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창업자, 한국에서 돈 벌어 미국에 기부?…쿠팡 “사실 아냐”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지난해 말 보통주 200만주(약 672억/ 원)를 미국 내 자선기금에 전액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매출 대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쿠팡이 당시 '국내외 기부'를 예고했던 것과 달리 실제 기부금이 모두 미국으로만 향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쿠팡으로부터 제출받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 등에 따르면, 김범석 의장은 지난해 11월 11일 기준 쿠팡Inc 클래스A 보통주 200만주를 자선기금에 증여했다. 당시 주가(주당 약 24달러·환율 1400원)를 기준으로 한화 약 672억원 규모다.
SEC 공시에 따르면 기부처는 'a fund for charitable donations(자선기금)'으로만 기재돼 있어 구체적인 단체명이나 국가는 명시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의원실 확인 결과, 해당 200만주는 모두 미국 내 자선기금에 기부된 것으로 파악됐다. 매출의 90% 이상을 한국에서 올리는 쿠팡의 창업자가 국내가 아닌 미국에만 기부한 셈이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김 의장의 주식 기부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부는 한국을 포함한 국내외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전액이 미국으로 귀속됐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해외 기부로만 사용됐다는 점에서 '말 바꾸기' 논란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김 의장이 미국 시민권자인 점을 들어, 미국 세법상 공제 혜택 때문에 한국 기부를 포기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세법은 미국 정부가 인정한 자선단체에 기부할 경우 조정소득의 60%까지 공제 혜택을 제공하며, 특히 주식 기부는 더 큰 절세 효과가 있다. 반면 한국이나 해외 기관에 기부하면 세금 공제가 없다.
한국 쿠팡 관계자들은 "김 의장이 어느 자선단체에 주식을 증여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며 "미국 본사에 질의해도 자료 확인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호영 의원실이 관련 사실을 재차 문의하자 쿠팡 측은 "기부된 주식은 자선기금의 운용 방식에 따라 관리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안 의원은 "쿠팡의 매출과 이익 대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하는데 창업자가 세금 절감을 이유로 미국에만 기부한 것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것"이라며 "한국 소비자와 노동자의 노력으로 성장한 기업임에도 국내 환원이 전혀 없다는 점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쿠팡 측은 "기부금 배정과 운영을 위한 실무 계정이 미국에 있을 뿐"이라며 "해당 계정을 통해 국내 의료기관·종교단체 등에도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기부금 계정을 미국에 둔 이유나 국내 기부 규모 등에 대해서는 "김범석 의장의 개인 기부라 회사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