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된 듣기평가 스피커..교육청 "문제 없다"
어제(13)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능 영어 듣기 평가 도중, 방송이 끊기는 사고가 났습니다.
감독관이 CD플레이어로 대체했지만 수험생들은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옆 교실의 다른 듣기평가 소리까지 겹쳐 시험을 망쳤다고 반발합니다.
전효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매년 수능이 치러지는 청주의 한 고등학교.
영어 듣기 평가가 시작된 3교시, 28명의 학생이 시험을 치른 한 고사실엔 적막만 흘렀습니다.
◀ st-up ▶
시험이 치러진 해당 교실입니다.
천장엔 두 개의 스피커가 설치돼 있지만 3교시 영어 듣기 평가에서 방송이 송출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 INT ▶ 고3 학생
"시작 종도 쳤는데 뭔가 점점 소리가 희미하게만 들리고 우리 고사실 내에서는 안 들리니까 친구들도 그때부터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어요."
감독관들은 본부에 상황을 알리고, CD 플레이어를 가지고 와 듣기평가 음원을 따로 재생했습니다.
옆 교실에서 정상 진행 중인 듣기평가와의 시간 차는 약 4분.
수험생은 서로 다른 소리가 겹쳐 들려 시험을 망쳤다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 INT ▶ 고3 학생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그 텀 사이에 다른 문제를 풀거나 정답을 생각하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다른 반 이 학교 전체에서 영어 듣기가 울려 퍼지다 보니까.."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원성이 빗발쳤습니다.
"멘탈이 나가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는 반응부터, "아이가 이곳에서 시험을 보고 망쳤다"라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 INT ▶ 부모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도 아니고 1년에 한 번 보는 수능에 아이가 어떤 학교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인데 그렇게 안일하게.."
도 교육청은 "종종 발생 가능한 문제이며 평가원 매뉴얼에 따라 한 달 전부터 당일 아침까지 점검하는 등 절차대로 준비했다"는 입장입니다.
도 교육청은 해당 고사장을 찾아 같은 조건으로 당시 상황을 재연했지만 시험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 INT ▶ 전병철 / 충북교육청 진로진학팀 장학관
"해당 시험실의 CD 플레이어의 음질은 정상적이었고 옆 교실에서 송출되는 듣기 평가의 내용이 해당 시험실에 방해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평가 문항에 대한 이의 신청은 가능하지만 시험장 환경에 대한 이의 제기 절차는 없어 피해 구제나 보상은 쉽지 않습니다.
지난 2022년, 전남 화순군의 한 고사장에서도 비슷한 일로 16명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국가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MBC뉴스 전효정입니다.(영상취재: 신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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