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명장 이상범, WKBL 하나은행 사령탑으로 ‘새 도전’

임보미 기자 2025. 11. 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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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여자프로농구(WKBL) 하나은행 감독(56)은 슬하에 딸만 하나 있다.

KBL에서 정규리그 1위 경력이 있는 감독이 WKBL에 발을 들인 건 이 감독이 처음이다.

이 감독은 "직전 시즌 꼴찌였으니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돌아오면서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이 정도였나' 싶더라. 아이들 가르치면서 '패배 의식'에 절어 있는 걸 고치려고 했는데 우리 현실을 그때 제대로 처음 느꼈다. 사람들 인식이 우리는 아예 '맨날 지는 팀'으로 돼 있더라"며 "가슴에 '하나' 뒤에 '이름'이 박힌 유니폼 입고 뛰는 선수들이 창피하지 않게 프라이드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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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하나은행 감독(가운데)이 1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BNK 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 ‘포토 타임’ 때 양인영(왼쪽), 김정은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이상범 여자프로농구(WKBL) 하나은행 감독(56)은 슬하에 딸만 하나 있다. 그런데 요즘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아이들”이다. 돌봐야 할 ‘딸들’이 갑자기 열다섯 명 더 생겨서다.

2001년 SBS(현 정관장) 코치를 시작으로 2023년 DB 감독에서 자진사퇴할 때까지 이 감독은 20년 넘게 남자프로농구(KBL)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올해 처음 WKBL 무대에서 사령탑을 맡게 됐다.

하나은행은 이번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007년생 고졸 신인만 세 명 뽑았다. 13일 인천에 있는 구단 연습 체육관에서 만난 이 감독은 “제 딸도 스물일곱 살인데”라고 웃으며 “그래도 아이들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재미있다”고 했다.

이 감독은 “DB 시절 막바지에 아쉬운 게 그거였다”며 “DB에서 정말 후회 없이 즐겁게 농구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3년 동안 정규리그 우승 두 번 하고 3년 재계약한 뒤에는 혼자 ‘되겠지, 알겠지’ 하고 말았던 게 나와 보니 아쉽더라”고 했다.

DB는 이 감독이 부임 이후 첫 세 시즌 동안 정규리그에서 1-8-1위를 기록했다. 이 감독은 “성적이 그렇게 널을 뛰고 나니 사람이 미치겠더라. 재계약은 했고 부담은 있는데 그 부담이 혼자 쌓였다”며 “그럴 때 오히려 여유를 갖고 선수들과 대화도 더 많이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여기에서는 그래서 더 선수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

2025~2026시즌 여자프로농구(WKBL) 사령탑 데뷔를 앞둔 이상범 감독. 하나은행 제공
KBL에서 정규리그 1위 경력이 있는 감독이 WKBL에 발을 들인 건 이 감독이 처음이다. 평생을 남자농구에만 빠져 살았던 이 감독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나은행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이 감독은 WKBL 경기를 제대로 본 적도 없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이 감독은 일본프로농구(B리그) 2부 리그 팀 코치와 KBL 구단 단장 자리를 제안받고 행선지를 고민 중이었다.

하나은행에서 김창근 단장이 처음에 ‘차 한잔 마시자’며 찾아왔을 때도 이 감독은 하나은행을 맡을 만한 농구 후배들을 추천만 해줬다. 김 단장은 ‘팀을 맡아달라’며 이 감독을 다시 찾아왔지만 그때도 이 감독의 머릿속에는 ‘일본에 가느냐, 국내 팀 단장 자리를 맡느냐’의 선택지만이 있었다. 특히 일본 팀과는 계약서에 사인만 안 했을 뿐 사실상 합의까지 마친 단계였다. 여기에 갑자기 선택지 하나가 추가하기는 버거웠다. 이 감독은 김 단장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김 단장의 ‘삼고초려’에 마음을 바꿨다. 이 감독은 “‘내가 뭐라고 이분이 이러실까’ 싶었다. 또 ‘나도 여자 선수를 한번 키울 수 있을까? 진짜 할 수 있을까?’ 물음표가 있었는데 도전을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발동됐다”라고 했다.

주변에서는 감독 못지않은 명예가 있는 자리인 단장 자리를 추천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가 여자농구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뒤에도 반응은 ‘왜 갑자기?’였다. 이 감독은 아직은 현장에 마음이 더 끌렸다고 했다.

“당연히 현장이 더 힘들지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이 있다. 내가 지휘하는 선수들이 움직이고 성장하는 데에서 오는 매력이 크다. 한번 느껴보면 끊기가 힘들다.”

이상범 감독(오른쪽)이 하나은행 사령탑을 맡기로 하면서 필수조건으로 세운 건 정선민 코치의 영입이었다. 하나은행 제공
단, 그가 감독직을 수락한 ‘필요조건’은 정선민 코치(51) 영입이었다. 이 감독은 “내가 여자농구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나. 감독급 코치가 필요했기에 곧바로 선민이에게 전화했는데 처음엔 ‘오라버니가 무슨 여자농구냐?’며 장난치는 줄 알더라. 그래서 직접 찾아가 설명했더니 그제야 믿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구단에 정 코치가 승낙을 안 하면 저도 못 한다고 말씀드렸다. 구단이 ‘정 코치가 혹시 안 된다고 하면 구단에서 달려가겠다’고 했다. 그게 참 고마웠다”고 했다. 결국 이틀 뒤 정 코치가 결심을 굳히면서 이상범호가 출범할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정 코치가 사실상 모든 걸 다 하면 저는 전술만 입힌다”고 했다. 이날도 팀 훈련은 정 코치가 직접 설명, 시범까지 보이며 주도했다. 이 감독은 “(정 코치가) 거의 혼자 다 하면서 살이 빠졌다”며 웃었다.

직전 시즌 최하위(6위)에 그쳤던 하나은행은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압도적인 꼴찌 후보로 꼽혔다. 이 감독은 “직전 시즌 꼴찌였으니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돌아오면서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이 정도였나’ 싶더라. 아이들 가르치면서 ‘패배 의식’에 절어 있는 걸 고치려고 했는데 우리 현실을 그때 제대로 처음 느꼈다. 사람들 인식이 우리는 아예 ‘맨날 지는 팀’으로 돼 있더라”며 “가슴에 ‘하나’ 뒤에 ‘이름’이 박힌 유니폼 입고 뛰는 선수들이 창피하지 않게 프라이드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고 했다.

하나은행은 17일 우리은행과 안방 개막전을 치른다. 이 감독은 “내 새끼들이 들어가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저도 궁금하다”고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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