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도 주문한 정부광고 '디지털 전환', 광고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광고 88% 언론사 배너에 집행… "일방향 소통 머무르는 정부광고"
정부광고 정책기구 구축한 영국·캐나다… "전략 위한 거버넌스 혁신 필요"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신문·방송에 집중된 정부광고 디지털 전환을 주문한 가운데, 단순히 디지털 광고 집행액만 늘리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기준 디지털 정부광고 상당수가 광고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언론사 홈페이지 배너에 집행됐는데, 유튜브·SNS 등 다른 디지털 광고매체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고효과 측정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광고가 실제 정부 정책에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정부·공공기관 광고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2025 정부광고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컨퍼런스의 주요 화두는 정부광고의 디지털 전환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1조 2000억원 규모의 정부광고 업무를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당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영국·캐나다 등 주요 국가는 정부광고의 절반 이상을 디지털 광고로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광고는 신문·방송 등 기성 언론을 중심으로 집행된다. 광고집행이 디지털 중심으로 이뤄지는 민간 광고시장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발행된 <2024 방송통신광고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광고시장에선 온라인 비율이 60%에 육박했지만 정부광고 온라인 비율은 30%에 못 미친다. 반면 열독률이 10%도 미치지 못하는 종이신문 광고 비중이 20%를 넘어선다.

문장호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교수는 민간광고 대비 정부광고의 디지털 집행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면서 “단순히 수치의 차이를 넘어, 국민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채널과 정부광고 사이 간극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디지털 광고 비중을 40~5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중앙부처는 디지털 광고를 50%, 공공기관은 40%로 달성할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인터넷매체 비중을 늘리게 되면 상대적으로 다른 매체 광고비가 줄어든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선 정부광고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디지털 광고 비중 확대를 넘어, 어디에 광고를 집행할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광고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면 언론사 홈페이지 배너 등 광고효과가 떨어지는 곳에 광고가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PR실학회가 지난해 발간한 논문에 따르면 2021년 디지털 부문에 대한 정부광고 중 88.3%는 뉴스미디어 배너에 집행된 광고였다. 그해 언론사 홈페이지·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이용자는 1.4%에 불과했다. 소수의 이용자만 활용하는 언론사 홈페이지에 대부분의 디지털 광고가 집중된 것이다.
문 교수는 “(정부광고가) 전통 매스미디어 시대처럼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방향 소통에 머무르는 중”이라고 지적하면서 “단순 노출'을 넘어 정밀한 오디언스 구분이 가능한 매체에 자원을 재분배하는 매체 최적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문 교수는 광고효과 측정이 어려운 신문·방송 대신 디지털 광고의 경우 노출·클릭 등 효과 측정이 가능하다면서 “디지털은 정부광고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바꿀 수 있는 열쇠”라고 했다.

영국은 정부광고를 담당하는 총리실 산하 정부소통청(Government Communication Service)을 중심으로 정부광고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냈다. 영국의 정부광고는 1조4000억 원 규모로 한국과 비슷한데, 이 중 디지털 부문 광고비가 78.4%에 달한다. 이는 중앙 정부에서 정부홍보 기능을 통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소통청은 '디지털 퍼스트'라는 기조 아래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정부홍보 기능을 통합해 공통 전략을 수립했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주요 캠페인의 경우 디지털 광고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고, TV 등 전통 매체는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주의점도 있다. 2017년 영국에서 극단주의 유튜버 콘텐츠에 정부광고가 게재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세금이 테러리스트에 지급됐다'는 비판이 일었으며, 정부소통청은 3년간 유튜브 정부광고를 중단하고 극단주의 유튜버에 정부광고가 집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영국 정부광고는 검증된 채널에만 송출됐다. 한국에선 2019년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등 역사왜곡 콘텐츠를 생산하는 지만원TV 등 유튜브 채널에 정부광고가 집행돼 5·18기념재단 등 관련 단체가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정부광고 평가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영국의 경우 단순히 광고가 얼마나 노출됐는지를 넘어 실제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측정한다. 정부소통청은 광고 평가 절차를 표준화했으며, 광고가 실제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평가한다. 정부소통청은 이 절차를 바탕으로 측정된 광고효과를 다음 광고 집행에 반영한다. 문 교수는 “영국은 광고 평가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다음 캠페인에 반영하는 선순환 과정을 갖췄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광고도 64%가 디지털 매체에 집중된다. 캐나다는 총리실, 재무위원회, 공공조달부 등이 정부광고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개별 정부기관은 소규모 캠페인만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문 교수가 주목한 건 투명성이다. 문 교수는 “캐나다 정부광고 연례보고서를 보면 충격적으로 투명하다”며 “어떤 부처가 어디에 어떻게 광고를 집행했는지 세부적으로 공개된다. 한국도 공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무엇보다 “한국 정부광고 부문에서도 거버넌스 혁신이 필요하다. 중앙 차원의 전략적 조정을 할 수 있는 전문성 확보 조직이 필요하다”며 “정부 커뮤니케이션 총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디지털 퍼스트 기조가 없는데, 이 원칙을 천명한다면 명확한 방향성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문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기관이 정부광고 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법정 시한 다가오는데…연합뉴스TV 노사 ‘노사동수 사추위’ 평행선 - 미디어오늘
- 미국처럼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이 답? 한국과 미국은 다르다 - 미디어오늘
- 검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부적절” 48%, “적절” 29% - 미디어오늘
- 빌게이츠가 코로나19 유출? 음모론 막기 위해 과학-언론계 손 잡았다 - 미디어오늘
- 황교안·박성재 영장 기각… 한국일보 ‘특검 무리수’ 지적 - 미디어오늘
- 노만석 ‘부대껴 왔다’ 발언에 동아일보 “권력에 예속된 정치검찰” - 미디어오늘
- 민주당, 검찰과 전면전…중앙일보 “검사 순한 양 만드는 게 목표인가” - 미디어오늘
- 신문협회 “민주당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법치주의 원칙에 반해” - 미디어오늘
- 뉴스타파 노조, 노동위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서 제출 - 미디어오늘
- “언론재단이 나서라” 프레스센터 청소노동자들 철야농성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