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트럼프발 관세협상 2라운드…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승리전략 [노영우의 스톡 피시]
한국과 미국 간 관세협상이 일단락됐다. 한국은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미국 조선 산업에 투자하고 2000억 달러는 매년 200억 달러씩 나눠 10년간 투자한다는 것이 골자다. 누가 뭐래도 이번 협상의 완벽한 승자는 미국이다. 미국은 무관세 국가였던 한국에 15%의 관세를 물리고 3500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냈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일본과 유럽도 비슷한 방식으로 미국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럼 미국의 일방주의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관세협상은 시작에 불과하다. 조만간 관세협상 2라운드가 닥친다. 여기서 승리할 전략을 살펴본다.


만약 일본이 저항할 때 한국은 순응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미국은 일본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한국의 관세는 낮춰줄 것이다. 그럼 미국시장에서 한국은 일본을 따돌리고 수출시장을 독차지할 수 있다. 이 때 한국의 이익은 15로 늘어나고 일본의 이익은 0이 된다. 일본이 저항할 때 한국이 같이 저항하면 10만큼 이익을 올릴 수 있지만 한국이 순응하면 한국의 이익은 15로 늘어난다.
그럼 일본이 미국에 순응할 때는 어떻게 될까. 한국이 저항하면 미국 시장을 일본이 독차지해 일본이 15만큼 이익을 올릴 수 있는 반면 한국의 이익은 0이된다. 일본과 같이 순응하면 한국과 일본은 이번 협상처럼 모두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고 미국 시장을 양분하게 된다. 이 때 두 나라는 3만큼의 이익을 얻는다. 동시에 저항할 때보다 이익은 낮아지지만 그래도 양국이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이 순응할 때 한국도 순응하는 것이 이익을 조금이라도 챙기는 방법이다. 결국 한국은 일본이 저항하던 순응하던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같은 방식을 일본에 적용하면 일본도 한국이 저항하던 순응하던 미국에 순응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협상의 구조가 이렇게 짜인다면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의 요구를 100% 받아들이게 된다. 이번 관세협상에서 한국과 일본이 모두 미국에 굴복한 것은 이런 게임의 구조로 설명이 가능하다. 바로 이 점이 트럼프가 두 나라를 분리해서 협상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일본, EU 등 미국의 주요 수출국들은 모두 자신들이 미국에 저항했을 때 미국이라는 시장을 다른 경쟁국에 송두리째 빼앗길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미국은 이 점을 파고들어 각국이 모두 미국에 순응하도록 한 것이다.

처음에는 미국에 순응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었지만 관세협상이 향후 반복된다면 각국이 연대해 미국에 맞서는 것이 더 유리해지는 구도가 형성된다. 만약 3개 나라가 단결해서 미국에게 관세를 낮춰줄 것을 요구한다면 각 나라로 쪼개져서 미국과 협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미국에 순응할 때보다 관세율이 조금 높더라도 3국이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받는다면 미국 시장을 나눠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이 단결의 강도를 높이고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때 공동으로 맞불을 놓는다면 미국은 더 이상 관세를 통해 다른 나라를 누르기 어렵게 된다.
경제학적인 설명을 빌리자면 한국 일본 유럽은 서로 미국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를 탈피하고 상호 협조해서 미국에 대항하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 이익을 늘리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국이 서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협조해서 미국에 저항하기로 해놓고 한 두 나라가 이탈한다면 게임은 다시 경쟁적 게임구도로 바뀌고 이때는 다시 미국에 순응하는 것이 유리한 구조로 바뀐다.
각국이 미국에 순응하는 선택을 하는 것은 미국보다 다른 경쟁국들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가 손해 보는 게임의 구조를 이해하게 되면 경쟁국과의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을 포함한 각국이 CPTPP 가입에 대한 논의가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시장 확대와 안정적인 교역 기반 확보를 위해서 그리고 한국과 유사한 경제·통상 입장을 가진 국가들과의 경제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CPTPP 가입으로 미국에 대한 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이 기구에 가입하고 미국에 대해 공동 협상에 나선다면 협상력이 한층 높아진다. 트럼프의 쪼개기 협상 전략에 대응하는 하나의 카드가 마련되는 셈이다.
CPTPP가 경제동맹에 이어 외교와 국제정치적인 입장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 질서를 수립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CPTPP는 트럼프의 ‘약탈적 상호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다.
미국은 현재 상호관세를 놓고 법적 분쟁이 한창이다. 만약 미국 대법원에서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다면 가 위법이라면 미국은 다른 카드를 들고 나와 각국을 압박할 것이다. 이때는 각국이 단결해서 트럼프에 대항하는 전략을 짜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상황은 반복되고 전략은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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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피시(stockfish)] 중세시대에는 대구와 청어 등 생선을 잡아 오랫동안 저장하는 방법이 국력의 상징이었습니다. 말리는 것부터 시작해 소금에 절이는 것까지 생선을 잘 저장해 파는 나라가 세계경제 패권을 장악했습니다. 저장된 생선을 의미하는 ‘스톡피시’는 당시 기술과 경제력을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21세기에도 국가간 기술·무역 경쟁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스톡피시’는 세계 경제를 진단하고 혜안을 제시하는 칼럼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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