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버리자 첫승 찾아와…다음 목표는 美 콘페리투어”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5. 11. 1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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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투어 2025시즌 최고의 스타 김재호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전설 김용희 아들
210번째 대회 렉서스 마스터즈서 첫 우승
지난해 팔꿈치 부상 당한 뒤 마음가짐 변화
타고난 재능에 노력 더해지면서 값진 결실
일본·아시안투어 등 해외 무대 도전 예정
지난 2일 렉서스 마스터즈 정상에 오르며 KPGA 투어 희망의 아이콘이 된 김재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민수용 골프전문사진기자
종목을 막론하고 운동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체 능력과 재능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채울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조건에 안주해 기대 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다.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김재호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지난해 팔꿈치를 다쳐 한 시즌을 통째로 쉬기 전까지 김재호는 노력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상반기와 하반기 사이 약 2개월간의 휴식기에는 40~50일 가까이 골프채를 잡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군산CC 오픈이 끝난 다음 날부터 곧바로 하반기 준비에 돌입했다. 결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지난해 겨울부터 꾸준히 달리기를 하며 체력을 키우고 스윙 교정, 퍼트 등 단점 보완에 많은 공을 들인 그는 지난 2일 막을 내린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209전 210기를 달성했다.

김재호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하면 부모님께 물려받은 좋은 유전자를 믿고 연습을 게을리했다. 주변에서 ‘저 형은 연습도 안 하고 어떻게 버티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했다. 하지만 큰 부상을 겪은 뒤 생각이 달라졌고 꾸준히 노력하자 우승이라는 값진 선물을 받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가 정상에 오른 렉서스 마스터즈는 올해 열린 20개 KPGA 투어 대회 중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살아있는 전설인 김용희 2군 감독의 아들인 그가 아버지의 유니폼을 입고 플레이를 하고 우승 세리머니를 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뒤 진행된 인터뷰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신과 같은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혀 큰 울림을 주기도 했다.

첫승 이후 아버지가 건넨 특별한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경상도 사람들끼리는 잘했다, 축하한다 등과 같은 오글거리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 “아버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고 프로 골퍼가 될 수 있도록 아낌 없이 지원해준 분이 아버지인 만큼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렸을 때는 유명한 아버지로 인해 부담감을 느꼈던 사실도 고백했다. 김재호는 “김용희의 아들로 많은 주목을 받아 한 때 부산에 살기 싫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완전히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은 김용희의 아들이라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고 설명했다.

간절히 바라던 K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김재호는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겨냥하는 새로운 목표는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아시안투어 등 해외 무대 도전이다.

김재호는 “JGTO와 아시안투어 출전권 획득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또 올해 콘페리투어에서 내년도 PGA 투어 출전권을 따낸 이승택처럼 미국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해보겠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선수가 은퇴하는 만 43세에도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몸 관리를 더욱 철저하게 하고 있다. 주 4~5회씩 약 10km씩 뛰는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은 기본이다. 김재호는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음식 섭취, 수면 등까지 신경쓰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김재호는 발전을 거듭해나가고 있다. 안도은 코치와 함께 훈련하며 올해 가장 큰 변화를 보인 부분은 드라이버 샷이다. 지난해 티샷이 흔들려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스핀량을 500rpm 낮추고 몇 가지 자세를 교정해 정교한 장타자가 됐다.

KPGA 투어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재호는 골프가 마음처럼 되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도 건넸다. “확실한 목표 의식을 갖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으니 부정적인 생각을 머릿 속에서 지워야 한다. 절대 배신하지 않는 게 노력인 만큼 꿈을 현실로 만드는 그날까지 인내해야 한다.”

지난 2일 렉서스 마스터즈 정상에 오르며 KPGA 투어 희망의 아이콘이 된 김재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민수용 골프전문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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