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신라금관' 열풍…국립광주박물관, '도자문화관 시대' 연다
내달 17일 도자문화관 개관…"국제 교류 무대로"
지역박물관도 '뮷즈'가 대세…'댕글팟', 열풍 예고
"전통, 감각적으로 재해석하는 '힙 트래디션' 중요"

최근 국내 주요 박물관들이 세계적인 관광명소, 정상회담 무대로 주목받는 가운데 도자문화관 개관을 앞둔 국립광주박물관도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겠다는 각오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를 등에 업고 사상 첫 연간 500만 관람객을 돌파한 국립중앙박물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선물해 화제가 된 '천마총 금관' 모형을 품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이어 아시아 도자 문화를 조명하는 공간으로써 K-컬처의 새로운 거점으로 우뚝 설지 관심이 쏠린다.
'도자문화관'으로 특성화 선언
15일 국립광주박물관에 따르면 오는 12월17일 '도자문화관'이 개관한다. 단순한 상설 전시관이 아니라 아시아 교류의 거점이 될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광주박물관은 1978년 신안선 유물 전시를 위해 개관한 이후 약 반세기 동안 지역 고고학·역사·미술 분야를 종합적으로 다뤄왔다. 이번 도자문화관 개관은 한 단계 도약을 선언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국립광주박물관이 보유한 유물 약 17만점 가운데 도자 관련 유물은 7만점에 달한다. 이 중 전남 지역 도요지 출토품이 약 3만점, 신안선 도자 2만여점, 완도 청자 3만여점, 이건희 컬렉션에서 기증받은 2000여점이 포함돼 있다.

'댕글팟' 열풍…광주판 '케데헌 굿즈' 가능성
국립광주박물관이 지난 9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박물관·미술관 박람회'에서 공개한 자체 뮷즈 '댕글팟(Dangle Pot)'은 당시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신안선 도자와 한국 전통 도자기를 모티브로 한 이 소형 모듈 도자기는 공개 일주일 만에 인스타그램 좋아요 10만개, 댓글 1000개를 넘기며 '광주판 케데헌 굿즈'라는 평가를 받았다.
댕글팟은 서울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국립중앙박물관 측에서도 '서울 판매 요청'이 올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지역에서도 충분히 콘텐츠 파급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인 셈이다.
도자문화관 개관과 함께 이곳 2층에 같은날 오픈할 예정인 문화상품점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직접 운영한다. '케데헌' 굿즈로 열풍을 일으킨 화제의 뮷즈(뮤지엄+굿즈)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인기 굿즈와 함께 광주에서 새로 개발한 상품들도 전시·판매된다.
"K-컬처는 확장선"…광주의 전략은 '연결'
국립박물관마다 고유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광주는 '도자기'를 핵심으로 삼고 지난 2018년부터 '아시아 도자문화 교류의 거점' 사업을 펼쳐왔다. 새로 개관할 도자문화관은 전국의 국립박물관 중 도자만을 단독 주제로 한 유일한 공간이다.
최근 전남일보와 만난 최흥선 국립광주박물관 관장은 K-콘텐츠와의 직접적인 협업보다는 '기초 문화 인프라 강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연계를 강조했다. 케데헌의 성공도 결국 한국 고유의 문화가 세계에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최 관장은 "박물관의 역할은 그 문화적 기반을 탄탄히 다지고 시민들이 '삶의 일부'로 느낄 수 있게 전시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영감을 얻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박물관·연구·전시·상품화가 하나로 순환되는 '문화 생태계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최 관장은 이어 한류를 발판으로 세계적 관광 명소로 거듭난 국립중앙박물관, APEC 정상회의가 열리며 국제 이슈의 무대가 된 국립경주박물관 등을 예로 들며 광주도 향후 이러한 흐름에 편승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자문화관이 그 순환의 '광주형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신안선 발견 50주년(2026년)'을 기점으로 국제학술대회와 한중일 도자 교류 전시도 준비 중이다. 특히 신안선 유물이 중국 절강성 용천요, 일본 하카타항과 직접 연결된 만큼 도자문화관은 향후 동아시아 도자 네트워크의 '허브 박물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통의 재해석…"지역 박물관도 '힙 트래디션' 필요"
도자문화관이 단순히 한 기관의 확장에 그치지 않고 한류에 편승할 감각적인 공간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케데헌'과 '신라 금관' 열풍이 보여준 것처럼 전통문화의 현대적 재해석이 새로운 대중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흐름이 지역 박물관들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지현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역 박물관이 중앙기관 못지않은 문화 파급력을 가지려면 전통을 감각적으로 해석해 내는 역량이 중요하다"며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전통문화는 낡은 것이 아닌 '새로운 감성 자원'으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케데헌'처럼 전통 요소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글로벌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는 만큼 박물관도 이러한 '힙 트래디션(Hip Tradition)' 감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힙 트래디션'이란 전통문화(Traditional Culture)를 현대적 감각(Hip)으로 재해석해 젊은 세대에게 '멋있고, 감각적인 것'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현상 또는 접근 방식을 말한다.
국립광주박물관이 핵심 콘텐츠로 삼은 도자문화도 이러한 '힙 트래디션'을 시각적으로 결합해 연출하기 충분하다. 도자기는 단지 유물이 아니라 제작 방식과 철학, 색감, 문양 속에 깊은 스토리를 담고 있어 스토리텔링 확장성도 크다.
아울러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거듭나기 위한 경쟁력도 제고해야 한다. 트렌디한 공간 구성, 체험형 프로그램, 시각적 연출이 감각적으로 결합된 기획력이 향후 국립광주박물관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