 불렸다. 당시만 해도 일본 요리는 고급 레스토랑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그는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일식을 선보였다. 이후 오랜 시간 동안 호텔과 외식업 현장을 오가던 그는 여의도에 ‘키보 락앤롤’을 열며 다시 한번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함께 오랜 인연을 이어온 남준영 셰프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공간이다. 키보 락앤롤은 이름부터가 이색적이다. ‘키보’는 일본어에서 따온 말로 ‘희망’을 뜻한다. 용산에 처음 키보를 오픈했을 때 매장을 다녀가는 손님들이 희망을 얻었으면 한다는 작은 바람으로 키보라고 이름을 정했다. 일상의 작은 순간, 소소한 행복들이 고객들의 희망이 되듯, 키보의 음식을 통해서 희망을 안겨주는 따스함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락앤롤’을 통해 자유와 희망을 전하고자 했다. 유 셰프는 레트로풍의 인테리어와 옛날 감성의 음악, 세련됨보다 투박한 식기들을 사용한다. 레트로풍이라고 하지만, 단순히 옛날을 흉내 내는 게 아니다. 손님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온기를 담고 있다.
점심에는 ‘등심 돈카츠’ ‘락앤롤오무라이스’ 등 경양식 메뉴로 구성되고, 저녁에는 ‘게장 사시미’ ‘모츠나베’ ‘항정살 호우바야끼’ 같은 일본풍 안주와 다양한 주류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낮에는 따뜻한 식사 공간, 밤에는 편안한 술자리로 변신한다.



그의 신조는 단순하다. ‘맛있는 것만 고객께 제공하자’이다. 이 한 문장이 30년 넘게 그를 주방에 서게 만든 힘이다. 그는 여전히 새로운 요리를 구상하고 있다. 끝까지 감각을 잃지 않는 셰프로 남고 싶고, 자신의 음식을 좋아해 주는 고객을 위해 늘 새로운 브랜드와 메뉴를 구상하려고 노력한다. 여의도의 작은 레트로 공간 키보 락앤롤. 그곳에는 한 시대를 건너온 셰프의 철학과 음악적 리듬, 그리고 세상을 향한 ‘요리의 한 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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