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많은 세대만 챙기나…2030 박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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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2차 베이비부머 월드
지난 몇 년간 정치 지형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0대에서 늘어나는 반(反)민주당 정서다. 이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40대 못지않게 민주당의 주력 지지층이었다.
30대의 변심은 세대 간 자원 재배분의 불균형이 심해지는 데다, 장·노년에 집중된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저성장·고령화 속에서 자산 격차는 심해지고, 연금·건강보험 등 공공서비스의 세대 간 비용 분담 문제가 불거졌다. 번듯한 일자리는 줄고, 일하게 되더라도 노쇠화하는 조직에서 승진 기회를 잡기 어렵다. 그런데 정치권은 장노년의 입맛에 맞는 정책만 내놓는다. 밀레니얼 세대의 불만이 세대 간 갈등으로 폭발해 정치권을 휩쓸 가능성은 여기에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는 1년에 두 차례 정당별 호감도를 조사한다. 2020년 8월 민주당에 호감을 가진 30대는 52%로 40대(59%) 다음이었다. 비호감은 42%였다. 5년 2개월 뒤인 지난달 조사에서는 비호감(48%)이 호감(44%)을 앞질렀다. 40대(호감 68%, 비호감 29%)와 대비도 컸다. 30대의 민주·진보 계열 정당 지지율은 2020년 8월 54%(민주당 44%, 열린민주당 4%, 정의당 6%)에서 지난달 36%(민주당 34%, 조국혁신당 2%, 진보당 0%)로 쪼그라들었다.
30대는 지난 10년간 벌어진 자산 격차의 피해자다. 30대 가구(가구주 연령 기준·가계금융복지조사)의 순자산은 2015년 1억9200만원에서 지난해 2억5400만원으로 32.3% 늘었다. 평균 증가율(57.9%)에 한참 못 미친다. 반면 2000년대 초중반 일자리를 잡아, 몇 년 전 ‘갭투자’ 등에 적극적이었던 40대의 순자산은 2억6500만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70.2% 늘었다. 60대도 65.6%(3억1300만원→5억1000만원) 증가했다. 30대는 ‘주거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하는 시기다. 집값 폭등은 그들에게 자산 격차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개선할 기회 또한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공적 서비스의 세대 간 비용 분담 문제도 첨예해졌다. 기초연금·문재인 케어·지방자치단체의 복지 확충 등으로 고령자가 받는 공적 서비스가 집중적으로 늘면서, 젊은 세대의 ‘노인 봉양’ 부담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고령화는 젊은 세대가 더 많은 노인을 감당해야 하는데, 성장률은 도리어 낮추는 이중의 효과를 가져온다.
65세 이상이 받는 공적이전 규모는 2013년 1인당 571만원에서 2023년 1236만원(국민이전계정공공연령재배분)으로 2.2배 늘었다. 연평균 7.3%씩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30~59세가 조세·연금·건강보험 등을 부담하는 금액은 1.6배(567만원→923만원) 늘었다. 1인당 명목 국민소득 증가폭도 1.5배(3115만원→4658만원)에 불과했다.
조직의 고령화도 밀레니얼세대를 압박한다. 금융인력 기초 통계에 따르면 금융회사 임직원 중 39세 이하 비중은 2016년 54.7%에서 지난해 43.0%로 감소했다. 거꾸로 50세 이상은 13.3%에서 22.2%로 증가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의 직원 근속 연수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연공서열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조직에서 중장년들은 예전 같다면 30대에게 돌아갔을 몫을 고스란히 차지하게 됐다.
이 모든 문제는 정책과 직결된다. 장노년 유권자 비중이 늘어나자 정치권은 이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건강보험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되더라도 중장년 가입자의 이익이 지켜지는 방향이다.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도 고령 자산가에게 유리한 종합부동산세 폐지, 상속·증여세 인하를 논의한다. 정년 연장을 비롯해 은퇴를 몇 년 앞둔 이들에게 정책만 속도감 있게 추진된다.
결국 세대 간의 경제적 이해관계 차이가 정치적 갈등으로 발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대선 개혁신당과 민주노동당 후보가 20~30대에서 집중적인 득표를 한 것은 세대 간 균열의 전초전에 가깝다. 영국의 젊은 세대가 기성 정당인 보수당·노동당을 모두 외면하고 녹색당·영국개혁당(Reform UK)을 지지하는 행태가 한국에서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귀동 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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