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늘 차가운 당신, 단순 냉증 아닐 수도 있다”… 여성호르몬과 자율신경 이상이 원인

“냉증, 몸 전체 순환 이상을 알려주는 신호”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날씨가 추워지면 손발이 차가워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사계절 내내 손과 발이 시리고, 여름에도 장갑이나 양말을 벗기 어려운 정도라면 단순한 냉증이 아니라 '수족냉증'일 가능성이 크다.

수족냉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훨씬 흔하게 나타난다. 여성은 체지방 분포와 호르몬 주기 영향으로 말초혈관이 쉽게 수축하는 특성이 있다. 특히 에스트로겐 변동기인 월경 전후, 임신·출산, 갱년기에는 손발 냉증이 더 두드러진다.

또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불균형, 불규칙한 수면, 카페인 과다 섭취 등 생활습관 요인도 수족냉증을 악화시킨다. 단순히 '체질적으로 손발이 찬 사람'이 아니라, 혈류·호르몬·신경 조절의 이상이 누적된 결과인 셈이다.

수족냉증은 그 자체로 불편한 증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성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혈액순환이 저하되면 자궁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 생리통·생리불순이 심해지고, 자궁 내막 기능이 저하돼 난임이나 착상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자궁근종·자궁내막증 환자 중에는 손발 냉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자윤한의원 관계자는 "냉증이 심하면 자궁 내부 온도도 낮아져, 자궁 기능 저하나 생리통 악화, 생리양 변화 같은 2차 증상이 자주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사계절 내내 손과 발이 시리고, 여름에도 장갑이나 양말을 벗기 어려운 정도라면 단순한 냉증이 아니라 '수족냉증'일 가능성이 크다. ⓒ베이비뉴스

◇ 단순 냉증과 수족냉증의 차이

손발이 일시적으로 차가운 건 단순 냉증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수족냉증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①사계절 내내 손발이 차갑고 저림·쑤심이 동반됨
②손끝이 하얗게 질리거나 푸르스름하게 변함
③생리통, 두통, 어지럼증, 만성 피로 등이 동반됨
④손발뿐 아니라 무릎·복부까지 냉기가 퍼짐

이 경우 말초혈관 순환 문제 외에도 자율신경 불균형, 갑상선 기능 저하, 빈혈, 호르몬 이상이 원인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수족냉증을 단순한 온도 문제가 아니라 '기혈 순환의 불균형'으로 본다. 한약 치료를 통해 자궁과 말초 혈류를 동시에 개선하고, 침·뜸 치료로 신체의 열 순환을 돕는 방식이 사용된다.

자윤한의원 관계자는 "수족냉증 환자 중 상당수가 생리통, 생리불순, 자궁 질환을 함께 앓고 있다"며 "한방에서는 자궁 온도를 높이고 혈류 순환을 개선해 체내 열의 균형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또 "냉증이 단순히 손발의 불편함이 아니라 몸 전체 순환 저하의 신호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냉증은 체질이 아니라 신호다"

전문가들은 수족냉증을 단순 체질로 받아들이기보다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성 피로, 어지럼증, 생리불순 등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하며, 수족냉증이 여성 질환으로 번지기 전에 원인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따뜻한 옷차림이나 찜질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족냉증을 단순한 '추위'가 아닌, 자궁과 혈류 건강의 바로미터로 인식하는 것이 여성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