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도 야도 "금정산 생큐"인데…산 한가운데 '구멍'난 이유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국립공원 두 곳을 지정하려고 했다. 2023년 팔공산(대구·경북)에 이어 올해 상반기엔 금정산(부산·경남 양산). 부산과 양산의 시민도, 전문가들도 그렇게 내다봤다.

“올해 6월 이전이 유력했습니다. 봄, 특히 그달(6월) 5일이 ‘환경의 날’이거든요. 그런데 12·3 계엄으로 올스톱됐죠. 탄핵과 대선으로 금정산도 소용돌이에 휘말려 오도 가도 못했어요.”(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이후 금정산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지난달 31일 제24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 어느 정부든 여야 모두 국립공원 지정에 긍정적
“가을이면 금정산이지. 금정산이면 가을이고. 가만, 금샘 출입이 가능하던가?”
지난 6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열기가 남은 듯 따뜻한 날이었다. 대구에서 온 50대 남성 두 명이 금정산성 북문을 지나 산의 주봉인 고당봉으로 향하고 있었다. 금샘은 금정산(金井山)의 이름을 만든, 항상 물이 괴어 금빛 물고기가 산다는 바위 물웅덩이다. 금정산 명칭은 '검정산'의 변형으로 보기도 한다. 금샘은 추락사고 이후 현재 출입금지다.

![항상 물이 가득차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황금 물빛을 내 신비한 샘이자 금정산의 이름을 만든 부산 금정산의 금샘. [사진 부산시]](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8/joongangsunday/20251118080038308lbcs.jpg)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국립공원 제19호 변산반도와 20호 월출산) 이후 한 정부가 두 곳 이상의 국립공원을 지정한 경우는 없다. 긴 숨 고르기를 하다가 4반세기 뚝 떨어져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무등산(21호)이,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태백산(22호)이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국공위) 심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국립공원은 ‘봄 아니면 겨울’에 대부분 지정됐다. 24곳 중 21곳이다. 그중 9곳이 12월로 가장 많다. 정 국장은 “당시 지리산을 ‘연내’에 지정하자는 여론이 커서 1967년 12월 29일에 서둘러 국립공원 1호로 만든 게, 일종의 기념일로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금정산국립공원의 생일은 10월 31일. “10월이 가기 전에 발표하려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벼른 모양새입니다."
왜 10월이었을까. 정 국장은 이렇게 추론했다. “정부 조직개편으로 기후부가 10월에 출범했어요. 환경보다 에너지에 무게를 실을 것이란 여론을 불식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금정산국립공원 지정입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일정(10월 27일~11월 1일)에 맞춰 컨벤션 효과를 기대한 측면도 있어 보이이고요. 무엇보다 내년 지방선거에 불을 지피는 역할도 기대했을 가능성도 있어요.”(정 국장) 이에 대해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큰 이유는 없고, 새 정부 들어 국립공원 지정 절차가 착착 진행됐을 뿐”이라고 했다.
![[사진 기후환경에너지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8/joongangsunday/20251118080038602gfgi.jpg)

“글쎄요, 9월의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통과를 고려하면 10월 지정이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 같습니다. 지방선거에 큰 호재는 맞습니다. 과거 사례를 비추면, 물론 도립공원에서 승격한 무등산·태백산·팔공산과 차이가 있겠지만 국립공원 지정 후 5년간은 매년 100억~150억원의 중앙정부 예산이 투입되거든요.”(조우 상지대 교수)
금정산은 시립이나 도립·군립 등 자연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은 채 ‘바로’ 국립공원이 됐다. 부산의 여섯 개 구(區)에 걸치고, 양산시 한가운데 있는 ‘도심형’ 국립공원이다. 언뜻 보면 정치와 멀리 떨어져 보이지만 현지에선 벌써부터 "PK(부산·경남) 민심 다지기용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멀리 갈 것도 없어요. 팔공산국립공원 지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어요. 인프라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총선 직전에 발표도 했고요. 팔공산을 TK(대구·경북) 민심 잡기로 쓴 거죠.”(한 정치평론가)
금정산국립공원이 지정되자마자 국민의힘 소속인 박형준 부산시장도, 변성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도 즉각 환영의 메시지를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우 교수는 “국립공원 지정은 어느 정부에서든 여야 모두 긍정적이었는데, 수백 억원의 예산을 끌어와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정치적 홍보 효과가 크기때문”이라며 “금정산도 내년 부산 지방선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방문객 수, 경제효과 홍보…"보전 뒷전, 흥행만 노려"
“저기 국립공원 축하 현수막이 걸렸네요. 어? 왜 범어사 이름이 맨 처음에 올라와 있죠?”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 쩐 티 쑤언니(22)와 취준생 현다영(23)씨는 고당봉에서 북문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2005년 시민단체의 건의로 금정산국립공원 지정이 논의됐지만, 사찰지를 포함해 80% 가까운 사유지 문제로 20년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어요.”(조 교수)
지주·산주들은 이미 개발제한구역 등으로 오랫동안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데, 국립공원 지정이 되면 이중규제에 묶여 사유재산권 침해는 물론 지역발전에도 저해된다며 반대해 왔다. 돌파구는 금정산 최대 사찰이자 조계종 14대 교구 본사인 범어사가 국립공원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서면서다. 지난해 11월 부산시와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사찰 근처 탐방로와 숲길 조성, 교육시설 건립 등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합니다. 범어사로서도 손해볼 일이 아니죠.”(정 국장)

금정산 자체로는 작은 면적이지만 같은 낙동정맥인 백양산(642m)도 국립공원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래서 전체 규모가 계룡산국립공원과 비슷한 66.859㎢(22위)로 커져 '꼴찌 위기'를 벗어난 것도 국립공원 지정의 순풍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김은희(62·금정구)·양윤자(64·연제구)·정봉록(77·사하구)씨 등 금정산에서 만난 부산 시민 14명 중 10명은 "백양산은 금정산과는 전혀 다른 산”이라는 인식도 있다.
중앙SUNDAY가 입수한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계획안’에 따르면 기후부는 현재 연 312만명인 방문객이 399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연구원은 금정산의 경제적 가치가 6조6200억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기후부는 이 역시 국립공원 지정 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공원 지정의 걸림돌이었던 사유지는 계속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23년 팔공산국립공원 지정 때부터 적용한 산림청의 국립공원 내 국·공유지 '산림 경영’은 허용한다. 이는 다른 지주와의 형평성 문제를 부를 수 있다. 금정산 한가운데 산성마을이 뻥 뚫린 것처럼 국립공원에서 빠진 것도 재산권 행사 문제 때문이다. 이는 금정산이 국립공원 이전에 터널과 도로 등으로 이미 개발이 많이 이뤄졌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래서 환경단체에서는 “국립공원 본연의 가치인 자연환경 보전에서 벗어나 흥행과 개발로 엇나가고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은 "예산과 방문객 수, 경제적 효과에만 치중하면 국립공원 지정의 근본 취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부산 시민의 20년 염원이었던 만큼 보전과 개발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17개 시도 중 울산광역시와 인천광역시·세종특별자치시만 국립공원이 없다. 전문가 중에는 “정치역학 따라 국립공원이 언제 어디서든 나올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이 좁은 땅에 국립공원 30개로도 모자라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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