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 농축·재처리 美 첫 공개 “지지”, 온전한 원자력 국가 첫발

조선일보 2025. 11. 1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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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대통령실 제공

한미가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에서 “미국은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했다. 미국이 우리 숙원인 농축·재처리 권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한국은 원전 5대 강국이지만 핵 물질과 관련해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은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를 막고 있다. 다 쓴 핵연료가 2030년 이후엔 원전 내 저장 시설 포화로 보관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재처리 권한은 시급하다. 핵폭탄과 무관한 20% 미만 우라늄 농축도 미국 동의가 없으면 할 수 없다. 농축 기술이 있는데도 원전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을 전량 수입하고 있다. 농축·재처리 금지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 능력을 제약하는 족쇄였다.

지금 세계는 앞다퉈 원전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원전을 지난 12년간 5배 늘렸다. AI 시대의 핵심은 전력이고 원전만이 저비용으로 안정적인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 연료인 농축 우라늄은 앞으로 희토류처럼 전략 물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원전 연료를 무조건 외국에 의존할 수만은 없다. 특히 우리는 석유·가스가 없고 태양광과 풍력의 자연조건도 불리하다. 원전 연료를 만드는 농축 권한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농축·재처리와 관련, “많은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할지, 기존 협정의 틀 내에서 권한을 확보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농축·재처리는 미국 대통령이 혼자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미 국무부·국방부·에너지부 등 여러 부처가 얽혀 있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같은 국제기구와도 협의해야 한다. 위 실장은 팩트시트 합의 과정에서 농축·재처리 문제가 마지막까지 많이 논의됐다고 했다. 미국 내 여러 기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 협정 개정으로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얻었다.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보다 못할 게 없고 일본은 40년 가까이 농축·재처리를 문제 없이 해왔다. 한국이 원전 제작·가동에 이어 농축·재처리까지 하는 온전한 원자력 국가가 되는 첫발을 뗀 것은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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