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끼가 꼭 필요한 이유 [박민선의 건강톡톡]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25. 11. 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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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 전문직 여성은 최근 이유 없는 무기력과 우울감을 호소했다.

하루 중 한두 끼는 포만감을 느낄 만큼 충분히 식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어떤 환자는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규칙적인 세끼 식사와 간식을 병행한 결과, 우울 증상이 점차 호전돼 결국 항우울제를 끊을 수 있었다.

꼭 세끼를 먹어야 할까? 한식은 기본적으로 열량이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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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거르면 우울감 심해져…포만감 있는 식사와 에너지 균형이 약보다 중요

(시사저널=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63세 전문직 여성은 최근 이유 없는 무기력과 우울감을 호소했다. 직장이나 인간관계에는 문제가 없지만, 일상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허무감이 커졌다. 수개월째 항우울제를 복용했으나 호전이 없었다. 이전부터 소화력이 떨어져 식사량이 줄어들었고, 이후 영양제와 혈액순환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움직이기조차 싫을 정도로 의욕 저하가 심해 일상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식사를 거르는 것은 우울증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신진대사가 느려져 끼니때가 되어도 배고픔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식사를 거르거나, 배가 고플 때 과일이나 과자 등 간단한 음식으로만 때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여성은 근육량이 적고, 순간적인 힘보다 지방을 이용해 오래 버티는 에너지 대사에 더 익숙하다. 이 때문에 열량 섭취가 부족해도 일정 기간은 견딜 수 있지만, 신체활동이나 운동량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어나면 체력 저하가 찾아온다. 이런 시점에 무기력감, 의욕 저하, 우울감이 쉽게 나타난다. 더욱이 식사량이 줄어들면 소화 기능도 점점 떨어지고, 음식 섭취가 줄어들수록 우울한 감정은 약물치료로도 잘 호전되지 않는다.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일정 수준의 에너지와 영양을 꾸준히 공급받아야 정상적으로 기능한다. 하루 중 한두 끼는 포만감을 느낄 만큼 충분히 식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해야 뇌로 가는 혈류가 원활해지고, 식욕과 기분을 조절하는 렙틴 등 호르몬이 적절히 분비돼 우울증을 예방하는 생리적 균형이 유지된다. 실제로 어떤 환자는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규칙적인 세끼 식사와 간식을 병행한 결과, 우울 증상이 점차 호전돼 결국 항우울제를 끊을 수 있었다.

ⓒ시사저널 임준선

영양제 의존 습관은 신체 에너지 균형 해쳐

꼭 음식으로 먹어야만 건강할까? 최근 영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불안감에 여러 건강보조식품을 찾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 비타민이나 미네랄은 체내 농도가 필요량의 약 25% 수준만 돼도 결핍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눈에 보이는 증상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특정 영양소 부족이 원인인 경우는 드물다.

건강의 핵심은 영양소 '균형'과 '충분한 열량'이다. 신체활동량에 맞춰 적절한 에너지를 섭취하고,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고르게 포함한 식사를 통해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식사량을 줄이거나 영양제에 의존하는 습관은 신체의 에너지 균형뿐 아니라 정신적 안정까지 해칠 수 있다.

꼭 세끼를 먹어야 할까? 한식은 기본적으로 열량이 높지 않다. 곡물과 채소, 나물 위주의 식단은 포만감을 주지만 실제로는 성인의 하루 필요 열량(약 1800~2500kcal)에 도달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새참이나 간식을 포함해 하루 3~5회 곡물을 섭취하며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했다. 오늘날 서구식 식단이 들어오면서 단백질과 지방 섭취가 늘어났지만, 우리의 유전적 기반은 여전히 '하루 여러 번 먹는 식사 패턴'에 맞춰져 있다. 오랜 세대에 걸쳐 형성된 이 대사 리듬은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타고난 유전 정보에 맞춰 사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세끼 식사를 거르거나 불규칙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간식을 찾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간식은 열량이 높고 단순당과 포화지방이 많으며, 필수 영양소는 부족하다. 이런 식습관이 반복되면 비만·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또 제때 포만감 있는 식사를 하지 못하면 에너지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감정이 불안정해진다. 배고픈 상태가 지속되면 충동적이거나 짜증이 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우울감이 커질 수 있다. 자동차가 오일이 부족하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듯, 우리 몸도 일정한 간격으로 연료가 공급되지 않으면 생존의 위기 신호를 보낸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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