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철인이 말했다 “제 나이에 순위는 무슨…느려도 끝까지”[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올해 71세인 강준환 수원한마음병원 원장은 2022년 10월 8일 미국 하와이 코나에서 열린 아이언맨(Ironman·철인) 세계선수권대회 완주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출전 자격 획득부터 대회 완주까지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코나 세계선수권은 1978년부터 열리는 세계 최고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철인코스(수영 3.9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 대회다.

그해 10월 8일 코나에서도 16시간58분14초로 완주했다. 철인코스는 17시간 넘어 들어오면 철인 칭호를 받을 수 없다. 1분 46초 차이로 세계 최고 대회에서 ‘철인’이 된 것이다.
학창 시절 유도와 태권도 같은 스포츠를 즐긴 강 원장은 “운동 DNA를 타고났는지 몸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수영은 1986년 입문했다. 그는 “경기도립 수원병원(현 경기의료원 수원병원)에서 일할 때 수원에 실내수영장이 처음 생겼다. 바로 등록했다”고 했다.

달리기는 1990년대 후반 집을 서울로 옮기면서 시작했다. 서울사대부고(서울대사범대부설고) 동창들이 양재천을 달리고 있어 합류했다. 그는 “처음 달릴 때 1.5km 지점에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돌아올 정도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주말에 친구들과 10km를 달리며 기량을 키웠다. 마라톤 최고 기록은 2013년 가을 기록한 4시간 46초.
“2002년 어느 날 신문을 보는데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겁니다. ‘참 멋있다’고 생각했고 바로 사이클을 장만했죠. 그해 처음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출전했는데 제한 시간(3시간 30분)을 넘겨서 실격했어요. 너무 힘들더라고요.”

“제 나이에 기록, 순위는 의미 없어요. 완주가 목표입니다. 다만 철인코스를 선호합니다. 제한 시간이 17시간이라 하프코스(8시간)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넉넉한 만큼 천천히 쉽게 완주할 수 있어요. 올림픽코스는 좀 여유 부리다 보면 제한 시간을 넘겨요. 철인코스는 17시간 안쪽으로 완주할 수 있어요.”
철인3종 제한 시간은 올림픽코스의 경우 국제 규정은 4시간 30분인데 국내에선 대부분 3시간 30분으로 운영하고 있다. 코스 난이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기도 한다.
강 원장은 철인3종에서 욕심은 금물이라고 했다. “코나에 갔을 때 저보다 훨씬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중도에 포기했어요. 다들 제가 힘들어서 중도 포기할 것이라고 했죠. 그런데 전 완주했고 그 친구가 포기했죠. 철인코스 같은 장거리 경주에선 실력보다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전 천천히 즐깁니다. 즐기다 보면 결승선이 나와요. 무리하면 여지없이 제한 시간을 넘겨요.”

강 원장은 아직도 체력이 탄탄하다. 올 8월 24일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튀르키예 보스포루스해협 횡단 수영 대회에 참가해 6.5km를 완영했다. 전 세계 70여 개국 참가자 2800여 명 가운데 70대 이상 58명 중 18위를 차지했다. 기록도 제한 시간인 2시간보다 훨씬 빠른 1시간34분30초였다. 한국인 참가자 12명 중 가장 연장자였지만 꼴찌도 면했다. 강 원장은 “평생 기록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 나이에 꼴찌를 하지 않아 그냥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빨리 흐르는 물살을 잘 타면 빨리 가고 그렇지 못하면 늦을 수 있었죠. 코스도 직선 코스가 아니고 세 굽이 정도 도는데 그때 물살을 잘 타지 못하면 힘들 수 있었어요. 전 물살을 잘 탔습니다.”

솔직히 이젠 철인코스 완주가 다소 버겁기도 하다. 지난해 철인코스를 완주할 때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올림픽코스도 가끔 제한 시간 안이 들어오지 못한다. 아내를 포함해 지인들도 철인코스 출전을 말린다. 하지만 그는 “코나에서 90세인 일본 사람을 봤다. 그에 비하면 나는 청춘이다.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도전하겠다”고 했다.
“제 나이대의 경우 제대로 걷지 못하는 분도 많아요. 상대적으로 젊은데도 허리가 굽은 환자들도 있죠. 그런데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들은 다 생생해요. 완주의 성취감도 있지만 헤엄치고 사이클 타고 달릴 때 무아지경에 빠진 듯 황홀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멈출 수 있겠습니까.”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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