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핵 억제전략 한계 절감… 美 ‘아시아판 나토’ 구상 뒷받침하나[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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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수함) 보유가 현실화할 경우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장기간에 걸쳐 미국의 적극적 지원과 협력이 전제되는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역내 균형추가 미국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이 30여 년간 반대해온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를 인정한 건 인태 지역의 안보 환경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을 거란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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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항 깊이ㆍ작전 반경 등 감안 땐
중국 인태지역 활동 감시 노린 듯
‘한반도 리스크’ 급상승 현실화 우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수함) 보유가 현실화할 경우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장기간에 걸쳐 미국의 적극적 지원과 협력이 전제되는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역내 균형추가 미국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핵잠수함 보유 추진이 미국의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구상 참여의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이 30여 년간 반대해온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를 인정한 건 인태 지역의 안보 환경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을 거란 평가가 많다. 중국은 핵무력을 급속히 강화하고 있고, 러시아는 공개적으로 핵 위협을 쏟아내고 있고, 여기에 북한까지 전술핵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기존 확장억제 전략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견제ㆍ압박을 전면에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핵으로 무장한’ 북중러 밀착에 극히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 펜타곤 안팎에선 이른바 ‘태평양 방위조약’ 관련 구상에 대한 주장이 진작부터 쏟아졌다. 중국의 대만 점령 시나리오, 남중국해 실효적 지배 등 해양 진출을 통한 세력 확장에 맞서 다층적ㆍ격자형 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 꼽히는 호주ㆍ일본ㆍ필리핀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자체 방위력 강화에 나서는 동시에 상호 합동훈련도 정례화하기 시작했다. 태평양 방위조약은 인태 지역 내 친미 국가들의 집단방위 체제 구축을 통해 중국 견제를 공고화하고 미국의 해양패권을 유지하는 키가 될 수 있다.
관심은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와 아시아판 나토 구상의 연관 여부다. 외견상으로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출범 이후 한 차례도 공론화한 적이 없던 핵잠수함 보유 의지를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곧장 수용한 건 핵잠수함의 기능과 역할 중 대중국 견제ㆍ압박이 상당한 위치를 차지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잠항 깊이와 작전반경 등을 감안할 때 핵잠수함이 상대적으로 얕고 소음이 심한 한반도 주변 수역만을 작전지역으로 삼을 가능성도 높지는 않아 보인다. 중국 해군력의 인태지역 활동에 대한 (비)상시적 감시를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재명 정부의 핵잠수함 확보 추진을 반기는 이들의 주장 가운데 맨 앞자리는 북핵 억제력 확보 내지 북핵 위협 무력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의 아시아판 나토 구상에 발을 들이는 순간 북핵 위협의 수위 고조와 한반도 위기지수 급상승은 피하기 어렵다. 북중러 밀착 수준이 높아질 테고 이는 곧바로 남북이 직접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리스크를 가중시킬 수 있다. 중국과의 긴장이 경제적 타격과 안보 위기로 극화하는 것도 불가피하다. 게다가 이런 예상 가능한 상황 전개는 핵잠수함을 실제 확보하는 과정을 전후한 대미 협상력을 도리어 약화시키며 국익 훼손의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높다.
이재명 정부의 아시아판 나토 구상 참여 여부는 아직까지 추정의 영역이지만, 선택지에 올리지 말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백 번 양보해 핵잠수함 확보가 자주국방의 요체이기 위해서조차 그렇다.
양정대 선임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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